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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레 Apr 21. 2023

모넬리아의 카지노 게임

04. Moneglia

우리는 원래 호수 여행을 문제없이 마치면 바로 장기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는데 난데없는 문제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3월부터 해 오고 있었던 나의 체류허가증 신청 절차가 그것이었다. 단계별로 진행되는 절차를 거의 마무리하고 비디오 시청만 남은 상황이어서 이것 때문에 차질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에 대한 6시간짜리 비디오를 이틀에 나누어 시청하면 되는 거였는데, 늦어도 다음 주쯤 예약을 잡아 주겠지 여겼던 것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무것도 바로바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이때는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그저 틀어 주는 비디오를 시청하기만 하면 되는 일을 신청한 날로부터 3주나 뒤로 예약을 잡아 줄 줄이야. 이 일로 우리는 거의 한 달 가까이 발이 묶이고 만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봄 시즌을 다 날려 버리고 여름에 출발하게 된 것이다.


당황스럽고 속상해도 어쩔 수 없는 일, 이렇게 된 거 그 사이에 어디든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바다가 보고 싶어 그나마 가까운 리구리아 주를 골랐는데, 알고 보니 리구리아 주의 수많은 해안 마을에는 카지노 게임이 거의 없었다. 내가 너무 실망하니까 남편이 한참 알아보더니 제노바 아래쪽에 위치한 모넬리아(Moneglia)라는 마을에 바닷가 카지노 게임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지도를 보니 마침 라스페치아(친퀘테레에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도시)에서도 멀지 않아서, 모넬리아의 바닷가에서 2박 3일 캠핑을 한 후에 라스페치아로 가서 친퀘테레 구경을 하고 돌아오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구름은 많았지만 화창한 봄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그러나 들뜬 마음과 달리 카지노 게임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리구리아에 산이 많다고는 들었지만 정말 평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이 많았다. 그래서 터널을 많이 통과해야 했는데 특히 제노바 주변은 터널이 어찌나 많은지, 터널에서 나오면 곧바로 다음 터널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워낙 많아 관리가 힘든지 대부분 노후한 터널들이었는데, 그 중에 특히 어둡고 환기가 되지 않는, 엄청나게 긴 터널이 있었다. 우리가 이 터널을 통과할 때는 하필 물류를 운송하는 거대한 트럭들이 터널에 가득했고 심지어 길이 막혀서, 끝없이 늘어선 트럭들이 드릉드릉 하고 내뿜는 매캐한 배기가스가 뻥 뚫린 구멍이나 마찬가지인 오래된 환풍구를 통해 차 안으로 마구 밀려들었다. 환풍구를 닫는 스위치도 부러진 상태라 어찌할 방법도 없이 순식간에 차 안은 배기가스로 가득 차 숨을 쉴수록 숨이 막혀왔다. 그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던 찰나 남편이 차라리 창문을 열자고 했다. 솔직히 이게 뭔 소린가 싶었지만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는데 싶어 남편 말대로 했더니 배기가스와 함께 산소도 조금씩이나마 들어와 질식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만에 그 터널에서 탈출한 후에도 길고 짧은 터널을 수십 개 통과하며 우리는 카지노 게임에 점차 가까워졌다. 이제 도로가 해안에 바짝 붙어 해변에 이는 파도를 볼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눈앞에 줄지어 터널이 나오는 것이 과연 리구리아구나 싶었달까. 차가워 보이는 진한 하늘빛 바다를 오른편에 두고 좁은 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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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넬리아로 진입하는 마지막 터널은 일방통행 터널로, 신호에 따라 이쪽과 저쪽이 번갈아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내부가 좁고 어두워서 일단 들어서면 헤드라이트에 비친 앞 차의 뒤꽁무니와 그 옆으로 거뭇한 벽면만이 보일 뿐이었다. 앞차를 따라 조심스레 터널을 통과하고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던 찰나, 네비를 살펴보던 남편이 당황하며 말했다. “카지노 게임을 지나쳤다는데?”


카지노 게임이.. 있었나? 어디에? 터널 안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를 바로 돌릴 수도 없어 일단은 마을 중심까지 쭉 들어가서 로터리를 돌아 나와 다시 터널 앞으로 왔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구글맵을 확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터널과 바다 사이에 카지노 게임이 있었는데, 연결되는 길이 나와 있지 않아 도대체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아니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일단 터널을 다시 통과하면서 왼쪽 벽을 유심히 살펴봤더니 세상에, 터널 중간에 칼로 벽을 잘라낸 듯한 출구가 있는 거였다!


