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머니를 사수하라.
라이언이 마지막 학기를 시작하자마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어요. 4학년 2학기라 졸업논문준비며 학과와 학군단에서 맡은 직책으로 졸업에 합당한 자격요건 등을 체크하고 여러 가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말이지요.
워낙 돈계산이 칼 같아서 받을 것도 줄 것도 정확합니다. 지름천사가 임할 때도 통장의 잔고상태가 묵시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절대, 절대로 지름천사가 가동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방학 중 군사훈련비나 교수님 학술세미나 스텝으로 일한 후 받는 특별 보너스 같은 수입에는 한 번씩 '오다 주웠어' 이런 이모티콘 비슷한 걸 투척하며 엄마와 누나에게 자비를 베풉니다.
라이언 통장은 늘 마르지 않는 샘인데 한시적인 것도 아닌 본격적인 아르바이트를 한다니 저는 조금 의아했지요.
"라이언아, 학기 중인데 아르바이트를 왜?"
"겨울 방학에 해외무료 카지노 게임 가려고."
무료 카지노 게임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거예요.
끄덕끄덕. 마지막 학기라 아르바이트 안 하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4학년 겨울방학땐 학생군사훈련도 없고 학생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방학이라는 생각에 조금 길게 해외무료 카지노 게임을 다녀와도 좋겠다고동의를 했어요.
"감당할 만하겠어?안 바빠?"
"매일 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3~4일 정도 하니까 괜찮아."
"그래. 그럼 잘 모아서 유럽 쪽으로 다녀오면 좋겠네."
중간고사 전까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는군요.
군복생활을 하게 되면 길게 휴가 쓰기가 힘들 수도 있어서 2주 이상은 체류해야할 유럽 쪽을 추천했지요. 라이언도 마지막 방학이니 제 의견에 호의적이었고요.
라이언이 일하게 된 곳은초밥집.
거기서 해야 할 일은 초밥 만들 재료를 손질하고반제품 튀김을 기름에 튀기고 틈이 나면 설거지 돕기. 딱히 정해진 일 없이 시키는 대로 잡다한 일을 다 하는 게 식당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일이겠지요. 초밥집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인 라이언을 4대 보험에 가입시켜 주었어요. 그리고 쭉 이어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답니다.라이언 생김이 누가 봐도 꾀부리고 애태우게 생긴 인상은 아닙니다. (또 슬슬 나온다, 도치맘 기질 흠흠)
일의 강도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학과에서 맡은 직책 때문에 교수님 호출로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그랬나 봐요. 군대는 상명하복이잖아요. 교수님들 대부분이 군인출신이라 호출 즉시 즉답해야 하니 초밥집 일 하는 동안 연락이 오면 난감했겠지요.
거기다 작년 더위가 오죽 더웠어야지요. 가을 절반쯤은 더위가 물어가 버렸잖아요. 유독 더위에 빌빌거리는 라이언에게조리대의 열기도 한 몫했겠고요. 사장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중간고사 준비 전까지 간신히 날짜를 채웠어요.
10월부터는 각 대학의 수시모집전형 진행기간이라 다시 교수님들을 도와 주말과 평일 빈 강의시간에 수시 관련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그렇게 틈틈이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올 1월 정시모집 때까지이어졌어요.
라이언이 유럽무료 카지노 게임을 가려면 미리 항공권을 넉넉하게 예약하면 좋으련만 차일피일 미루는 거예요.
"미리미리 항공권을 예매해야지?"
"친구들이 유럽여행에 별 호응이 없네."
게다가 방학 중에도 학교의 여러 가지 스케줄이 잘 맞지 않는다고 슬그머니 유럽을 무료 카지노 게임지 후보에서 내려놓는 겁니다. 직업군인은 일반 직장인과는 다른 직업이라 시간 안배가 어려울 수 있으니 방학 때 꼭 유럽을 다녀오라고 종용했지만 결국 라이언은 유럽행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그 대신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세 가족만 떠난 해외무료 카지노 게임이 한 번도 없었어요. 가족여행 제안에 우리 셋 다 손뼉 치며 좋아했어요.
그런데 항공권을 예약하려고 하니 서로 날짜 맞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1000피스 퍼즐판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안 맞는지ㅠㅠ
딸이 고용노동부의 취업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여서 프로그램이 끝나면 바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취직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취직이 될 경우 여행에 합류할 수 없는 것이지요. 아들 또한 임관식 후 3월에 입교하면 첫 휴가는 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방학 중에 여행을 가야 했어요. 딸은 괜찮으니 제외하고 엄마와 동생 둘이 다녀오라고 합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기간을 정하는데서부터 만만치가 않았어요.
저는 설명절 연휴를 제외해야 했어요. 부모님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없는 명절에 어머니 혼자서 음식 준비하시는 것은 큰 부담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라이언 졸업식과 임관식 기간도 제외, 친구들과 국내외여행 기간도 제외, 정시모집 아르바이트 기간도 제외. 그러고 나니 남은 기간은 2월 초중순으로 좁혀졌어요. 딸은 취직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가족여행 항공권을 예매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했고요. 결국 가족여행에서 모자여행으로 바뀌었어요. 그 대신 셋이 모두 떠나는 여행은 주말을 끼고 국내여행으로 바뀌었지요.
무료 카지노 게임날짜는 좁혀졌고 무료 카지노 게임지 선정이 남았어요.
