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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레 May 10. 2023

머무르지 않는 카지노 가입 쿠폰

20. Otranto, Baia dei Turchi

풀리아의 끝을 찍고 해안을 따라 달린 지 이틀째, 바닷가 소도시 오뜨란토(Otranto) 외곽의 아그리투리스모에 도착했다.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는 농업과 관광을 합친 단어로, 요식업과 숙박업을 겸하는 농가를 말한다. 직접 생산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탈리아에서는 흔한 숙박형태여서 소박한 농가 스타일부터 웬만한 호텔 못지 않게 고급스럽고 예쁜 곳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많고, 보통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카지노 가입 쿠폰 식사를 제공한다.


우리는 캠핑카로 여행하니 이런 아그리투리스모에서 숙박할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오뜨란토와 터키인의 만 중간쯤에 위치한 아그리투리스모에서 오토캠핑장을 운영카지노 가입 쿠폰 있어서 2박을 하기로 했다. 마침 오토캠핑장 숙박객도 미리 예약을 하면 저녁 식사가 가능하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 가격도 적당해서 고민하지 않고 그날 저녁을 예약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한 탓에 너무 기대되어 하루 종일 저녁 시간만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식사 시간, 농가의 식사답게 음식은 소박했지만 모든 재료가 신선했고 간이 잘 맞아 맛있었다. 디저트는 나무에서 갓 딴 잘 익은 자두와 앵두 두 알이었다. 티라미수나 판나코타 같은 이탈리아 정통 디저트를 기대했는데 마당에서 딴 과일이라니 성의가 없다 싶었지만 달고 향긋해서 좋았다. 낮에 아름다운 터키인의 만에서 수영카지노 가입 쿠폰 돌아와 오토캠핑장 내 샤워실에서 샤워도 카지노 가입 쿠폰 저녁도 맛있게 잘 먹은 우리는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날 새벽에 일어날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별것 아닌 사소한 일들이 하나씩 꼬리에 꼬리를 물다 난데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날이 있다. 이날이 그런 날이었다. 새벽에 모기 물린 데가 가려워 깬 것이 화근이었다. 너무 가렵고 모기 소리도 들려 다시 잠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참고 자려고 노력해 봤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결국 남편을 깨우고 말았다. 캠핑카의 침실이 너무 좁고 낮아서 바깥쪽에 카지노 가입 쿠폰 남편을 깨우지 않고는 내려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몸을 타고 넘어서 사다리 아래로 내려가 약을 바르고, 내친 김에 모기기피제도 뿌렸다. 나름 화장실에 들어가서 뿌렸는데 화장실이 밀폐가 안 될 뿐더러 약품이 너무 독해서 캠핑카 전체를 화생방 훈련장으로 만들고 말았다. 결국 남편이 기침을 하며 일어나고 환기를 하느라고 난리가 났다. 이때가 새벽 4시 반. 잠에서 완전히 깬 남편은 짜증을 엄청 내고는 아예 소파로 내려가 앉아 버렸다.


나는 침대 위에 다시 누웠는데 잠도 오지 않고 어차피 깬 거 모기를 잡고 자자 싶어서 일어나 모기를 때려잡았다. 잡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피를 얼마나 빨았는지 하얀색 커튼에 큼직한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고 말았다. 그때 그냥 두고 잤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커튼의 핏자국을 지워야겠다 싶었던 것이 또 화근이었다. 화장실에 있는 물티슈를 갖다 달라고 할까 하다가 남편이 짜증냈을 때 카지노 가입 쿠폰이 상한 바람에 그냥 내가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뒤로 돌아 엎드린 자세로 2층에 걸쳐져 카지노 가입 쿠폰 사다리에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어째선지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았던 사다리는 발을 딛자마자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나는 가까스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 사다리가 하필이면 텔레비전 쪽으로 넘어져서 이 차에서 유일한 새 것인 텔레비전 액정을 쳐 버리고 말았다. 황급히 티비를 켜 봤지만 화면이 완전히 나가 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 텔레비전은 우리가 단 것은 아니고 전 주인이 단 것인데 완전 새 것이라 그만큼 캠핑카 가격이 올라갔으니.. 160유로, 20만 원이 넘는 돈이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세상에..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짜증이 나 있던 남편은 결국 폭발해 버렸다. 밤중이라 큰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여행을 시작한 이래 가장 싸늘한 냉기가 우리 사이에 흘렀고, 결국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속상하고 피곤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 여전히 카지노 가입 쿠폰이 크게 상해 있던 우리는 일어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자전거를 타고 터키인의 만을 보러 가면서도 내내 굳은 얼굴이었다. 서로 꼭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서.


