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세쿼이어 노거수(老巨樹)
세쿼이어(Sequoia N.P.)와 요세미티(Yosemite N.P.)는 말은 많이 들어온, 그러나 나에게는 생소한 캘리포니아의 국립공원이다. LA에서 삼삼회 멤버들과 헤어진 우리 부부는 이곳으로 이주해 와 살고 있는 처사촌들과 오랜만의 해후를 하고 난 뒤 산호세의둘째 처남 집으로 향하게 되어있다. 이 공원들을 보지 않고는 캘리포니아를 보았노라 소리를 말라할 정도로 유명한 세쿼이어와 요세미티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런가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굳게 하고 있었다.
LA에서 자동차를 이용하여 산호세로 올라가는 데는 대체로 3가지 길이 있다. 단지 빨리 가야겠다는 일념이라면 I-5를 타고 한 6, 7 시간쯤 달리면 될 것이다. 구경도 하며 쉬엄쉬엄 즐기며 가기에 가장 알맞다고 많이 추천받는 코스가 왼편카지노 가입 쿠폰 시원스러운 태평양을 끼고 해안을 따라가는 1번 도로이다. 그러나 이 길은 81년 9월인가 영국에서 돌아올 때 이번에 만나게 될처남네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인근 도시 마운틴뷰에서 LA에 갓 이주해 온 큰 처남댁을 향하여 반대로 거슬러 내려간 적이 있다. 벌써 20 몇 년이 흘러 풍경들에 대한 인상 대부분이 지워진 상태이다. 유난히 파랗던 바다, 하얀 모래와 세븐틴 드라이브의 환상적인 경관들이 막연하나마 머리와 가슴속에 조금씩은 남아있다. 기억을 복원시키려는 뜻에서 다시 한번 해보는 것도 의미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이번이 세쿼이어와 요세미티를 볼 절호의 찬스라고 단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니까 찾아왔을 때 꽉 잡아야지 그것을 놓치면 언제 또 올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영영 안 오고 말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세쿼이어와,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바로 붙어있는 킹스캐년을 둘러본 뒤 중간 어디쯤에서 하룻밤 자고 요세미티로 향할 계획이다.
LA국제공항 AVIS에서 승용차 임팔라(Impala)를 픽업하니 이 거대한 도시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프런트직원 입에서 임팔라 어쩌고 하는 말이 잡혀 무슨 뜻인가 했더니 내가 빌릴 차종이었다. 공항에서 바로 연결되는 I-105로 올라서자 바로 I-405N으로 갈아타게 되고 28마일 되는 거리에서 간선도로 I-5와 만나 여기서 10 마일쯤 달리면 LA 도심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또 30마일쯤 더 달리니 레벡(Lebec)이라는 곳으로 휴게소가 나타난다. 복잡한 곳을 겨우 빠져나와 후유하고 한숨 돌리기도 할 겸하여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미국에도 이런 데가 있나 싶게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여기는 부유하게 산다는 캘리포니아 관내가 아닌가.
털레어(Tulare)에서 198을 타며 본격적으로 세쿼이어 국립공원을 바라보며 접근하고 있는데 나무들은 푸르러도 들판은 완연한 가을의 그것처럼 황금빛 일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지금이 건조기(乾操期)여서 겨울철에는 파랗던 것이 비가 적은 이맘때는 이렇게 변한다는 것이다. 마치 계절이 뒤바뀌어 오고 있는 것 같다.
198번 도로를 끼고 흐르는 물은 카위어 강(Kaweah River)으로서 포크 살처럼 다섯 갈래의 기다란, 그러나 실낱같은 물줄기가 모이고 모여 집합한 곳이 카위어 호수이다. 본류(本流)라 할 수 있는 것이 마블 포크(Marble Fork) 카위어이고, 흘러내리다가 포트위샤(Potwisha)에서 미들 포크(Middle F)와 합류하고 동 포크(East F), 북 포크(North F), 남 포크(South F)를 차례로 만나 한줄기가 되어 호수에 고였던 물이 공원지역 밖으로 흘러나간다. 우리나라로 보면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계곡 물 정도이거나 그만도 못한데 버젓이 강이라 불린다.