이제 문제는 이 좁은 터널에서 앞차와 뒤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와중에 갑자기 나타난 ‘벽에 뚫린 네모난 구멍’으로 어떻게 나가냐는 것. 당연히 나갈 수가 없었다. 출구는 순식간에 뒤로 멀어졌고, 우리는 그렇게 터널을 통과해서 처음 그 자리로 도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차를 돌릴 수 있는 곳까지 쭉 가서 차를 돌린 후 다시 돌아와 신호를 기다리며 나는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는데, 남편이 기지를 발휘해 미리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 채로 운전해서 마침내 터널 중간에 난 출구로 나올 수 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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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라마틱하게도, 어두운 터널에서 나오자마자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환하게 펼쳐졌다. 카지노 게임은 해안을 따라 오른쪽으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출입구 가까이 바다로 난 높고 넓은 나무 데크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더 들어가면 레스토랑과 바가,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캠핑카 주차 공간이 좁지만 길게 바닷가를 따라 이어져 있었다. 깨끗한 화장실과 샤워실, 넓은 수돗가도 있었다. 비수기임에도 1박에 35유로로 가격은 좀 비쌌지만 시설이 좋고, 무엇보다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캠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환상적이었다. 선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모넬리아의 전경이 2박 3일 동안 우리 집 앞 풍경이 되는 것이다.


신이 난 우리는 적당한 자리를 골라 주차를 한 후 바로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 캠핑카와 바다 사이에 세팅했다.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쉬는데, 날이 추워 수영은 못 해도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파도가 부서지는 아름다운 바다가 코앞에 있고, 바다 건너 왼편에는 모넬리아와 주변 마을들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수평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카지노 게임의 끝에 있는 오르막길을 오르면 높은 절벽이 있었는데, 그 아래 바닷물은 빙하의 속살처럼 투명한 에메랄드빛이었다. 맑고 풍성한 바닷물이 쉴 새 없이 몰려와 하얗게 부서졌다.


그날은 바람이 좀 불었지만 햇살이 따뜻한 날이었다. 그런데 5시쯤 해가 산 뒤편으로 넘어가자 온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바람도 차가워졌다. 밖에 있고 싶었지만, 가져간 얇은 여름용 담요를 두르고 버티다 결국 카지노 게임카 안으로 피신해야 했다. 카지노 게임카 문은 열어 놓은 채로, 담요와 이불을 겹겹이 두르고 소파에 반쯤 누워서 책을 읽었다. 뒤편에 있는 산에 가려졌을 뿐 아직 해가 진 것은 아니라서 눈앞의 풍경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우리 차는 차가운 그늘에 잠겼지만, 맞은편 산꼭대기에는 아직 따뜻해 보이는 오렌지빛 햇살이 살짝 드리워져 있었다. 책을 읽다 가끔 눈을 들어 희미해져 가는 햇살과 묵직하게 출렁이는 바다와 그 위를 날아가는 갈매기를 바라봤다. 문 앞이 바다라니, 이런 호사가 다 있을까.



이곳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차가 다니는 좁은 터널이 유일한 출입구인 탓에 차 없이는 카지노 게임을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그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바다를 보는 것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그 덕에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 봐야 할 곳도 해야 할 일도 없이 그저 일어나서 바다를 보고,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바다를 보면서 산책을 하고 또 밥을 해 먹고, 바다를 보며 책을 읽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나는 그저 문을 열면 되었다. 그러면 파도가 출렁이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맑거나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의 바다, 그 변화무쌍하고 변함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원할 때마다 볼 수 카지노 게임. 단지 의자를 조금 당기는 것으로 하루에 마흔네 번이나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던 어린왕자처럼.


우리 차가 오래된 카지노 게임카라 방음이 거의 되지 않는 데다가 파도가 부서지는 제방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밤이 되면 거친 파도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고 갈매기 우는 소리도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듯했다. 그 생생함이 마치 맨몸으로 해변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시끄러워서 못 자겠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폭풍우가 사정없이 몰아치는 날 집 안이 평소보다 더 평온하고 조용하게 느껴지는, 그런 감각이었다.


사실 그동안 여행 준비로 설레고 바쁜 낮 시간이 지나고 밤이 오면 어김없이 여행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와 괴로웠었다. 거의 매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불안감에 떨다 겨우 잠이 들었고, 수시로 가슴이 서늘해진 채로 한밤중에 잠에서 깨곤 했다. 조용하고 차가운 어둠 속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불안감을 잠재우려 애썼던 수많은 밤. 내가 한 선택을 수없이 곱씹었던 날들. 여행 중에는 훨씬 나았지만 여전히 불안감에 밤마다 마음속이 시끄러웠다. 그런데 이날은 우렁찬 파도 소리 덕분인지 오히려 내면이 조용하고 평온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카지노 게임.


오랜만에 푹 자고 다음 날, 개운하게 일어나 문을 열었더니 날이 활짝 개어 잔잔히 물결치는 하늘빛 바다가 바로 눈앞에서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카지노 게임. 꿈꿔 왔던 이상으로,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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