제가 휴가를 낸 날짜는 주말주일 포함 딱 일주일. 저는 브런치 작가님들의 호의적인 댓글을 염두에 두고 두 세 곳을 떠올렸어요. 추위를 워낙 많이 타서 추운 곳보다는 우리나라보다 더 남쪽 따뜻한 곳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라이언과 제가 가지 않은 나라를 골라 서로 맞추다 보니 자꾸 이견이 생겼어요.
저는 문화유적지탐방이나 트래킹, 라이언은 휴양. 서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어요. 어찌 엄마와 아들이 서로 입장이 바꿔 된 것 같았어요.
"라이언아, 상해 어때?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던 곳이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곳이잖아."
"엄마, 상해보단 가려면 대만 어때? 대만과 중국정부가 살얼음판인데 언제 두 나라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야. 그러니까 안전한 상황일 때 다녀오자."
누가 예비장교 아니랄까 봐 무료 카지노 게임지 선택에서도 국제정세를 들먹입니다. 저는 상해에 사시는 우리 지역 동생 새벽소리 작가님이 베푸시겠다는 특혜가 떠올랐다기보다는 흠흠. 상해 간 김에 만나 뵙고 싶었어요.
둘 다 양보가 없이 팽팽합니다.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나라를 수호하려 애쓰신 분들 헌신의 족적을 찾아보는 게 의미 있지."
"엄마, 상해는 나중에라도 갈 수 있잖아. 교수님들 말씀이 중국 대만 두 나라가 지금 조마조마한 상태래."
그래서 이번엔 하노이를 내세웠지요.
"하노이 어때? 하노이 날씨도 따뜻하고 너 좋아하는 열대과일도 실컷 먹고 너 쌀국수 귀신이잖아. 일본 가서도 국수 사 먹는 애가 라이언 아냐? 거기 문화예술세계도 어마어마해. 엄마는 그 거리들을 차분히 걷고 싶어."
머릿속으로는 마틸다하나씨작가님께서 세세히 소개하신 하노이의 문화예술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탱탱볼 튀듯 튀어 올랐어요. 그러자 라이언은 싱가포르와 태국을 내세웁니다.
"엄마, 열대과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실컷 먹을 수 있지. 그건 큰 의미가 없어. 태국과 싱가포르는 이동하기도 쉬우니까 한꺼번에 두 나라를 다녀오는 건 어때?."
역시 이번에도 양쪽 다 한치의 물러섬이 없습니다. 그래서 잠깐 휴전을 했지요. 서로 조금 더 생각해 보자고요. 그때마침 유튜브 채널풍향고 팀들이 사파를 가는 여정이 소개되었어요.
"라이언, 사파 어때? "
"오, 사파라면 나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지."
드디어 남북정상회담, 아니 우리 집 모자무료 카지노 게임좌담이 성사되었습니다.
헨델의 메시아 음악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오, 할렐루야, 할렐루야 렐루야 렐루야~~
기뻐하며 경배하세~~~!!!
"엄마가 잘 아는 브런치 작가님이 계셔. 그분이 사파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소개하신 글이 세개나 있어. "
저는 제가 쓴 글인양 마틸다 하나씨 작가님 글을 으스대며 자랑했지요. 그리고 얼른 한마디 덧붙였어요.
"라이언,그분 글 링크를 공유해 줄게. "
저는 신이 나서 바로 링크를 공유했지요. 군생활 하는 동안 아들과 해외무료 카지노 게임 기회가 언제 또 생길지 모르니 이번 여행 경비는 모두 제가 부담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빛의 속도로 항공권을 예약하기 시작했어요. 최저가를 검색하고 또 검색해서 라이언은 가장 적합한 시간에 합리적인 가격 비엣젯항공편을 결정했어요.
라이언이 제안합니다.
"엄마, 여행경비는 항공권부터 선물구입비까지 일체 반띵하는 거야. 어때? 난 내 몫 부담할게."
오호!!! 이게 웬 횡재입니까?
아직 학생 신분이니 당연히 모든 무료 카지노 게임비를 부담하려 했었는데 스스로 자기 몫의 경비를 부담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또 쾌재를 불렀지만 짐짓 그렇지 않은 척 포커페이스를 하고
"그래? 그때 초밥집 아르바이트한 거로 쓰면 되겠네. 그 대신 엄마가 하노이, 사파 일정은 세워볼게. 휴양보다는 탐방 알지?"
대단한 선심을 쓰는 듯 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지요. 그리고 원하는 대로 휴양이 아닌 탐방!! 을 강조했어요.
"엄마, 집에서 인천공항까지는 꽃분이로 가자. 그게 시간도 절약되고 리무진 버스보다 경비도 훨씬 저렴해."
게다가 리무진 버스 대신에 꽃분이까지.
"라이언아, 귀국하는 날 아침에 도착할 텐데 피곤하지 않겠어?"
"괜찮아 엄마. 그 정도는."
이렇게 모자여행은 하노이를 거쳐 사파에 가기로, 여행경비는 우리가 좋아하는 반띵 하기로 결정했어요.
반띵 할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써서 비엣젯 아니고 국내항공으로 할걸 그랬어요.
뭐 꼭 아들에게 돈을 빼내어 내 주머니에 넣어야만 등골 빼기 인가요?
내 주머니에서 아들에게 나갈뻔한 돈을 고스란히 내 몫으로 움켜쥐는 것도 등골 빼기지요.
등골 빼기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