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많이 먹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많이 먹기도 한다. 사람들이 나에게 먹는 양에 비해 살이 덜 찌는 체질 같다고 말한 적이 종종 있다. 잘 먹으니 가리는 카지노 게임도 별로 없다. 처음 먹어보는 생소한 카지노 게임도 일단 입에 넣어 본다. 어떤 카지노 게임이 존재한다는 건, 그 카지노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니 어쩌면 내 입에도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생소하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문득 그 카지노 게임이 생각나는 경우도 있었다. 홍어가 그랬다. 나는 홍어를 30대 후반에 처음 먹어봤다. 우연히 들어간 선술집에 팔고 있는 홍어를 같이 간 지인이 안주로 시켰다. 처음 먹어 본 홍어는 그동안 들었던 딱 그런 맛이었다. 암모니아 향 나는 이상한 맛. 그날은 홍어의 맛을 즐기지 못하고 한 두어 점 먹은 게 전부다. 그런데 한두 달쯤 지났을 때, 갑자기 홍어가 생각났다. 그래서 홍어를 또 한 번 먹었다. 이번엔 서너 점 먹었다. 처음보다 거부감이 덜했다. 아니 어쩌면 거의 사라진 듯했다. 묵은지의 역할이 무척 큰 것 같았다. 홍어만 먹으라면 자신 없어도 묵은지와 같이 먹는 홍어는 왠지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카지노 게임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먹었을 땐, 홍어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아직 내가 홍어를 잘 먹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내가 경험한 홍어는 대중적인 판매를 위해 아주 조금 삭힌 것이라고 했다. 진짜 홍어는 아직 먹어보지 못한 셈이다. 나중에 시간이 더 흐르면 진짜 홍어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막걸리만 보면 홍어가 생각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말이다.
나는 아마도, 이 세상 모든 카지노 게임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마주했을 때 거부감보다는 호기심이 앞서는 성격은 카지노 게임 분야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경험한 카지노 게임 중 가장 어려웠던 건 대만에서 먹은 취두부였다. 한입 베어 물고 더 이상 먹지 못했다. 입에는 넣었지만, 그것을 카지노 게임으로 즐기기엔 향과 맛이 너무 강렬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무언가가 좋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취두부와 그렇게 강렬한 첫 만남 후로 다시 만난 적은 없으니, 취두부를 다시 만나더라도 그것을 즐기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
한식을 좋아한다. 평생 한 나라의 카지노 게임만 먹고살아야 된다면 주저 없이 한식을 고를 거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그 생각은 더 단단해졌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 카지노 게임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나는 뭐든 잘 먹는 사람이고 새로운 것도 금세 적응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카지노 게임 때문에 향수병이 걸릴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뉴질랜드는 피시앤칩스와 파이가 유명하다. 아침, 점심을 빵이나 샌드위치로 간단히 먹는 게 일반적이고 그렇다 보니 점심에 벤치나 계단에 앉아서 식사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학교 급식이 없기 때문에 (올해 처음 급식이 도입됐는데 몇 개 학교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가 아이들 도시락을 싸주는데, 첫 해엔 이것저것 푸짐하고 꽉 차게 도시락을 싸줬다. 친구들은 땅콩잼 바른 샌드위치 한 조각과 칩스를 싸 온다고 했다. 그거 먹고 어떻게 하루를 보내냐고 했던 게 기억난다. 3년 차인 지금은 우리 애들도 도시락을 간단히 싸간다. 꽉 채운 도시락을 들려 보내면 남겨오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내가 욕심을 거두기로 했다. 한국에선 간식으로 먹었던 것들을 이곳에서는 식사로 먹었다. 그만큼 먹어도 살아지기는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은 카지노 게임이 푸짐하고 종류와 맛이 다양하다는 것도 새삼스레 느꼈다. 한상차림이 자연스러웠는데, 사실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지난번 공항에서 뺏긴 뼈 없는 양념 닭발을 뉴질랜드 공항 직원은 괴이한 카지노 게임처럼 바라봤다. 어떻게 이렇게 기괴한 것을 먹을 수 있냐고 생각하는 듯했다. 진공 포장 된 양념 닭발을 폐기 처분할 때 우연히 그것이 몸에 닿자 흠칫 놀라며 뒷걸음까지 쳤다. 나는 안타까움과 속상한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한마디 건넸다.
“너 나중에 이거 꼭 먹어봐야 돼. 진짜야.’
