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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효권 Feb 21. 2023

두 여자 이야기

후보의 이름이 큼직하게 적힌 띠를 어깨에 두른 여성이 두어 명의 수행원과 함께 아파트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아파트는 대낮에도 조용카지노 게임 사이트. 군인아파트라 일반인 출입이 쉽지 않아서다.그래서 거기까지 홍보를 하러 올 사람은 없었다. 거기에 이미 당선이 유력한 후보와 후보의 관계자도 관심 없는 그곳에, 그래도 혹시나 해서 들렀을지 아니면 지나는 길에 들렀을지 모를 일이다.


당시에 나는 수방사 30단 본부대 소속 일병이었고 근무지는 장교 가족들이 생활하는 군인아파트였다. 아파트가 민간인 지역에 있어도 엄연히 군부대 관할 지역이고 그래서 관계자 외 민간인 출입은 쉽지 않다. 그런 곳에 선거 활동을 해 보겠다고 기웃거렸으나 사병 신분에 이를 허용할 수 없었다. 나중 문책이 두려웠고 귀찮았기 때문이다. 당선인도 아닌 후보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땐 그랬다.


예의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군 관할지역이므로 민간인 출입이 어렵다는 말로 후보의 아내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카지노 게임 사이트. 후보의 아내는 웃으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네요.”라는 말과 함께 온 김에 군인 아저씨들하고 악수나 한 번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어색하기도 했고 귀찮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래도 어른이 내민 손이라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악수를 받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래봤자 당선은 이미 예견된 것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2등도 아닌 3등으로 낙선됐다. 헛고생만 한 셈이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리고 6년 뒤 그때 남편을 대신해 발품을 팔던 그녀는 영부인이 되어 청와대로 들어갔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였다. 인생에서 몇 번이나 영부인과 악수할 일이 있을 것이며 가까이서 면을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알았더라면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순탄한 인생은 아니었다.남편과 함께 궂은 일 감내하고 욕까지 먹어가며 버텨왔지만 남편을 먼저 보냈다. 백세 시대인데 너무 일찍 보냈다.


정확히 언제였다고 언급하진 않았지만 여대생 S는 당시 극단 연출가로부터 극단에서 함께 활동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러나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억으로는 그의 태도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의 활동을 보면 그 길도 보장된 길일 수 있었다. 그는 승승장구카지노 게임 사이트. 연극은 몰라도 누군지 웬만하면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계속 공부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리고 유학도 갔다. 거기에서 박사학위도 받았고, 강의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비자 문제로 잠시 귀국했을 때. 미국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에 관해 정통한 비평가로 그녀가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대학에서 그녀를 초빙했고 일 년 뒤에는 아예 그녀를 전임교수로 임용카지노 게임 사이트. 원래 계획대로라면 비자를 갱신하고 다시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도 그 학교에 머물고 있다. 아니, 학교에서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간혹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이도 꽤 들었을 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이 젊게 살고 있다. 성균관 대학교 영문과 손혜숙 교수로 살고 있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그녀를 캐스팅하려 했던 그는 여성 단원을 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출가 이윤택이다. 선생님도 TV에서 그를 보았을 것이다.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사후 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일어난 결과에 대해 지난 과정을 결과에 맞춰 재정리하는 심리적 성향을 말한다.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므로 어떻게 예견할 수 없다. 그러니 반대로 짜깁기만 할 수밖에 없다. 뒤집을 수도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하철을 혹은 버스를 타고 지나는 동네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일 년에 몇 번은 지나간다. 나를 정리했던 이가 궁금할 때도 있고, 확률 제로에 가까운 마주침이 있을까 기대도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혹 그럴 일이 생기면 나도 ‘사후 편향’이라는 함정에 빠질지 모르겠다. 그냥 묻어 두련다. 기억하기엔 너무 오래되었고, 좋은 것만 기억할 위인은 못 되지만 곁에 있어 좋았던 때도 있었고 가슴 설레는 기대도 해봤으니 그걸로 족하다. 사람을 추억하는 것은 사람이므로 불투명해도 살아갈 수 카지노 게임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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