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절차
'3월 1일 자 전보 대상 선생님들은 교감실에 들러 교원현황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후 느지막이 교내 메신저에 쪽지가 도착했다. 교감선생님이었다. 나 역시 내년에 학교를 옮기는 전보 대상자이다. 다만... 이 학교를 뜨긴 뜨는데 아주 떠버린다는 게 좀 다르달까. 어쨌든 같은 전보 대상자인 옆 반 선생님들과 함께 교감실로 향했다.
교감카지노 쿠폰께서는 커다란 종이를 전시의 작전표처럼 펼쳐놓으시고 이것저것 개인적인 정보를 물으셨다. 모두 전보에 필요한 사항들이다.지난번에 의원면직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내 정보까지 물어 적으시는 건 무슨 뜻일까. 같이 간 카지노 쿠폰들이 나가실 때쯤 여쭤보았다.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니... 질문이 너무 이상한데! 아직 동료 선생님들께 말씀드리지 않아 뭉뚱그려 여쭐 수밖에 없었다. 질문 자체가 너무 괴이해서 일순간 선생님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아, 카지노 쿠폰은 잠깐 있다가 돌아가세요. 따로 알려드릴게요."
교감카지노 쿠폰의 말씀에 나와 가장 친분이 두터운 A 카지노 쿠폰이 소곤거렸다.
"무슨 일이야. 왜 혼자 따로 보는 거야?"
"이따 말씀드릴게요."
결국 A 카지노 쿠폰께 이런 꼴로 말씀드리게 되는 건가. 1교시부터 체육이라 트레이닝복 차림에 머리는 산발을 한 것처럼 부스스했다. 떠드는 아이들을 부지런히 억누르느라 입꼬리는 바닥으로 치달았는데 이런 거지꼴을 한 채로 나의 의원면직 결심을 제일 친한 카지노 쿠폰께 알려야 하다니. 뭔가 조용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현실은 손에 들린 텀블러 속 카누.
교감카지노 쿠폰께서도 본인이 재직 중 의원면직을 한 교직원은 처음 보신 듯하다. 시교육청에 전화해 절차와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문의하셨다고 한다. 필요한 서류도 일단은 받아두셨다. 시교육청 측에서도 '다시 무를 수 있으니 결심이 확고하다면 그때 연락 달라'라고 일단락 지었던 모양이다.전보 대상자가 의원면직을 하게 되면 대상 명단에서 제외시킨다. 그 자리에 아마도 신규교사가 발령이 나겠지. 아직도 핸드폰 메모장 안에 써 놓은, 내년에 가고 싶은 초등학교 명단을 지우지 못했다. 이곳들은 앞으로갈 일이 없겠구나.
전보 시즌이 다가오면 교사들은 마음이 붕 뜨면서도 바쁘다. 이 지긋지긋한 학교에서 드디어 빠져나간다는 후련한 생각과 동시에 어떤 학교로 가야 조금이라도 앞길이 편할까(물론 그런 길은 없었다. 구관이 명관이다!) 하는 생각에 조금 긴장도 된다. 00 학교는 관리자가 최악이래. 피해야겠어. 00 학교는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다던데? 거기도 패스야. 다들 자기 기준에 맞추어 희망 대학 원서 써내듯 희망 학교 원서를 쓴다. 하지만 미련한 나의 기준은 오로지 '집과 가까운가'였다. 학교에서 우리 집이 멀찍이라도 보이면 더더욱 좋고, 폭설이 내려 운전하지 못할 경우, 걸어서 갈 수만 있으면 합격이다! 그딴 기준으로 학교를 옮겨왔으니 늘 일이 고되었고, 자세히 적을 순 없지만 많이 힘들었다. 이번엔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
이런 헛생각을 할 때쯤 교감카지노 쿠폰께서 서류를 출력해 주셨다.
사직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