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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카지노 게임일지도 모를 나는,

episode.07TV가 사라졌다

간헐적으로 카지노 게임들이 시청하던 TV가 사라졌다.

어느 날, 신랑이 고등학교 동창들을 초대하고자 했다.

아빠들과 카지노 게임들만 모여서 놀기를 원했다.

채아, 소민 둘다 놔두고 나가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나마 손이 덜 가는 첫째를 집에 두고 어린 둘째와 함께 친정으로 향하였다.


잘 놀고 있는지 궁금했다.

신랑에게 온전히 맡겨놓고 나온 집이 불안하기도 했다.

전화하기도 애매했는데, 주택이라는 이유로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내부가 아닌 외부에만.


CCTV를 볼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실내에서 타는 붕붕카가 마당을 질주하고 있었다.

뒷마당에 펴 놓은 에어바운서는 뒤집어지기 직전이었다.

“실내에서 타는 걸 왜 끌고 나온 거야?”

“저 큰 게 어떻게 뒤집어 지려고 하는 거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다들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화 내지마~ 뭐 말할 게 있는데 화는 내지마~”라고 문자가 왔다.

대체 뭐길래 이렇게 밑밥을 깔고 들어오는 걸까 싶었다.


“TV가 깨졌어..”

“무슨 말이야? TV가 왜 깨져?”


신랑에게 집을 맡기며 나가면서도 금단구역을 정해주었다.

침실, 그리고 다락방.


아들의 세계란 딸 둘만 키워본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락방에 올라가 물건들을 뒤졌고, 닌텐도를 찾아냈단다.

결국 침실 TV에 닌텐도를 연결해 주었다.

재밌게 게임을 했고 승패가 있었을 것이다.

진 카지노 게임가 분노에 차 리모컨을 브라운관에 던졌다.

그게 마냥 신나 보였나 보다.

이겨서 기쁜 카지노 게임도 덩달아 던졌단다.


하아, 이게 가능한 일인가?

어안이 벙벙했다.


이튿날, 집에 돌아와 TV부터 확인했다.

브라운관에 등고선 마냥 두 군데가 알록달록 물결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속도 모르는 아이는 무용담 마냥 조잘조잘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 오빠들이 말이야. 게임을 하다가 소리를 지르면서 이걸 던졌는데… 어쩌구 저쩌구”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늦잠 자고 싶은 주말, 우리보다 먼저 일어난 카지노 게임들이 보챈다.

너무 피곤해 낮잠 30분이라도 자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 마다 눈 꽉 감고 TV를 틀어주곤 했다.


나의 구원자가 운명하셨다.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몸이라도 아프면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TV없이 한 번 살아보자’를 택했고 그 다짐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신랑에게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 친구들, 다시는 우리 집 못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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