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을 하지만 사실 사람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공적인 발표나 강의를 하고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즐겁고 재미있는데 사적인 어떤 관계 속에서는 사실 에너지가 닳는 느낌이다.
기질적으로여러이유들이있겠지만그걸일일이밝히기에는또별게없다. 흔한심리테스트나MBTI에서도나의그런면은여실히드러난다. 꽃말이나스낵종류, 드라마펜트하우스나오징어게임의인물로성격을설명하는테스트에서조차도나는참같은온라인 카지노 게임었다.
내가 소비되는 느낌. 갉아 먹히는 느낌은 반갑지 않다. 그런데 그 기준이 참 모호하다. 개인적이다. 어쩌면 이기적이다. 어떨 때는 즐겁고 어떨 때는 피곤하다. 대화 주제의 문제일 수도 있고 대화 상대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나는 공적인 영역의 에너지가 더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적인 관계는 단단한 가족과 손에 꼽히는 몇이면 충분하다. 나는 외롭지 않고 때로는 강하며 또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그렇다. 그래서 결국 어떤 사람이 되겠노라 하는 다짐도 접어두기로 한다. 그저 나는 내 모양대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적절한 울타리를 치고 공적인 에너지를 뿜으며 살면 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