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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눈빛연어 Apr 20. 2025

인생은 이토록 단순하며, 아름답게 빛나는 것카지노 가입 쿠폰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서늘했던 공기는 온데간데없고, 더없이 맑고 봄날 같았던 오늘을 되돌아보는 시간. 문득 야외 테라스가 있는 어느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하이볼 한 잔을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동시에 생각난 책이 있다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카지노 가입 쿠폰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저자무라카미 하루키출판문학사상발매2020.06.18.


술을 마셔 본 적이 없는 독자까지도···라는 멘트와 단지 내가 사랑하는 작가 하루키라는 조합의 결과로 말미암아(!) 책 구매 버튼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거다. 책을 구입한 때는 2004년. 무려 20년 전이다. 덕분에 책의 겉표지는 다시 살펴보니 제법 낡았고, 소장만 하느라 손때는 그다지 없지만 뭔가 구닥다리 냄새가 나는 건 사실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문학사상사, 2004년


2007년 결혼하자마자 삶의 대격돌을 맞이했던 카지노 가입 쿠폰 급기야 B형 간염 진단마저 받았다.뭐, 내가?그땐 가뜩이나 직장과 결혼과 시부모님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맞추느라 소머즈 저리 가라 할 시대였는데 건강 적신호까지 깜빡거린 셈카지노 가입 쿠폰.



결국 카지노 가입 쿠폰 1년간 병원을 다니며 주사와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기도 했다. “와인 한 잔 정도는 괜찮겠죠?”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내게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담당 의사는 심하게 째려보더니“와인은 술 아니가?”쏘아붙이며 경고를 하셨다. 결국 카지노 가입 쿠폰 즐기는 강도는 미약했으나 그래도 기분을 만끽하고플 때 마셨던 와인과 칵테일 모두와 빠이빠이하게 된 해였다.



신혼 초, 집에서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와인을 마시다 쓰러져 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 남편은 한 번도 내게 술을 권한 적이 없다. 가끔 그가 시원한 아사히 맥주를 마시거나 와인을 한 병 사들고 온다.



내가'한 모금만 마셔도 될까?'라고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한 그는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기억한다. 첫 한 모금의 그윽하고 뇌에서 잘 사라지지 않는 그 짜릿한 느낌을 말카지노 가입 쿠폰. 여하튼, 이런 상황 때문에 '술'이라는 옷을 입은 것들은 그날 이후로 내 근처에는 얼씬대지 못했다.



오늘은 이렇게 술 한 잔도 입에 못 대면서 요즘 10도 이하의 저도주가 유행하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하이볼' 덕분에 하이볼의 메인 재료인 위스키가 저절로 떠올랐다. 신상 맥주는 한 번씩 마셔보는 남편이 최근에 하이볼을 몇 번 마시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한 모금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한 모금 들이켠다.



첫 맥주 한 모금이 주는 올킬의 맛. 《첫 맥주 한 모금》을 쓴 프랑스 작가 필립 들레름은 그것을 '무한을 향해서 열리는, 믿을 수 없는 기쁨'이라고 예찬했다.





나의 예민한 미각은 단 한 모금만으로도 어떤 느낌인지 단박에 안다. 그래서인지 싸늘함과 뜨듯 미지근을 교차하는 중간 계절이 끝났음(!)을 제대로 느낀 오늘, 일렁이는 따스한 봄 햇살을 쬐며 걷다 보니 술도 못 마시는 주제에 ‘하이볼 한 잔은 마시고 싶군’ 카지노 가입 쿠폰 속으로 웅얼거렸던 날이었다.



바로 그 하이볼에 알코올의 중독적인 맛을 제공하는 위스키를 입에 올리다 보니 저절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이 꽂힌 서재를 향해 다가갔던 것이다.



