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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민 Jan 17.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나중에 이 아이와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너에 대해 내가 들을 수 있을까? 언젠가 너와 내가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토요일아침.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에 느지막이 눈을 떴으나,이불을 박차고 나오기는감았던 두 눈을 뜨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른 결심을요하는 일이다. 나는아직 그 커다란 결심을 하지 못하고 포근한 이불 아래에서 눈만 꿈뻑꿈뻑거리고 있다. 몸 아래에서 전해지는 뜨끈한 전기장판의 느낌이 좋아서다. 어젯밤 잠자는 중에 미처 처리되지 못 한 피곤함들이 등 뒤편에서 그리고 목덜미 아래에서 지글지글 불타 없어지는 느낌이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아들은 언제나 그렇듯 나보다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조용히 뒷모습을 지켜보며 웃음 짓다가, 나지막이 무료 카지노 게임 이름을 부르고는 양팔을 양 옆으로 펼쳤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적부터, 아니 걸음마 전부터 내가 두 팔을 벌리면 언제든지 내게로 와서 와락 안긴다. 따님은 그런 나를 무시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아드님은 아직까지 잘 와주어 고맙기만 하다. 아들을 품에 안고 함께 따뜻한 방바닥을 뒹군다. 간지럼을 워낙 많이 타는 아이라 검지 손가락 하나면 숨이 멎을 듯이 웃게 만들 수 있다. 겨드랑이, 갈비뼈, 엉덩이, 허벅지, 손바닥까지 한 번씩 손가락을 데고 간지럽히니참지 못하고, 밖으로 끌려 나온 물고기마냥 파닥거리며 까르르 웃는다. 너무 행복해져서 아들을 꼭 안는다. 아드님도 나를 꼭 안아준다. 품 안에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덩치만 컸지 아직은 어린아이 같다.

이렇게 여유롭게 웃고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주말 아침이 있어 참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매일같이 이런 여유를 가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오늘도 조금 자란다.


자세를 고쳐 나란히 바닥에 누워 내 핸드폰을 열었다. BrunchStory 앱을 열고 이제 20명이 넘은 구독자 수를 보여주며 자랑한다. '이게 모 하는 건데?' 묻기에 얼마 전 작성한 '꽃잎아, 꽃잎아'를 가만히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길이가 짧아 읽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니 '이게 모야?'라고 말한다. '참 나' 하면서 한 줄, 한 줄 내가 담았던 의미들을 설명해 주었다. 좋아요도 20개 넘게 달려있다고 또 자랑한다. 부끄러운마음을 감추고는아빠가 썼다고 말해주었다. 내친김에서랍장을 열어 아직 발행 전인 '생각(만)하는 사람'을 읽어주었다. 아직 나만이 알고 있는 완성되지 않은 부끄러운 글이지만, 이제 아는 사람이 두 명이 될 것이다. '해보지 못한 많은 일이 남았구나'까지 한탄을 담아 읽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이불을 뒤집어쓰더니 몸을 홱하고 돌린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하여 '왜 그래 아들아?'하고 물었다. 무슨 이유인지 얼굴을 이불에 파묻고는 이름을 불러도, 이유를 물어도 답이 없다. 가만히, 시간을 얼마간 흘려보낸 후에 다시 물었다. '왜 그랬어? 아들아'


"무료 카지노 게임"


요즘 내가 묻는물음에 대한 답은 거진'무료 카지노 게임'다.(딸은 모든 말을 '아니'로 시작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나도 잘 모르겠다는 답을 듣고는 더 이상 물어볼 말이 없다. 전에도 '너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해'라고 잔소리를 했건만, 아직은 소용이 없는 듯하다. 하는 수 없이 '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 전해준다.(아들은 먹는 것을 좋아한다)

'혹시 나의 답답했던 마음이 너에게 닿았던 걸까?'

알 수 없는마음을아쉬워하며시리얼을먹고 있는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씩표정이풀리는얼굴이다. 아까는왜 그랬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좋아진 얼굴 표정이 다시 굳어질까 봐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먹는모습이 보기 좋아 그냥 웃어주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나중에 이 아이와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너에 대해 내가 들을 수 있을까? 언젠가 너와 내가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시간이 흘러 네가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었을 때, 회사 생활이 유독 힘들고 지친 날에, 삶에 대한 의문이 불현듯 솟아날 때 나에게 와서 이야기해 주길 바래본다. 아마 그때의 난 여전히 너의 이야기들에 대한 정답을 모를 테니,제대로 된 답변을 해줄 수야없겠지만,그래도 나에게 와서 너의 이야기를들려주길 바래본다.





그때는 꼭 '무료 카지노 게임'라고 대답해 줘야지.


꽃잎아, 꽃잎아

생각(만)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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