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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산 Apr 08. 2025

카지노 가입 쿠폰은 누구시길래


음악실에 가던 길이었다. 보통은 둘이 갔는데 그날은 친한 친구와 짝이 양옆에 있었다. 친구들의 팔짱을 끼고 가운데서 기분 좋게 이야기하며 보도블록을 따라 걷고 있을 때 ‘야, 너 이리 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음악실이 있는 건물 앞에 한문 선생님이 서 있었다. ‘누구?’ 하는 얼굴로 보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집게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너!’ 하고 말했다. 깜짝 놀라고도 영문을 몰라 주춤주춤 친구들에게서 떨어져 선생님 앞으로 가니 ‘너, 왜 그리로 다녀?’ 하는 게 아닌가.

그제야 알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징검다리처럼 네모 난 보도블록이 두 줄로 놓여 있고 두 줄 사이는 블록 하나만큼 떨어져 있는데 그 사이의 땅을 내가 밟았다는 걸. 세 명이 나란히 걸으니 양쪽의 친구들은 블록 위를 디뎠지만 가운데 있던 나는 땅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실내화를 신고 실외에 속하는 땅을 밟은 잘못을 깨닫고 아차, 했지만 때는 늦었다. 무서운 선생님이니 호되게 질책할 게 예상되어 겁에 질려 있는데 선생님이 팔을 위로 들어 올리나 했더니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에 불이 났다. 그 순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몰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음악실이었다. 어떻게 음악실까지 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짝이 팔을 끼고 끄는 대로 걸었으리라. 아이들이 재잘거리고 음악 카지노 가입 쿠폰의 어떤 말에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눈물만 났다. 짝이 내 팔에 손을 얹으며 울지 마, 라고 했지만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중1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뺨을 맞았다. 무서운 우리 아버지도 뺨을 때린 적은 없다. 뺨뿐 아니라 몸 어디도 때린 적이 없다. 그런 아버지의 귀한 자식인 나를, 다른 데도 아닌 얼굴을 갈기다니. 생각할수록 분했다. ‘당신이 뭐길래?’

누군가의 뺨을 때릴 때는 상대가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든가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을 때가 아닌가. 내가 선생님을 모욕했는가? 짐승처럼 더럽고 악랄한 짓을 했는가? 매국한 인간말종이기라도 한가? 고작 실내화를 신고 실외를 조금 걸었을 뿐이다. 교칙을 어기긴 했어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폭력이나 절도 같은 심각한 범칙도 아니다. 세 사람이 나란히 걷느라 몇 발짝 땅바닥을 디뎠지만 흙덩이를 밟아 들인 것도 아니다. 거기는 운동장이 아니어서 모래 대신 굵은 자갈이 깔려 있었다. 신발 바닥에 흙먼지도 묻지 않았을 테다. 말로 해도 될 걸, 그 정도 일로 따귀를 맞은 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억울했다.

뺨을 만져보자 조금 부푼 듯했다. 손자국이 났을 것 같았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보일까 봐 얼굴을 들지 않았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 다 같이 노래 부를 때도 책상 위에 음악책을 세워놓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음악 시간은 노래 부르며 즐겁게 노는 시간이었는데, 그날은 입 벌리지 않고 묵묵히 있어도 되는 다음 시간만 기다려졌다.

선생님은 교육자의 사명감으로, 눈에서 불이 번쩍 나도록 뺨을 때리지 않고는 내가 교화되지 않을 것 같아 그랬을까? 아니다. 그때 본인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랬을 확률이 더 높다.


선생님들은 집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학교 와서 우리 얼굴을 보면 다 잊어버린다고 말하곤 했다. 뭐, 그럴 때가 없지는 않겠지만 보기에는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았다. 선생님들은 집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거나 학교에서 무슨 일로 기분이 좋지 않으면 우리가 대나무숲이라도 되는 양 마구 화를 쏟아냈다. 그런 날 까딱 잘못했다간 칠판 지우개가 날아가고 뺨도 맞고 험한 욕도 듣기 십상이다. 단체로 두드려 맞다가 회초리가 부러진 적도 있다.

얼굴에 광대뼈가 두드러지고 괄괄했던 한문 선생님은 특히 감정 기복이 심했다. 대체로 아이들을 무섭게 다루었지만 친구나 동생한테 하듯 무람없이 대할 때도 있어 종잡을 수가 없었다.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선생님은 틀린 개수만큼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렸다. 맞지 않으려고 고입 연합고사 배점이 4점에 불과한 한문 공부를 꽤 열심히 했다. 배점이 20점이면 어쩔 뻔했나 하면서.

그날 카지노 가입 쿠폰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바깥에 나와 사냥감을 찾다가 규칙을 어긴 아이가 눈에 띄자 덥석 물고 화를 폭발시켜 그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화인을 남겼을까?

그 일 이후 보도블록 아래로 발이 떨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했지만 그 순간이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손이 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따귀를 갈기는 사람이 학교에 교사로 있었는데 그 전이나 후에는 뺨 맞은 적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평균보다 큰 키에 긴 생머리를 틀어 올리고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잘 입었던 카지노 가입 쿠폰. 내 뺨을 사정없이 갈긴 그분도 결혼하고 자녀를 길렀겠지. 그들을 훈육할 때도 거리낌 없이 뺨을 때렸을까? 그렇지 않았을 테다. 자기 자식은 귀하니까. 결혼해서야 그걸 알았다면 새순 같은 남의 귀한 자식들의 얼굴을 함부로 갈긴 일에 늦게라도 미안하고 부끄러워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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