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피레네 산맥카지노 게임
피레네 산맥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을 따라 약 430km의 길이로 길게 뻗어있는 산맥이다. 피레네 산맥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루트로 손꼽힌다.피레네(Pyrénées)의 어원은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레나(Pyrène)'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전설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피레나를 사랑했으나 그녀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헤라클레스는 피레나를 기리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산맥에 붙였다고 한다. 또한 피레나의 눈물로 피레네 산맥이 만들어졌다는 버전의 믿거나 말거나 전설이 있다.
피레네 산맥에는 아직까지 요정들이 많이 산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요정의 산'이라고도 불린다.
올해 4월, 스페인은 유난히 따뜻했다. 그래서 나는 예전부터 꿈꿔왔던 피레네 산맥 트레킹을 하기로 계획을 짰다. 내가 일하는 마드리드 오피스에는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스페인 직원이 있다. 이 동료에게 피레네 산맥 등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Ordesa y Monte Perdido 국립공원 루트를 추천해 주었다. 이곳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었다. 이름부터 '잃어버린 산(Monte Perdido)'으로 무언가 범상치 않았다.
피레네 산맥을 오르기 위해선 수많은 루트가 있다. 마드리드 서점에서 피레네 산맥 관련 책을 보고 국립공원 안에 있는 가장아름다운루트인SendadelosCazadores(사냥꾼의길)을 가기로 정했다. 트레일 러닝 마니아인 이 동료에게 나의 계획을 얘기하니 ¡Buenísimo!(완전 최고야!)라고 대답했다. 아직 산맥에 눈이 모두 녹지 않았기 때문에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또한, 4월은 아직 날씨가 춥고 비수기이기 때문에, 한적하고 고요한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등산을 좋아하고 중남미에서도 다양한 트레킹 경험이 있던 나는 자신만만하게 짐을 꾸렸다.
마드리드에서 피레네 산맥을 가기 위해서 차로 약 6시간을 달려야 했다. 혼자 주말을 이용하여 등산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금요일 오후 휴가를 내고 열심히 운전을 해서 산맥을 향해 달렸다. 야간 산행은 국립공원 규정상 금지되어 있으므로, 나는 Torla-Ordesa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다행히 날씨는 아주 맑았고 약간은 쌀쌀했지만 춥진 않았다. 숙소 테라스에서 저 멀리 피레네 산맥이 보였다.
이 마을은 텐트 밖은 유럽 스페인 편에서도 나온 곳이었다. 그때 나온 배우들이 마을 풍경을 보고 감탄하던 것이 생각나서, 나도 이 곳의 숙소를 잡았다. Torla는 아주 작은 산골 마을이었으나 산맥에서 주워온 돌들로 길과 건물을 만든 것이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내일 약 7시간 넘게 트레킹을 해야 하니 동네에서 유명한 식당에 찾아서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속을 채우고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Ordesa y Monte Perdido 국립공원 앞에 주차를 했다. 아침 일찍 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등산을 시작하면 식량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국립공원 안내소 옆에 있는 바르(Bar)에서 Bocadillo(바게트 사이에 고기와 야채를 넣은 샌드위치)를 샀다. 양이 좀 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샌드위치 사이즈가 어마어마해서 안심하고 바로 등산을 출발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내가 가려고 했던 사냥꾼의 길(Senda de los Cazadores)에 눈이 아직 녹지 않아서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었다. 그래서 평탄한 우회길을 선택해야 했다. 고생 도파민에 중독된 나로서는 너무 아쉬웠다. 내가 등산을 사랑하는 이유는 턱 끝까지 숨이 차고, 허벅지에 근육통이 생겨도 정상에 올라가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였다.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는 기억을 만들고 싶다면 암벽등반을 해보라고 했다. 단, 나는 초보자이니 Refugio Goriz(Goriz 대피소)까지만 암벽 등반을 해서 올라 가면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해 주었다.
예상대로 우회 루트는 너무 단조로웠다. 굳이 이 정도 난이도의 길을 걷기 위해6시간을 운전해서 왔는지 후회가 되었다. 중간중간 멋진 풍경과 시원한 폭포들이 트레킹의 재미를 더해주었지만 나는 체력적 힘듦, 다시 말해 '쌩고생'을 원카지노 게임. 그래야 기억에 오래 남고 내가 이 정도로 힘든 걸 문제없이 완수했어!! 라고 혼자 뿌듯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평탄한 길 정도로는 도파민이 분출되지 않았다. 그래서 암벽등반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주제에, 호기롭게 암벽등반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더군다나 나는 암벽등반을 위한 장비도 없었다.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막무가내 정신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드디어 목적지인 말꼬리 폭포(Cascada de la Cola de Caballo)에 도착했다. 원래는 등산이 가미된 사냥꾼의 길을 통해 여기까지 오고, 내가 왔던 평탄한 길로 다시 돌아가는 게 정석 루트이다. 말꼬리 폭포 옆쪽에 아까 대피소 직원이 추천해 준 암벽등반 코스가 나왔다. 사람이 다 올라갈 수 있는 길이겠지.. 하고 호기롭게 암벽 앞까지 등산을 해서 올라갔다. 눈으로 봤을 땐 그렇게 멀고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암벽 앞에서 풍경을 보니, 사람들이 개미만 한 사이즈로 보였다.