《위스키 성지 여행》 은 《상실의 시대》, 《태엽 감는 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등의 걸작을 잇달아 발표해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하루키가 2004년, 장편 소설을 발표하기에 앞서 아내와 함께 위스키의 성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방문하여 애주가로서 그곳의 술맛을 만끽하고, 그곳의 아름답고 독특한 풍토에 대한 하루키만의 감탄을 글로 엮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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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그는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 섬에서 싱글 몰트위스키를 실컷 맛본 다음, 아일랜드로 넘어가서는 도시와 시골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아이리시 위스키를 음미한다.



이 책은 그가 표현하길 '위스키 내음이 배어 나는 작은 여행기'라고도 했으며 또한 '위스키 향취가 물씬 풍기는' 사람들의 인상적인 모습을 참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고 있다.



하루키는 자신의 《위스키 성지 여행》 을 읽는 독자가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신다고 해도... ‘아 그렇겠다, 나도 혼자 어디 먼 곳에 가서 그 고장의 맛있는 위스키를 한번 마셔 보고 싶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면, 하루키에게는 무척이나 뿌듯한 일이 될 것이라고 썼다.



오늘은 책 내용 가운데 개인적으로 생굴을 너무 좋아하는 내게 너무나 와닿았던 문장이 담긴 <생굴과 싱글 몰트는 찰떡궁합!이라는 부분을 그대로 발췌해 본다.


생굴과 싱글 몰트는 찰떡궁합!


아일레이 섬에 가는 사람들 가운데,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꼭 생굴을 먹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6월은 제철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의 굴은 대단히 맛이 좋았다. 다른 고장에서 먹어본 굴과는 상당히 맛이 다르다. 비리지 않고 알이 잘면서도 갯내가 짙다. 매끈하게 생긴 것이 흐물흐물하지 않고 탄력이 있다.


"생굴에다 싱글 몰트를 끼얹어 먹으면 맛이 기가 막혀" 하고 짐이 가르쳐 주었다 "그게 바로 이 섬사람들이 굴을 먹는 독특한 방식이야. 한번 먹어 보면 도저히 잊을 수가 없지."


나는 그 방법을 실행해 보았다. 레스토랑에서 생굴 한 접시와 싱글 몰트를 더블로 주문해서, 껍질 속에 든 생굴에 싱글 몰트를 쪼르륵 끼얹어서는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으-음, 정말이지 환상적인 맛이다.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굴맛과 아일레이 위스키의 그 개성 있는, 바다 안개처럼 아련하고 톡톡한 맛이 입안에서 녹아날 듯 어우러진다.


두 가지 맛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본래의 제맛을 지키면서도 절묘하게 화합한다.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그런 다음 나는 껍질 속에 남은 굴 즙과 위스키가 섞인 국물을 쭈욱 마셨다. 그것을 의식처럼 여섯 번 되풀이한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인생이란 이토록 단순한 것이며, 카지노 가입 쿠폰지도 아름답게 빛나는 것카지노 가입 쿠폰.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중에서, 56-59p



이 구절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작년 말 배우 이청아가 직접 팬들과 소통하는 유튜브' MOCA 이청아'에서 깊고도 고급진 목소리로 읽어 준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녀가 읽어 준 책은 바로 『레이디 맥도날드』, 『거짓말』 등을 쓴 소설가 한은형의 술 에세이집 『밤은 부드러워, 마셔』 중 '굴과 샤블리'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청아가 읽어줬기에 그 글이 유독 더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하다.


술도 못 마시면서 갑자기 훅 내게 와버린 '봄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할 때 생뚱맞게 머릿속에 떠올랐던 '시원한 하이볼 한 잔' 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을 읽게 했고, 필립 들레름의 《첫 맥주 한 모금》 을 소환했으며 결국 작년에 눈 오던 어느 12월에 들었던 배우 이청아가 읽어 준 《밤은 부드러워, 마셔》까지 이어진다. 뭐지? 속으로 자문하며 나홀로 고급진 이청아의 목소리 ASMR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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