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는 없다
배부르게 먹었다.
그런데도 또 먹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냉장고 문을 열고 닫고,
다시 열고 또 닫았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있다.
목구멍 가득 차오를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그때는 몰랐다.
나는 배고픈 게 아니라 카지노 게임이 허기졌다는 걸.
회사에서 치인 날,
사람에게 실망한 날,
혼자라는 느낌이 유난히 진하게 스며든 날에
내 손은 언제나 음식으로 향했다.
먹을 것,
어떤 날은 위로였고 다른 날은 도피였다.
이해받고 싶었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했고,
나를 탓하지 않는 따뜻한 존재가 필요했다.
공감이 고팠고,
인정이 고팠고,
사랑이 고팠다.
나는 감정이 배고팠다.
그걸 알고 나서야 나를 들여다보게 됐다.
글을 쓰며 깨달았다.
진짜 허기는 '존재의 결핍'에서 온다는 걸.
존재의 결핍은 먹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나를 너무 오래 굶겼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느라,
기대에 맞추느라,
실패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버티느라
내 카지노 게임은 계속 굶고 있었다.
먹는 것 대신 느끼는 것을 해보기로 한다.
음식을 씹는 대신 내 감정을 씹어보고,
상처를 삼키는 대신 있는 그대로 꺼내본다.
덜 외로웠고, 덜 불안했다.
카지노 게임 허기를 알아주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었다.
카지노 게임에 허기를 느낄 땐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밥이 아닌 사람, 온기, 쉼, 나다움이 그 답일 수 있다.
오늘도 溫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