내가 취두부를 단박에 사랑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녀도 닭발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와 그녀에게 그것들을 만날 기회와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진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것들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에게 닭발의 맛을 알려주고 싶은 것처럼 취두부를 좋아하는 누군가는 나에게 취두부의 진짜 맛을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을 것이다. 내가 그날 그녀를 바라보며 아주 조금 안달 났었던 것처럼.
어쨌든, 나는 닭발이 매콤함과 쫄깃함이 어우러진 맛있는 카지노 게임임을 이해받지 못하는 뉴질랜드에서 3년째 살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뉴질랜드엔 취두부 같이 어려운 카지노 게임은 없다. 고기를 굽거나 고기로 파이를 만들거나 고기에 치즈를 곁들이거나 혹은, 빵에 버터를 바르고 고기를 올리거나, 고기와 빵을 같이 먹거나, 빵에 소스를 바르고 치즈를 올리거나, 빵을 구워 버터를 바르고 치즈와 고기를 올려 채소와 먹는 게 대부분이다. 베이컨이나 토마토, 버섯을 굽거나 콩을 곁들인다. 그리고 달걀까지. 내가 모르는 카지노 게임이 아직 많겠지만 대게는 이런 식이다. 나에겐 격하게 맛있는 카지노 게임도, 격하게 거부감 드는 카지노 게임도 없다. 그래서 자극이 없는 심심한 나라이기도하다. 아마 키위들은 중간의 단단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듯하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오후 4시면 퇴근해 집으로 향하는, 밤문화도 없고 바쁘지도 않은 평화로운 삶. 아무리 차가 밀려도 30분이면 오클랜드 전역을 갈 수 있고 오후 6시 이후엔 전구가 나가도 문을 연 상점이 없어 내일을 기약해야 하는 나라, 교통지옥도 없고, 빨리빨리 문화도 없고 지옥철도 없는 나라. 숨 막히는 학창 시절 대신 운동이나 다양한 클럽 활동을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 나라, 그래서 할 수 없이 여유로운 나라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카지노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 일들이 그들에겐 없는 게 틀림없다. 매운 카지노 게임을 먹으며 울화통 터지는 가슴을 몽땅 불태워 없애 버려야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이 생각은 내가 이방인인 이유다. 나는 그들의 진짜 삶에 가까이 가지 못한 채로 한국으로 돌아가겠지만 내가 이방인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뉴질랜드 카지노 게임이 고기와 치즈와 빵과 파이가 전부인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나는 영원히 그들을 여유 있는 천국에 사는 심심한 천사들로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지천에 널린 양과 소의 내장까지 요리해서 먹을 일이 굳이, 없다.
이런 심심한 나라에 사는 나는 하필 매운 카지노 게임과 내장 카지노 게임을 좋아한다. 김치찌개, 제육볶음, 닭발, 매운 족발, 순대, 간장 고추 조림, 곱창, 보쌈, 족발, 아귀찜, 김치 만두, 알탕 같은 카지노 게임 말이다. 써놓고 보니 내가 얼마나 이 나라에서 사는 게 힘들지, 눈물이 난다. 역경을 겪으면 사람은 성장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욕구불만의 상태로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용기가 생긴다. 먹고 싶은 욕구가 귀찮음을 이기게 되는 것이다. 몇 번 언급했지만 나는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도 요리를 즐긴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2년 사이 내 요리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애들 도시락을 싸줘야 하고, 먹고 싶은데 못 먹으니 직접 해 먹어야 되고, 배달 카지노 게임도 마땅찮아 삼시 세끼를 차려먹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건 좋은 일이다. 제법 스스로 만들 줄 아는 요리가 많아졌다. 어떤 요리는 레시피도 안 보고 뚝딱 만든다. 샐러드 소스를 만들어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한두 개 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됐다. 자고로 SNS시대인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든 정보가 인터넷, 특히 SNS 안에 다 있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간단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들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요즘 젊은 세대는 요리도 뚝딱 잘하는 것 같다. 이런 말 하면 나이 든 게 티 나겠지만, 세상이 좋아졌다. 그렇게 몇 번 성공의 맛을 봤더니, 잠시 자만해졌던 것 같다. 분명히 나는 그것을 집어 들어 카트에 넣을 때 자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욕이 나를 지배했었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았었는지도 모르겠다. 호기롭게 나는 닭똥집을 샀다. 조리된 닭똥집 말고 날것의 재료말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닭똥집을 뉴질랜드에서 샀다. Pak’n save라는 마트에서 샀는데, 다양한 국적의 뉴질랜드 이민자들이 많이 찾는 마트라 이런저런 다양한 재료를 팔고 있었다. 그래도 나를 위한 재료는 아니었는데, 그날 그것은 나를 위한 재료가 됐다. 닭똥집 1팩에 5달러! 닭똥집이 원래 이렇게 싼 건지는 잘 모르겠다. 왠지 5달러면 거의 공짜인 것 같았다.
