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네 다섯 문단의 일상이 녹아있는 글은 몇 년째 써오는 것이니까. 어렵지 않다고 해서 술술 써지는 것도 아니다. 글을 쓰기 싫을 때도 있고 그냥 멍하니 있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그러니 마음에 드는 주제가 떠오르면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써야 한다.
브런치 북은 강제로 카지노 게임 쓰기 위한 조치였다. 매일 쓰기 위해선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카지노 게임 조금씩 써놓는다.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쓴 적이 있었는데, 한 달을 채우고 나서 몇 달간 카지노 게임 쓰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쓰는 게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매일매일 주어진 과제를 해내느라 지쳐버렸다. 지금은 주 5일로 바꿨다. 문제는 브런치북의 주제별로 써야 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주제를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카지노 게임 쓰면서 느끼는 건데 왜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과 치부를 드러낼까? 누가 누가 더 불행한지 대결을 하는 걸까? 사연과 인생의 스토리는 영웅을 만들어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긴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도 그래야 했을까? 부정적인 시선으로 자극적인 글들을 보며 고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에겐 저런 삶을 뒤흔들 사건이 없건만, 브런치엔 세상의 고통을 짊어지고 가는 분들이 많았으니까. 삶을 긍정하고 극복해 나가는 그들과 우리의 이야기를 공감하지 못했다.
카지노 게임도 브런치의 글들을 보면서 여러 감정을 느낀다. 짧은 한 단락의 글 속에 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 나와는 다른 이들의 삶는 어찌나 처절한지. 나는 사람들의 불행을 공감하지 못하는 걸까? 세상의 좋은 면만 보려는 내가 아직은 여물지 못한 걸까? 이렇게 생각하면 죄스럽겠지만, 나는 지금의 내 삶에 만족하고 일상의 기쁨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점심 메뉴가 형편없어서 라면코너에 갔을 때, 치즈가 있다거나 만두가 있으면 행복해진다.
내 행복과 만족의 역치는 아주 낮아서, 순간을 만족하기 위해 무언가를 찾고 또 찾는다. 시술이 잘 됐을 때, 내시경의 수면(진정)이 잘되었을 때, 운전하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정퇴를 했을 때 등. 누구에겐 당연한 일상이지만, 나에겐 기쁨이고 행복이다. 옆에 자고 있는 아들이 그러하고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도 그러하다. 지금 이렇게 아들 옆에 누워서 글을 쓸 수 있다는 행복.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여 줄 수 있다는 설렘. 나보다 더 즐겁고 알차게 살아가는 이들의 글을 보며 느끼는 고양감등. 오늘 하루도 이렇게 카지노 게임 쓰고 하루를 정리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