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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레 Apr 23. 2023

고생을 해야 진짜 카지노 게임라지만

05. La Spezia, Cinque terre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그 유명한 친퀘테레였다. 모넬리아에서 가깝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서 코로나에 비수기가 겹쳐 관광객이 적을 때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카지노 게임 라스페치아 항구 근처 허름한 무인 캠핑카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캠핑카 주차장은 문이나 창문을 열거나 테이블을 내놓는 등의 캠핑 활동은 할 수 없지만 캠핑카 안에서 음식을 해 먹거나 잠을 자는 것은 허용되는 주차장을 말한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올 테니 그 정도면 충분했다. 비용은 24시간에 6유로로, 당시 환율로 8,000원 정도에 잘 곳을 마련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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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를 해 놓고 바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하필 근처 유일한 담배가게에 버스 표가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걸어서 다른 정류장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질 터라 남편이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해 표를 사기로 했다. 마침 그 순간 버스가 와서 일단 타고, 남편이 기사님께 말씀드린 후에 휴대폰으로 표를 결제하려고 했는데 알 수 없는 오류가 생겨 표를 살 수가 없었다. 시도하는 족족 오류가 났다.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렀다.


우리가 내릴 정류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안절부절못하며 휴대폰과 씨름하는 동안 어느새 목적지가 가까워져 있었다. 아 이를 어찌하나, 이탈리아 버스는 현금을 받지 않아서 표 값을 치를 방법이 없는데. 이탈리아의 대중교통은 기계에 표를 넣어 일시를 찍고 그로부터 90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표에 찍힌 일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무임승차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사님이 표를 확인하지 않는다. 표에 일시를 찍는 기계도 보통 중간과 뒤쪽에 있어 무임승차가 쉬운 대신 무작위 검사에 걸리면 벌금을 많이 물게 되는 시스템이다. 무작위 검사는 버스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냥 내리면 그만이긴 했지만 양심상 도저히 그럴 수 없어 정류장을 지나쳤다. 휴대폰 구매는 계속 에러가 나고 차마 버스에서 내릴 수도 없고 진퇴양난의 상황. 우리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본 기사님이 안 되면 그냥 내리라고 해 주셨기에 망정이지 정말.


버스에서 내려 한숨 돌리고 둘러본 라스페치아 시내는 넓고 쾌적하고 기대보다 예뻤다. 친퀘테레로 가는 관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해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과 크고 고풍스러운 건물들, 진한 주황색 오렌지를 가득 달고 있는 가로수들이 여느 이탈리아 도시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감탄도 잠시, 우리는 얼른 정류장 근처 가게를 찾아 돌아갈 때 쓸 표와 다음 날 쓸 표까지 한꺼번에 구매하고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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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 즐비한 레스토랑 중에서 튀김을 파는 곳을 골라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바로 기차역으로 가서 친퀘테레행 기차를 탔다. 친퀘테레(Cinque Terre)는 이탈리아어로 다섯 땅들이라는 의미로, 기찻길로 이어진 다섯 마을을 합쳐 이르는 말이다. 친퀘테레에 가기 위해서는 라스페치아역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 우리는 다섯 마을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몬테로소알마레(Monterosso al Mare)로 갔다.


우리의 목적은 트레킹이었다. 친퀘테레의 다섯 마을을 잇는 트레일은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마침 걷기 좋은 5월에 친퀘테레에 갔으니 우리에게는 가장 먼 마을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걸어서 돌아오겠다는, 즉 전체 트레일을 완주하겠다는 야심이 있었다. 그런데 몬테로소알마레 역에 도착해 직원에게 물어보니 산사태로 대부분의 트레일 코스가 폐쇄되었고 온전히 남아 있는 코스는 베르나차(Vernazza)에서 코르닐리아(Corniglia)까지의 한 구간뿐이라고 했다. 그 말은 가장 기대했던 리오마조레(Riomaggiore)의 ‘사랑의 길’도 폐쇄되었다는 뜻이었다.(사실 ‘사랑의 길‘은 이미 몇 년 동안이나 폐쇄된 상태였는데 내가 몰랐던 거였지만)되는 일이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실망해 기운이 빠진 우리는 기차역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넓은 해변이 있는 밝고 환한 풍경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몬테로소알마레는 다른 마을들과 다르게 넓은 모래사장이 있는 크고 세련된 마을이었다. 골목도 예쁘고 해변 앞 깨끗하고 넓은 도로변에는 바와 레스토랑,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즐비했다. 우리는 해변 바로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끄트머리에 있는 절벽까지 걸어 봤다. 저 멀리, 기차로 지나온 다른 마을들이 띄엄띄엄 조그맣게 보였다.



