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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산 Apr 01. 2025

장미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고등학교 3학년 때 앞에 앉았던 아이가 어느 날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ㅇㅇ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들으면 작고, 귀엽고,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넌 안 그렇네.’라는 말임을 알아먹었다. 설마 개그처럼 ‘너 정말 그렇구나.’겠는가. 그런데 좀 이상한 말 아닌가? 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한때 여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중 네 번째로 많다고 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이걸 알려준 친구여, 결코 기뻐할 정보는 아니었어). 꽃이라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장미이기만 하면 다 장미같이 생기고 장미 향기가 나겠지만 나는 꽃이 아니다. 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같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가진 수천 명의 사람이 모두 작고 귀엽기만 하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 말에 작고 귀엽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니 내가 더 이상했다. 내가 코미디언 이주일 씨라도 되는가, 못 생겨서 죄송하다는. 왜 나는 작고 귀엽지 않아 유감이라는 듯 말한 친구에게 턱을 15도쯤 들어 올리며 '음, 난 좀 우아한 편이지?' 하지 못했을까?

그 아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연희였다. 연희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통통하고 안경 낀 그 아이를 보면 그냥 연희 같았다. 아니 연희였다. 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ㅇㅇ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닌가. 한 번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붙여진 대상은 다르게 보이지 않는 거. 감자는 언제나 감자로 보이지 오이나 배추로 보이지는 않는다. 로미오가 원수 집안 남자인 걸 알게 된 줄리엣은 로미오에게 가문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버리라고 하면서 장미는 다른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거 아니냐고 했는데 나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장미가 국화라고 불린다면 꽃에서 장미 향 대신 국화 향기가 날 것 같다. 장미를 미나리아재비나 애기똥풀이라 부른다면 향기뿐 아니라 꽃의 이미지마저 장미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함께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장미에는 장미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국화에는 국화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딱 맞아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각각 자신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장미를 만났다. 꽃이 아니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장미인 사람이다. 그에게 장미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부르기가 몹시 힘들었다. 어떻게 사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장미인지. 한 번도 꽃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불러본 적이 없는데 꽃의 여왕이라는 장미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인간에게 대고 ‘장미야,’ 라고 부르자니 불경이라도 저지르는 것 같았다. 장미를 부를 일이 있다면 장미야, 가 아니라 ‘오, 장미!’라 불러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부를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은 ‘김장미’였으니까.

‘여성’이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여성도 동급생으로 만났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 또한 부르기 어려웠다. ‘여성아,’ 하면 동족인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이상했고 ‘여성!’ 하면 뒤에 ‘깨어나라!’ 같은 말이 와야 할 것처럼 선동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신여성’ 같은 말이 어울리지만 그렇게 부를 수도 없었다. 그 친구의 성은 ‘신’이 아니니까.

다른 대상과 구별하기 위해 붙이는 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면 '장미'나 '여성' 같은 일반 명사를 사람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지혜'라고 지어 남과 구별했다 치자. 그럼 '지혜'가 아닌 사람은 '무지'거나 '몽매'란 말인가? '사랑'이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그렇다. '사랑'이 아닌 사람은 죄다 '미움'이거나 '증오‘란 말인가? 요즘 아이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중에는 '하늘'도 많던데 자식이 하늘이면 남편은, 아내는, 아버지나 어머니는 대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볼 때마다 든다.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친구 중에도 '하늘'이 있었다. 방과 후에 어머니들이 가서 교실 청소를 해준 날, 다 끝내고 나서 그 어머니가 ‘아이고, 자식이 뭐길래’ 하기에 ‘자식이 하늘이잖아요.’ 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박주봉이란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은 그 애를 매번 '박 빤스!'하고 부르셨다. 웃자고 했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그때마다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애는 울고 싶지 않았을까? 놀림감이 되는 자신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그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지어준 부모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한참 뒤 배우, 최주봉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들었을 때 그 아이가 생각났다. 주봉이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하나도 우습지 않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대부분 잘못된 일본말인 ‘주봉’을 입었지만 그때는 아무도 ‘주봉’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더는 자기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바지를 떠올리지 않게 되었을 때야 그 아이는 주봉과 함께 부끄러움을 벗어던질 수 있었을 테다. 이제는 ‘배우 최주봉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같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지 모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희남이란 아이에게 국사 선생님이 ‘희남이는 남자 동생이 있지?’ 하자 희남이가 그렇다고 하여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담임 선생님도 아니고 우리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아나, 해서였다. 그 정보는 수업 전에 선생님이 사인하고 슥~ 훑어본 출석부에서 유출되었다. 출석부에 등재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한자로 적혀 있었다. '바랄 희'에 '사내 남'을 써서 남자 동생을 본 그 아이는 '사내 남' 자가 들어간 자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얼마나 싫었을까?

'공주'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아이를 보았을 때 나에게는 그 엄마가 화난 목소리로 ‘공주야!’라고 부르는 장면이 먼저 그려졌다. 어떤 부모도 ‘우리 공주 잘했다.’,‘우리 공주 예쁘구나.’라는 말만 하고 살 수는 없을 테니까. 부모나 선생님께 야단맞고 혼나는 공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걸맞지 않고 얼마나 격이 떨어지는가. 내 아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공주’였다면 아이가 힘들게 할 때마다 내가 네 시녀인 줄 아느냐며 더 화를 냈을는지 모른다.

한 반에 서너 명씩 되던 흔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싫어 해나 달처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뿐이긴 해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우주’나 ‘바다’였다면 너무 큰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짓눌려 평생 카지노 게임 사이트값을 못 하고 사는 중압감에 시달렸을 것 같다.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갖고 싶지만 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면 사양하겠다. ‘장미’도 싫고 ‘공주’도 싫다. 놀림감이 되거나 정보를 노출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싫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때문에 어떤 표적이 되고 싶지 않다. 누구나 갖다 쓰는 흔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가졌기에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 뒤에 숨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없는 여인'으로 살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지으며 내가 그저 장삼이사의 하나로 특출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던 것일까? ‘아버지, 그렇게 되었습니다. 무지무지 평범하다고요.’


아무도 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아니라면 불감청이나, 오래전 어떤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대로 작고 귀엽고 사랑스런 이미지를 떠올려버리시라. 나 이제 그런 데 상처받지 않을 만큼 성숙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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