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린다.
2030년 5월 1일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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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야외에서 뛰는 것을 선호한다. 한동안 겨울에는 러닝머신에서 뛸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은 심심하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봄이 찾아왔다. 그래서 요즘에는 러닝머신에서 뛸 때보다 자주,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간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가끔 신발에 아주 작은 돌이 들어갈 때가 있다. 몹시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막 뛰기 시작하고 점차 호흡이 안정되어 가는 도중에는 개인적인 성향상 멈추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딱 그 타이밍에, 내가 극도로 멈추기 싫어하는 딱 그때 신발에 돌이 들어갔다. 이 놈의 돌이 뒤꿈치와 발바닥, 엄지발가락 등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분탕질을 쳤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카지노 쿠폰를 털어내고 다시 뛸까, 아니면 그냥 뛸까?' 하는 고민을 그만하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그냥 뛸까?'와는 다르다. 아예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여전히 신경은 쓰였지만 애써 그냥 무시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약 2km를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카지노 쿠폰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5km를 조금 넘게 달리고, 집 앞에 도착해서야 돌을 신발에서 털어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벤치에 앉아 쉬었다. 카지노 쿠폰가 걱정이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신발에 카지노 쿠폰 하나쯤은 가지고 다닌다. 누군가는 걱정을 신발 속의 카지노 쿠폰처럼 깔끔하게 털어버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걱정이라는 녀석도 본연의 임무가 있다.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내일이 시험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 경기 중계가 TV에서 나오고 있다면, 걱정이라는 녀석이 나타나서 시험공부를 하도록 도와준다. 위험한 행동을 하려 할 때 '다치지는 않을까'라고 하는 걱정이 우리를 보호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걱정은 어느 정도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소심한 친구인 것 같다. 다만 지금의 내가 이 걱정을 하기 위해 나를 멈춰 세워야 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스스로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하는 일이나 추구하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면 걱정을 잠시 무시해 두고 그대로 행하고, 추구하면 그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내 신발에 들어온 카지노 쿠폰는 나의 걱정이었던 것 같다. 사소하다. 하지만 가끔 사소한 녀석이 나를 멈춰 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오늘 사소한 걱정 따위가 나를 멈춰 세우지 못하게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