아직 봄인 데다가 그날은 구름이 해를 가릴 때도 있어 아주 따뜻한 날은 아니었는데도, 아랑곳없이 해변에 수영복을 입고 누워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 어차피 트레일을 모두 걸으려던 계획도 틀어진 마당에 나도 해변에 누워 느긋하게 햇볕이나 쬘까 싶기도 했지만, 아쉬운 대로 한 코스라도 걸어 봐야지 싶어 다시 기차를 타고 베르나차로 갔다.


도착해 보니 모래사장이 없는 베르나차카지노 게임도 사람들이 바위며 길 위에 누워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등바등 걸을 필요가 있나 누워서 햇볕이나 쬐지 싶은 마음이 든다. 겨우겨우 유혹을 이겨내고 가격만 비싸고 부실한 한치 튀김을 한 컵 사 먹은 후 표지판을 따라가 마을 뒤편에 난 길을 찾았다. 트레일은 자비 없이 곧바로 오르막이었다. 오르막 다음에 또 오르막, 코너를 돌아서 다시 오르막. 트레일에 들어선 지 5분도 안 되어 금세 거친 숨을 몰아쉬게 된다. 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오르다 보면 길은 곧 높은 절벽을 끼고 이어져서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릿할 지경이었는데, 그 길카지노 게임 내려다본 베르나차의 전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트레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와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베르나차의 아름다운 전경이 보이는 이 구간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돈을 받는다. 돈을 내야 하는 줄 몰랐던 카지노 게임 당황했지만 트레일을 꼭 걷고 싶어 돈을 냈다. 입장료는 비싸기까지 해서 겨우 한 구간일 뿐인데도 한 명에 무려 7.5유로나 했다. 2021년 비수기의 일이니 지금은 더 올랐을 것이다. 그 돈을 내고서 카지노 게임 이제는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는 각오로 걸었다. 까마득한 절벽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길은 산속으로 이어져 한없이 올라갔다가 또 한없이 내려가며 구불구불 이어졌다. 길이 너무 가파르고 울퉁불퉁해서 무릎과 발목이 너무 아팠다. 카지노 게임 도대체 무슨 객기로 전체 트레일을 걸으려고 한 걸까, 한 구간만이라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분명 한 시간짜리 코스라고 들었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었는데도 카지노 게임 아직 트레일 한가운데 있었다. 이런 체력으로 전체 트레일을 걸으려고 했다니. 설상가상 화장실도 급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집이 한 채 두 채 나타나더니 트레일이 좁은 골목으로 이어졌고, 그곳에 바가 있었다. 카지노 게임 다급히 들어가 오렌지 주스와 레몬 주스를 주문하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볼일을 해결하고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시원한 음료와 탁 트인 뷰를 즐겼다.


