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위에서 May 04. 2025

별거 아닌 일들

내 감정을 하늘색으로 만들고 싶다.

2030년 5월 4일 날씨: 흐림


나는 운전할 때 경적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원칙을 지킨 지는 몇 달 정도 되었다. 착한 운전 습관을 기른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함이다. 경적을 울리고 화를 내면, 그 화는 내 감정을 빨간색으로 만든다. 감정이 안 좋아지면 에너지가 소모된다. 정작 중요한 생각이나, 기분 좋은 일에 에너지와 시간을 쓸 수 없게 된다. 어제 퇴근길에도 방향지시등의 점등 없이 내 앞을 끼어드는 차가 있었음에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그냥 '리스펙'님의 유튜브를 들으며 운전했다.


나는 컴플레인을 하지 않는다. 식당을 가도 음식이 맛이 없거나, 직원의 행동이 불친절해도 카지노 게임 추천 내지 않는다.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대카지노 게임 추천 하는 것에 집중하고, 내 시간이 행복한 과정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다. 물론 그 식당은 웬만하면 다시 가지 않는다. 문제점을 보완해서 성업을 할 것인지, 폐업을 하고 다른 일을 찾을 것인지는 그 사업주의 몫이다.


꼭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글을 작성했지만, 사실 정반대다. 내가 직접 말하기는 좀 간지럽지만, 나는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이고 다혈질이다.

그런데 컴플레인을 할 때마다, 화를 내며 운전을 할 때마다 나의 눈치를 보는 가족을 발견했다. 그리고 즐거운 여행이나 나드리가 망가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나를 화나게 만든 그 상대 운전자나 식당 또는 여행지의 점원보다, 가족을 불편하게 만들고 소중한 나의 시간을 붉은 감정으로 물들이고 있는 내가 더 미웠다.

'저 차가 끼어들어서 그래!', '저 사람이 너무 불친절하잖아!'.

이런 말과 생각은 모두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차가 끼어든 것은 객관적 사실일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대하는 나의 감정은 내 선택이다. 내가 피해를 입었으므로 화를 내야 한다고 조건반사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마인드는 피해자스럽게 바뀌어가고 그 방향으로 강화되어 간다. 그리고 나는 정확히 지금까지 묘사한 피해자스럽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내가 불편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화를 내면 자신의 기분과 시간이 망가지고 그렇게 표출한 화는 다시 우리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내용의 말이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뼛속까지 울림을 주는 통찰력 있는 말이었다. 나보다 아내는 훨씬 인생을 자기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이었다. 타인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생각해 보니 지난 16년 동안 아내가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가끔 토라지기는 하지만........)


아내의 말대로 내 기분과 시간을 먼저 고려하기로 했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단숨에 될리는 없다. 처음에는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는 시간도 감내해야 한다. 아직 완전한 습관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꽤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표정관리는 좀 힘든 편이다.)

결국 내 감정을 붉은색으로 물들일지, 하늘색으로 물들일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수행(?) 중이다. 좋은 땅에서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나듯이, 평온한 감정에서 긍정적인 생각이 자라난다. 팔불출 같은 이야기지만, 현명한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