‘그냥 밀가루 반죽 묻혀서 기름에 튀기면 되는 거 아닌가?’
아, 10달러였다면 안 샀을 텐데. 이런 재료는 구입할 때 버려질 것을 각오하기 때문에 저렴해야 한다. 그래, 사지 말았어야 했는데 먹고 싶은 욕구와 저렴한 가격이 나를 유혹했고 나는 너무 쉽게 넘어갔다. 심지어 운이 좋은 날이라고도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나는 요리를 시작했다.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말려 밀가루 반죽에 넣고 기름에 튀겼다. 밀가루 반죽과 닭똥집이 분리되어 둥둥 떠다녔다. 그제야 레시피를 뒤졌다. 밀가루를 닭똥집에 묻히고 반죽물에 넣어야 반죽이 벗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바른 방법으로 닭똥집을 한번 튀겨냈다. 초벌 튀김을 했을 뿐인데 1시간이 더 흘렀다. 한번 더 튀길 자신이 없다. 집은 온통 기름 냄새로 가득 찼고 다리가 너무 아팠다. 아차, 내가 요리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한쪽에 하얗게 튀겨져 쌓여있는 닭똥집 튀김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튀김을 시작했다. 색이 진해지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아이들이 오며 가며 하나씩 집어 먹었다. 맛있다는 소리다. 아이들은 놀랍게도 맛없는 건 안 먹는다. 오며 가며 입속에 넣고 오물거리는 아이들 덕에 기운을 내 모두 튀겨냈다. 집에 있는 기름을 몽땅 사용했다. 마지막은 거의 굽다시피 익혔다. 왜 튀김요리가 살이 찌는지 기름 한통을 다 쓰고 알게 됐다. 요리를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났다. 입맛이 없다. 기름냄새를 맡았더니 식욕이 사라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들이 다 먹어치우고 몇 개 남아있지 않았다. 아이들은 또 한 번 놀랍게도, 먹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고 하면 한번 더 권하지 않는다. 안 먹고 싶어도 먹는다고 해야 내 몫이 남는다. 너무 지쳤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사이 체력과 입맛이 사라졌다. 튀겨서 맥주와 맛있게 먹겠다는 계획은 식욕과 함께 사라졌다. 맥주도 안 먹고 싶었으니, 말 다한 거다.
아이들은 너무 맛있었다는 말 뒤에 엄마가 튀김 하는 걸 처음 본다고 말했다. 어쩌면 신혼 때 한번 해봤을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 처음 밥을 지어본 나는 이런저런 카지노 게임을 잠깐동안 시도했었다. 아마 그때도 두 번 다시 튀김을 집에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십 년이 훌쩍 지나 튀김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거라는 결심을 잊어버린 나는 외국에서 또 튀김을 하고 말았다.
아마 향후 10년간은 튀김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먹고 싶은데 못 먹는 상황이 또 한 번 올 때 나는 또 무언가를 튀길 것이다. 이럴 바엔 10년마다 튀김 기념일을 만들어 다양한 튀김을 날 잡고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뉴질랜드에서 사는 동안 뉴질랜드의 여러 가지 카지노 게임을 도전해 볼 것이다. 맥주 효모 추출물로 만든 마마이트 소스는 한번 먹고 냉장고에 2년이 넘도록 방치돼 있다. 엄청 짠데 이걸 왜 토스트에 발라먹는지 모르겠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눈이 가지만, 차마 손이 안 간다. 마마이트는 제2의 취두부 같은 존재가 됐다. 그리고 뉴질랜드 마트에 캔에 담긴 정어리가 있는데, 가끔 그 앞에서 한동안 머무르다가 빈손으로 돌아온다. 영화나 만화에서 종종 봤었는데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 조금 겁나지만 이곳을 떠나기 전에 꼭 한번 사봐야지. 언젠가. 오늘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