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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Dec 12. 2022

무료 카지노 게임 온 편지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소설/돌베개/2017.4.3


Q. 한국의 세월호, 일본의 지진 등 재난에 대해 문학이 뭘 할 수 있나.
A. “크고 깊은 집단적 마음의 상처를 유효하게 표현하고, 치유하는 건 작가에게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지금까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억할 것은 ‘명백한 목적 아래 쓰인 소설은 대부분 문학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그런 사건을 다루는 건 작가의 중대 과제다. 목적을 품되 목적을 능가하는(혹은 지워버리는) 것.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작가라면 꼭 도전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
- 2017.07.18 문학동네 서면 인터뷰에서 <기사단장 죽이기의 무료 카지노 게임 무라카미 하루키가 답한 말.



무료 카지노 게임들은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사건을 겪은 충격과 고통, 거기서 얻은 사유를 글에 녹여낸다.

최근 읽은 김탁환 작가의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에는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으로 겪은 이들이 등장한다. 생존자이면서 구조자, 단원고 희생 학생들과 생존 학생, 인솔 교사, 특별조사 위원회 조사관, 잠수사 등이 그들이다.


김탁환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는데, 며칠 전 토론을 위해 이 단편집을 읽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삼 년 만인 2017년 4월에 출간되었다. 작가가 아무리 부지런히 단편을 쓴다 해도 여덟 편을 쓰려면 십이 개월에서 십오 개월은 걸릴 텐데, 김탁환 작가는 민간 잠수사들을 다룬 <거짓말이다라는 장편을 2016년 8월에 출간하고 이어서 이 책을 출간한 것이다.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세월호 참사라는 집단적 상처와 치유에 매달렸을지 짐작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그 규모나 성격에 있어서 용산 참사의 수백수천 배의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인 만큼 그것이 우리 시대 사람들의 영혼에 가한 고통의 총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중략)
아마도 이제부터 한국문학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김탁환의 이 정열적이고 공격적인 '세월호 이야기의 소설화'는 그 '세월호 이후'라는 문학적 신세기의 시작에 해당된다. -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명인의 해설 중에서




단편 '무료 카지노 게임 온 편지'는


제자가 선생님에게 보내는 무료 카지노 게임 형식의 작품이다.

제자는 고2 때부터 십일 년 동안 열네 번 쓰러졌다고 고백한다. 빈혈이 심한 아이였나 보다 추측하며 읽었는데 놀랍게도 반전이 나온다.


너무 기뻐 가슴이 쿵쿵 뛰면서도 동시에 이 행복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얼굴들이 저를 덮칠 때였어요. 129쪽


이 편지의 발신 일은 2025년 4월 16일이다. 편지를 쓴 세월호 참사의 생존 학생 윤현진은 단짝 친구를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참사 이후 꼭꼭 숨어서 지내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마치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지운 사람처럼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이 어쩌면 더 편한 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윤현진은 자신들을 인솔하다 숨진 담임선생을 남몰래 추모하고 그가 선생으로서 보여 준 삶을 따라가려고 애쓴다.

선생처럼 일본어를 전공하고 주위에서 말리는데도 '스물아홉 살의 선생'과 같은 나이가 되어 자신의 모교로 부임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학여행 날 쓰러진 뒤 병원에서 깨어나 선생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를 쓴다.


스물아홉 살이란 나이는 많다면 많지만 적다면 매우 적은 나이예요. 제가 그 나이에 이르고 나니, 과연 제가 선생님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선생님처럼 끝까지 배에 남아 학생을 찾아다녔을까 스스로 묻곤 한답니다. 이 차이가 학생들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이 또한 두려워졌어요. 149쪽


지금 내 아들의 나이도 스물아홉이다. 나와 동등한 어른으로 대우하다가도 어린애 같은 행동을 할 때 보면, 저런 아들이 세월호의 인솔 교사라는 상상을 하면 그 자리는 상처뿐인 자리겠구나 싶다. 희생되었어도, 살아남았대도 죄인의 멍에를 쓰게 되는 자리.

윤현진은 '스물아홉이라는 아름답고 커 보였던' 담임선생의 나이가 되고 보니 '어리석고 서툴고 부끄러운' 불안하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수학여행 인솔 교사라는 이유로 수십 명의 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참사의 상황에서 생명까지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던 담임선생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봄에 침몰선에서 탈출했고, 민아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을 그 배에서 잃었으며, 담임선생님과도 재회하지 못하는 상처를 평생 지닌 교사죠. 이런 참혹한 경험이 있는 교사와 없는 교사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153쪽


이 개월이 안 되는 짧은 시기에 담임선생으로부터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지성을 영향받아 스물아홉의 나이가 된 윤현진은 다행히도 고통스러운 과거에 직면하고 걸어가는 단단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누군가에겐 '고맙습니다'란 말이 '사랑합니다'란 말보다 더 사랑스러운 법이라고. 제겐 봄꽃과 같은 선생님이 그래요.
정말 고맙습니다. 157쪽


김탁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말에서 고백한다.

"두 가지 부끄러움이 찾아들었다. 첫째는 현재 진행형인 그들의 '고통'을 더 철저하게 옮기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지 못한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라면 필연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자 부족함일 테다. 위 단편만 보더라도 스물아홉의 선생의 위치에 선 제자 윤현진의 마음에서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는 표제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고도 남았다.

그리하여 이 글을 읽은 나는 김탁환 작가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마음이다. 유가족만이 아니라 세월호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자들을 취재하고 기록한 그의 치열한 노고에 감사하고, 그럼에도 부끄러워하는 그의 마음에 감사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을 읽은 내가 그러했듯이, 이러한 글이 누군가에게 스며들고 물들어 소설이든 리뷰든 다음의 글이 되고 기록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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