처음 만난 암벽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였다. 옆에 단단한 철근줄도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암벽을 밟아서 만든 길이 있어서 그 길을 밟고 차근차근 올라갔다. 그렇게 한 5분 올라가니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카지노 게임. 나도 모르게 밑에를 내려다봤는데, 어느새 내가 그냥 벼랑에 철근줄 하나만 의지한 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뭔가 단단히 잘못됐구나. 내가 미쳤구나. 내가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전혀 없고, 보통 사람보다 겁도 없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목숨을 지켜 줄 안전장치가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을 느낀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손과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멘탈을 다잡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벼랑에서 다시 내려가는 것이 더 끔찍해 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동료가 내려가는 길은 다른 완만한 길이 있다고 얼핏 얘기해 준게 기억이 났다. 나는 그 말만 철썩 믿고 끝까지 올라갔다. 벼랑 암벽을 모두 올라 가고, 마침내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평탄한 땅을 만난 순간 나는 주저앉아 버렸다.
도파민을 느끼려다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경험을 하니, 갑자기 극도의 허기짐을 느꼈다. 아까 사 온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었다. 암벽 정상에서 30분 동안 쉬는 동안, 사람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내가 한심하고 바보 같이 느껴졌다. 목숨 걸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나 자신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자책을 하고 있던 도중, 어떤 스페인 남성이 산양 마냥 씩씩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거의 1시간 만에 오지에 고립되어 있다가 사람을 만나니 그렇게 반가 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친구, 뭔가 선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몸을 호리호리 날렵했고, 안전 로프, 안전 고리, 헬멧, 소형 가방 등 암벽 등반에 최적화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두툼한 등산화에 엄청 큰 배낭, 등산 스틱까지 갖고 있었다. 그 친구는 단번에 내가 초짜이고 여기 고립된 사람이란 것을 눈치챈 듯했다.
이 친구에게 어디로 내려가야 하냐고 물어보니, 무심한 듯 벼랑을 가리켰다. 뭐라고? 올라온 벼랑 암벽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대답을 카지노 게임.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 벼랑암벽으로 올라와서 완만한 길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는데 그 길에는아직 얼음이 쌓여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길 보다 벼랑이 더 안전하다고 이 친구가 얘기해주었다. 오 마이갓.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카지노 게임. 정말 마음 같아선 여기 소방서에 전화해서 헬리콥터 구조 요청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친구는 요정과 같이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극한의 공포감을 느끼겠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내려가면 된다고. 그리고 절대 밑을 보지 말고 철근줄에 의지해서 한걸음 한걸음 내려가라고 카지노 게임. 내려가는 건 올라오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리고,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닐 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 요정 같은 친구의 말을 들으니 용기가 생겼다. 마냥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한 걸음을 떼서 빨리 주차장까지 가고, 마드리드 내 방까지 안전하게 가고 싶었다.
등산화 끈을 질끈 묶고 배낭을 다시 재정비하고 한걸음 한걸음 내려갔다. 벼랑을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10배는 더 무서웠다. 그냥 손에 힘이 풀리거나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비명횡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그러자 갑자기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샘솟기 시작했다. 이런 극한의 공포감을 느끼고 나서의 성취감은 어떨까?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가족들이 생각나서 꼭 살아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차근차근 무사히 내려왔다.
벼랑 암벽을 무사히 내려오고 나서 평평한 땅을 밟으니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극도의 안도감과 흥분감을 느꼈다. 두 땅을 딛고 서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러고는 내 뺨과 머리를 두 손으로 강하게 때렸다. 다시는 이런 무모한 짓을 하지 말 것을 다짐, 또 다짐카지노 게임. 내려오자마자 냉수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내가 올라갔던 곳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고,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또 평탄한 길을 걷다 보니,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또 들기 시작카지노 게임.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다음번에 기회가 있으면 또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시 6시간 운전을 하고 마드리드로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사무실에 복귀해서스페인 트레킹 매니아 직원에게 나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니 그 친구는 다시 ¡Buenísimo!(완전 최고야!) 라는 말을 외쳐주었고, 그 벼랑 길을 올라가는 사람이 많은데, 내려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죽을 때 까지 잊지 못할 경험을 한 내가 너무 부럽다고 그 경험을 통해 삶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웃으면서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속으로 '그럼 너도 해봐라 이 녀석아..' 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