사실 나는 세쿼이어에 와서 울창한 숲과 출중(出衆)한 세쿼이아 나무들만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요세미티의 장대한 폭포와 함께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요세미티 계곡에서의 그림 같은 전망보다도 가슴속에 더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세쿼이어 숲과 당당한 모습카지노 가입 쿠폰 서있는 노거수(老巨樹) 무리이다.
몹시 구불거리는 길을 요리조리 돌아 처음으로 차를 세운 곳은 해발 1,954 미터의 '거대한 숲'(Giant Forest)이었다. 여기는 세쿼이어 뮤지엄도 있었으나 시간관계상 대강 나무들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그림만 훑어보고 빠져나와 보행자를 위한 아늑한 산책코스의 깊고 특별한 숲길을 걸어보는 것이 보다 마음에 닿는다. 정말 여기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넉넉한 기분으로 실컷 걸어봤으면 했으며 만약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그렇게 하자고 아내와 다짐하였다. 걷기 코스는 셔만장군나무(General Sherman Tree)가 서 있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인도되고 있었다. 셔만장군은 덩치도 한없이 클 뿐 아니라 높이도 고개가 뻣뻣해질 정도로 바싹 젖히고 봐야 할 만큼 까마득하다. 리스트에 올라있는 세쿼이어나무 30대(大) 거목 중에 '거대한 숲'에 11개가 포진하고 있다. 그러면 이 나무들은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인가? 공원관리소 홈페이지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랭킹은 용적 크기순카지노 가입 쿠폰서 1위는 셔만장군나무로 5만 2천 입방피트이다. 키는 275피트, 두 번째로 크지만, 나무 둘레는 102.6피트(약 30미터)로서 이보다 큰 것들이 5개나 된다. 키가 제일 높은 것은 286피트(약 86미터)의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이 붙은 것카지노 가입 쿠폰서 용적카지노 가입 쿠폰는 20번째이다.」
「이들의 크기를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평균 26층 짜리 빌딩과 맞먹는 것이며 밑동의 지름은 웬만한 도시의 노폭(路幅)보다도 넓다. 워낙 크니까 자라기도 매년 지름 30센티에 높이 15미터 되는 원목 하나씩 더해지는 꼴이다.」
「노거수(老巨樹)들의 나이는 알 수 없으나 대략 1,800년에서 2,700년 사이로 추정된다. 그러니 한 문명이 왔다가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수많은 산불과 긴 가뭄도 꿋꿋하게 견디며 무성하게 자라왔다. 경외의 마음카지노 가입 쿠폰 보는 또 다른 세대들에게 큰 희망을 불어넣으며.」
180번과 만나는 그란트 그루브(Grant Grove)에 또한 일군(一群)의 거목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을 둘러보지 않고 지나쳤더라면 후회할 뻔했다. 대단한 그란트장군나무가 여기 있었으며, 속이 비어있어서 그 속에 들어가면 마치 기차의 객차 속이나 오두막집에 들어간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쓰러진 고목(Fallen Tree)이 있다. 이 속을 통과해 보는 것이 늙으나 젊으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보는 재미였다. 그란트장군나무는 나라의 크리스마스트리로 지정되는 대단한 영예를 안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화환을 갖다 놓는 등 행사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1926년부터의 일이니 벌써 80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또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국민들 모두의 살아있는 추념물이 되어 숭앙받고 있다.
180번 도로를 동북 방향카지노 가입 쿠폰 따른다면 킹스캐년이라는 또 다른 절경에 이르게 되나 아쉬움이 있지만 넉넉지 않은 시간 때문에 올 수 있든 아니든 다음을 위하여 남겨둔다는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발길을 서쪽카지노 가입 쿠폰 돌린다. 한없이 큰, 그러나 미끈하게 잘생긴 세쿼이어나무들을 머릿속에 간직하며 약 50여 마일 나오니 후레스노(Fresno)라는 비교적 번화한 도시이다. 부근 월마트도 둘러보고 그곳의 맥도널드에서 저녁 요기를 한 뒤에도 이 부근 어디에서 잘 곳을 찾기에는 너무 이르다. 41번을 타고 북상하다가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인이나 모텔이 나타나면 들기로 하고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