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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Nov 27. 2024

D-103

진로탐색

주변 동료 선생님들께 면직 결심을 알리지 않았지만 블로그에는 다수의 익명을 대상으로 마구 공개해 버렸다. 여전히 초등교사가 의원면직을 하는 비율은 극소수라 검색을 하다 보면 내 블로그가 또롱 뜨나 보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저녁밥을 짓고 있었다. 지금은 바쁘고 에너지가 없어 아주 대충 짓는다. 밥솥의 '백미쾌속' 기능을 애용하고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하고 나면 쾌속 기능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더 이상 냉장고에 넣어놓은 밥을 레인지에 돌려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대학시절 동기에게서 아주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축하해! 축하하려고 전화했어! 너 의원카지노 가입 쿠폰 한다며?

-교직탈출은 지능순이라는데 우리 중에 네 지능이 제일 높구나!

-번복할지 어찌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축하해!


그녀 역시 같은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이다. 만난 지 오래되어 고맙다는 말 외에 딱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은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축하하는 친구에게 갑자기 이런 말을 툭 던졌다.


있지, 나 이제 고양이 키워.


-응??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였기에 그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나 보다. 이야기는고양이를 주제로 한참 계속되었다.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의원카지노 가입 쿠폰을 결심한 이유를 꺼내자면 전화는길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쌀을 씻다가 전화를 받아서 정신이 없었다. 대충 고양이와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버무려진 통화를 적당히 하다가마무리지었다.


저녁밥을 다 먹고 난 뒤 이번엔 고등학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서점을 운영하다 지금은 출판업에 종사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 마찬가지로 한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블로그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했다고 한다. 내 블로그... 생각보다 유명했구나!


이 친구와 교직은 아주 작은 접점이 있었다. 친언니가 초등학교 교사여서 대충의 돌아가는 분위기를 아는 눈치였다. 마찬가지로 카지노 가입 쿠폰사유의 에센셜을 똑 떼어 간단히 말하긴 어려워 빙 둘러대었다. 그냥 뭐... 요즘 아동학대니교권이니 뭐니 시끄럽잖아. 그래서 그랬지. 실은 그 아래에 매달린 거대한 빙하덩어리는나 역시 회피하고 싶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했다. 초등교사가 교편을 내려놓는다는 건 꽤 희귀한 일이구나. 나도 의원면직 했다는 사람들을 유튜브에서나 간간히 보았고 건너 건너 한 명 정도 들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밖은 정글일 텐데...'였다. 조금 웃기는 생각이다. 학교 밖을 나가본 적 없는 내가 타인의 말에 가스라이팅되어 그런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정작 나는 이미 아마존 같은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으면서. 학교 밖이 춥다고? 이미 내 마음엔 만년설이 내려앉았다.


그런 내가 의원카지노 가입 쿠폰 하는 당사자가 되다니. 지역이 넓지 않아 소식은 빠르게 퍼질 것이다. 다들 생각으로만 해본 의원카지노 가입 쿠폰. 그걸아무런 계획 없이 진짜로 실행해 보이는 것인데 사실 나도 별 생각은 없다. 이렇게까지 별생각 없이 나가도 되는 걸까. 의원면직을 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다른 재능이 있거나 미리 알아둔 업종이 있었다. 누군가는 차를 좋아해서 카센터를 차리기도 했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유튜버가 되어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두고 있다. 나에게는 어떤 재능이 있을까? 맞다. 나에게는 빠르게 결정하는 재능이 있다. 앞 뒤 가리지 않고 추진해 나가는 장점(또는 약점)도 있다. 덕분에 아주 빠르게 의원면직을 결정했다. 늘 마음속에 알처럼 품어놓고 있었지만 정작 결정한 건 고작 이틀만이었다. 책을 읽다가 '나가야겠어. 더 이상은 안 되겠어' 하는 생각이 머리를 뒤덮고 흔들었다. 문제는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는 것. 나 같은 의원면직 교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면직 후 다양한 활동으로 본을 보이는좋은 예시들이 있지만 나는 좋지 않은 예시로서 모범을 보일 수도 있겠다.


아들이 중학생이다. 한창 진로를 탐색해야 할 시기에 엄마라는 사람이 마흔 넘어 또다시 진로탐색을 해야 한다. 얘, 진짜 미안한데 너보다 내가 더 급해. 너는 나이라도 어리잖아. 기회가 많을 거야. 일단 엄마 진로부터 생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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