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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Jun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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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품은 사람들과 동행하려네




2012년, 밤마다 잠 못 이루며 트위터를 보았어요. 부산 영도로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가 힘을 보태자는 트윗이 연일 올라왔지요. 우울증을 앓고 있던 저는 한진중공업의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보며 극심한 무력감을 느꼈고,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갉아먹으며 울음을 삼켜야 했어요. 아침이 되면 무겁고 띵한 머리로 밥 몇 알을 욱여넣고 학원에 일하러 나갔죠.

얼마 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90년대 초반 줄이은 학생, 노동자 분신 사건들이 떠올랐고, 학생운동에서 생계로 도망친 이십 대의 기억이 다시금 나를 옥죄어 왔지요.


우울증을 겪게 된 원인을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려워요.

나의 부모로부터이어지는 가난, 아들로 대물림해야 하는 그 가난이 증오스러웠고, 어린 조카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해야 했지요. 참혹한 죽음이었고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제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생각에 미안하고 부끄러웠어요.잠을 이루지못하는 밤이어졌어요.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먹는 동안 국가, 사회적인 사태가 연이어 일어났고, 귓가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네 코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어서 그들 속으로 가. 동참해!"


2014년 정말 끔찍했어요.

밤낮으로 울면서 보냈어요. 그것밖에는 할 게 없었어요. 팽목항으로 달려가지도 못하는 저를 증오했지요.

두 달 가까이 이삼일에 한 번씩 내과에 가서 약을 타 왔어요.

우리 집 식구들이 단골로 다니던 병원이 있었는데, 의사 선생이 고개를 갸웃하며 "별 이상은 없는데 도대체 이렇게까지 아플 게 뭘까?" 하며 중얼거렸던 모습이 기억나요.

이전에도 몇 년 동안 위장병을 앓았고 그 원인을 찾아다니다 정신과까지 가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증세가 더 자주, 더 심해졌죠.

매끼 위장약을 먹어야만버틸수 있었어요.

저의 우울증이 재발할까 봐 남편은전전긍긍했어요. 우울증 약을 끊은 지 2년쯤 됐을 때라 조금만 자극받아도 유리 멘털인 제가 견디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 해가 갈 때까지 몇 번의 응급실행이 있었어요.

어디에 내놓을 수도 없는 고통이고 아픔이었죠. 무얼 어떻게 해야 통증이 가라앉을까.

마음공부할 곳을 찾아다니며 심신을 수련하면 괜찮을 줄 알았어요. 치료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근원을 알 수 없는 통증은 여전했어요.




머릿속에 맴도는 말을, 몇 년 동안 찾지 못한 말을, 어느 날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기분 알지요?

아래 문장이 그랬어요.

시인이자 철학자인 진은영과 쌍용자동차, 세월호 참사 등에서 사회적 치유를 위해 진심을 다한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대화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문장이자 깊은 울림을 주는 사유라고 생각합니다.


진은영 : 파커 J. 파머가 매년 순례 여행을 하면서 들르는 숲이 어느 해 허리케인 피해를 입어서 2천만 그루의 나무가 쓰러졌는데, 그 숲이 폐허가 된 것을 보고는 그 참혹함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아서 그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는 해마다 그 폐허를 다시 찾으면서 정말 깊은 감동을 느껴요. 자연이 그 참혹한 파괴를 새로운 성장의 자극제로 쓰는 것을, 또 느리고 끈질기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는 거죠. 그는 그것을 보면서 온전함은 곧 완전함이 아니라 오히려 깨어짐을 삶의 피할 수 없는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폐허를 생명의 묘판으로 쓰는 온전함을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188쪽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진은영, 정혜신(창비)



아름다운 추억, 좋은 사람, 그것들이 변질되는 모습을 목도하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 변질 혹은 변화를 수용하며 함께 나아갈 건지, 피할 건지. 그런 어려움에서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 말이에요.

위 글을 읽으며 제가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의 조화를 외면하고, 폐허의 참혹함을 직시할 용기가 없어 도망치느라 발버둥 쳐왔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아팠던 이유가 어쩌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외면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정혜신 님이 말하는 '이웃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서의 기쁜 의무를 마치 나를 압사할 무엇으로 여겼던 것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라 할까요.




며칠 전 '별을 품은 사람들(이하 별품사)'이라는 모임에서 위 책을 읽고 토론했어요.

별품사가 뭐냐고요?

'함께 크는 여성 울림'의 소모임으로 세월호 참사, 촛불 집회로 이어지는 시기에 안산에서 만들어졌어요.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약전을 읽으며 세월호 진상규명 집회에 동참하고유가족과 연대해 온 모임이에요.

지난 사월은 세월호 8주기였어요.

작년에 이어 별품사 회원들과 함께 1000인 합창제에 동참했어요. 그냥사람이 좋아서 함께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이어지대요.

그들은 너무나 다정하고 유순한 사람들이라 제게 아무도 별품사 동참을 강요한 적은 없었는데, 이제는 함께하게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해서 저도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어요.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온 별품사 활동이었고,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던 일인데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게 됐느냐고요?

세월호 유가족을 돕는 모임에 오래, 끝까지 동참할 자신이 없어 피해 다녔던 저. 그것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위 책이 더 그런 믿음을 주었어요.

이젠 별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로 발짝만 떼어놓으면 되는 일이었네요.

네, 오랫동안 어리석었어요. 하지만 그런 자신을 탓하기보다 이제라도 알아차려서 다행이라 생각하려고요.

다만 끈을 놓지 않고 먼저 활동해 온 분들께, 유가족 분들께, 너무 늦어서 죄송하지만, 그렇더라도 동행하게 허락해 달라고 말씀드려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고, 적어놓은문장이 없지만, 근래 드물게 자극과 여운을 책이에요.

생각나는 대로 마음에 남았던 내용을 간추려 봅니다.


*트라우마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뜨개질, 그림, 글쓰기, 목공 등의 예술창작 행위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나 집단에 의해 상처받은 이들에게 더 절실한 것은 마음이 어떠냐고 물어봐 주는 이웃의 존재다. 즉 이웃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존재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유가족에게 조촐한 밥상 대접하기, 이웃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적정 심리학, 사회적 치유 등의 의미들.


책을 주문했으니 이제 밑줄 그으며 다시 읽고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서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이야기 나누곤 했던 당신에게 글 띄우는 이 밤.

모두가 안전한 밤이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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