우리가 카지노 가입 쿠폰 아그리투리스모에서 자전거와 도보로 10분쯤 가면 나오는 터키인의 만(Baia dei Turchi)은 1480년에 튀르크족이 이곳으로 침략해 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이 해안에는 훨씬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전날 낮에 절벽 위에 서서 숲과 절벽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해안과 드넓은 바다를 마주했을 때는 눈앞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말문이 막혔다. 먼바다의 진한 푸른빛에서 해안 가까이 투명한 하늘빛으로 변해오는 색감도 너무 아름답고, 바람 때문에 파도가 세게 이는데도 바닷물이 유리알처럼 맑았다. 저 멀리까지 길게 길게 이어지는 절벽과 무성한 초록, 그 아래로 하얗게 빛나는 모래사장과 투명한 하늘빛 바다.


전날은 파라솔이 뽑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불어 제대로 놀지 못했는데, 텔레비전을 깨 먹은 날은 바람이 잠잠해 파도 하나 없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평화롭지 못한 것은 내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다. 텔레비전을 깨 먹게 된 과정을 하나하나 돌이켜 봤을 때, 그러지 말걸 굳이 왜 그랬지 싶은 후회스러운 포인트가 많았던 탓이다. 가뜩이나 속상한데 남편이 화를 내서 더 섭섭하고 화가 났다. 게다가 이런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지금까지 본 중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있자니 이 상황이 괴로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지난 일을 돌이켜 하나하나 되짚으며 후회하고 자책하는 성격이라 이런 일을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다. 내 카지노 가입 쿠폰은 늘 과거에 내가 한 선택을 돌이켜 후회하며 괴로워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심으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즐기지 못하고 있는 이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내 카지노 가입 쿠폰이 후회하는 것을 멈출 수 있을까? 효과가 있었던 것은 이것이다. 그 일은 어찌 됐든 일어났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내가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했든 텔레비전은 깨졌을 거라고, 마침내 그렇게 생각하니 카지노 가입 쿠폰이 한결 편해졌다. 결국 내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거라는 생각이 가장 괴로운 거니까. 그렇게 카지노 가입 쿠폰을 정리하고 남편에게 말했다. 텔레비전은 깨질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이 일로 인한 손해를 그 정도로 끝낼지 오늘 하루를 망쳐 손해를 더 키울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솔직히 텔레비전보다 이 풍경을 보고 있는 이 순간이 더 아깝잖아.” 남편은 텔레비전이 깨질 운명이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더는 나를 책망하지 않고 카지노 가입 쿠폰을 풀어 주었다. 함께 카지노 가입 쿠폰을 풀고, 그제서야 우리는 눈앞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오후에는 우리가 있던 캠핑장에서 터키인의 만과는 반대쪽으로 난 길을 따라 2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해안 마을 오뜨란토(Otranto)로 갔다. 깨끗하고 아담한 해변, 해변을 따라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는 길, 뽀얗고 반들반들한 돌이 빈틈없이 깔린 구시가지, 맑고 얕은 바다를 넓게 껴안은 마을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광장,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가득한 골목.. 오랜 세월 동안 구석구석 정성 들여 다듬고 아껴온 애정이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그날만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디에 서 있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쾌적하기까지 했다.


정착해서 살고 싶을 정도로 아담카지노 가입 쿠폰 깨끗카지노 가입 쿠폰 예쁜 마을이었다. 부동산에 붙은 매물 정보를 읽어 보기도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바로 포기. 그리고 여담이지만 정말 맛있는 그라니따를 만드는 가게가 이곳 광장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 둬야겠다. 이탈리아는 젤라또가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여름에는 슬러시와 비슷한 그라니따(Granita)를 더 좋아하는데, 진짜 그라니따는 젤라또와 만드는 방법이 동일카지노 가입 쿠폰 우유 대신 물을 넣어 만든다는 점만 다르다. 시칠리아가 원조라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서는 제대로 만드는 곳을 쉽게 볼 수 없는 탓에 사실 맛보다는 시원함에 즐겨 먹었던 건데, 여기 수제 그라니따는 신선한 과육이 가득 들어 있고 젤라또 못지않게 맛이 진해서 너무 맛있었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광장의 난간에 걸터앉아서 그라니따를 먹으며 생각하니 간밤에 일어났던 일은 이미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다. 살다 보면 실수도 많이 하고 스스로실망할 일도 속상할 일도 많다. 하지만 내가 과거에 무슨 실수를 했든 어떤 손해를 봤든, 바다를 보며 2유로짜리 그라니따를 먹고 있는 지금의 나는 행복할 수 있다.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일에 계속 카지노 가입 쿠폰을 두지 않는 것. 그 일에 머물러 현재를 망치지 않는 것. 이미 일어난 일을 흘려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을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배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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