트레일카지노 게임 바라본 코르닐리아 마을


결국 카지노 게임 잠깐의 휴식 시간까지 포함해 총 두 시간 걸려 코르닐리아에 도착했다. 이 작은 마을은 높은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어서 해변이 없는 대신에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다른 마을에 비해 소박한 느낌이지만 좁은 골목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작은 바와 레스토랑이 귀엽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마을과 기차역의 고도차다. 그래서 셔틀버스가 있는 건데, 구글맵상으로는 마을과 기차역이 너무 가까워 보여 간과하기 쉽다. 우리도 셔틀버스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걸어가던 중에 하네스도 없이 고양이를 산책시키고 있던 현지인임이 분명한 아저씨를 발견하고 기차역이 얼마나 먼지 물어봤는데, 얼마 안 걸린다며 걸어가면 된다고 했다. 정말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바로 저 너머라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알려준 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니 짜란~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과 계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로 수없이 이어져 있는 지그재그 형태의 내리막길과 계단들을 당혹스럽게 내려다봤다. 아저씨의 취미가 카지노 게임자들을 골탕 먹이는 것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게 분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두 시간 동안 산길을 걷고서 마을 구경까지 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저 헛웃음이 났다.


이걸로 카지노 게임이 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그 후에 한 카지노 게임은 내 책임도 없지 않다. 코르닐리아에서 기차를 타고 라스페치아로 돌아온 후 바로 버스를 타러 갔으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지친 다리로 또 한참을 걸어 한국 식재료를 파는 중국 마트를 찾으러 다닌 것이다. 남편에게는 미안했지만 저녁에 라면을 끓여 먹겠다는 일념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어 라면과 한식 재료를 사고 버스를 타러 갔다. 이제 버스를 타고 차로 돌아가서 라면을 끓여 먹고 쓰러져 자야지. 그런데 무슨 일인지 다음 버스가 오지 않는 거였다.

분명히 앱에는 버스가 온다고 되어 있고 정해진 배차 간격도 훨씬 지났는데 어찌된 일인지 버스는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앉을 자리도 없이 정류장 표지판 하나 달랑 있는 길가에 서서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설상가상 천둥 번개가 치고 비까지 쏟아지는 거다. 이 타이밍에 비까지 오다니, 너무하네. 카지노 게임 어이가 없어 마주보며 허, 하고 웃었다. 풍선에 남은 바람이 빠지듯 기운 없는 웃음이었다.


우산도 없고 비를 피할 곳도 없이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몸도 물론 힘들었지만 통행금지 시간이 다가와 속이 타들어 갔다. (이 당시에는 코로나 방역조치로 생긴 통금 시간이 있었다!) 밤 10시 전에는 캠핑카로 돌아가야 하는데 버스가 끝내 오지 않으면 어떻게 카지노 게임 하나, 통금 시간을 넘겨 거리에 서 있으면 경찰한테 잡힐 텐데.. 지금이라도 택시를 타야 하나.. 그러면 요금이 꽤 나올 텐데.. 택시가 잡히면 그나마 다행이지, 통금 시간이 다가와 거리에 택시가 보이지도 않는 마당에 결국 숙소를 잡아야 되면? 비용도 아깝지만 이 시간에 숙소를 잡을 수는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져갔다.


그러니 마침내 버스가 도착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을지 상상이 될 것이다. 카지노 게임 도대체 왜 한 시간 넘게 늦었는지 물어볼 생각도 못 하고 얼른 버스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10시가 다 된 시간에 버스에서 내려, 마구 뛰어서 통행금지 시간에 가까스로 맞춰 캠핑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쫄쫄 굶고 홀딱 젖고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정작 사 온 라면은 끓이지도 못하고 비상식량인 참치 캔을 따서 대충 배를 채우고 쓰러지듯 누웠다. 다리가 너무 아프고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피곤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캠핑카 매트리스 위에 불편하게 누운 채로, 오늘 한 것이 카지노 게임인지 고행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한참을 곱씹었다. 생각할수록 이건 좀 너무하다 싶어 분통이 터졌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제야 진짜 카지노 게임이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쳐 누더기가 된 몸으로, 기억에 남을 몇 가지 장면들을 소중히 품고 돌아오는 것, 결국 그것이 카지노 게임이니까. 그래, 이런 게 진짜 카지노 게임이지. 애써 마음을 다독이며 잠이 들었다. 내일은 꼭 해변에 여유롭게 누워 햇볕이나 쬐겠다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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