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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Mar 12. 2025

7. 카지노 게임 통해 손가락 감각을 느껴보아요.

두 번째 시간에 우리는 수어로 가족을 나타내는 방법을 배웠다. 가족을 나타내려면 먼저 여자와 남자라는 단어를 알아야 하는데, 수어에서는 손이 사람을 나타내서 양손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좌우로 두 번 부딪히면 남자, 같은 방법으로 양손을 주먹 쥐고 새끼손가락을 세워 좌우로 두 번 부딪히면 여자라는 단어이다.


그러면 사람, 인간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표현할까?


인간은 양손을 주먹 쥐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서 서로 맞댄 후 좌우로 주먹을 떼면서 흔들어 벌리면 된다.


그러면 가족은?


가족은 양손을 쫙 펴서 손가락을 서로 손으로 집 모양을 만든 뒤, 오른손잡이면 오른손으로 사람이라는 표현을 해 주면 가족이 된다. 그러니까 가족은 '집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손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보통 외국어를 배울 때는 나라가 쓰는 단어부터 뜻, 표현, 뉘앙스까지도새로 외워야 하는데, 카지노 게임는 내가 한국어를 이미 알고 있어서 손으로 하는 수어 표현만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니 외국어보다는 모든 게 훨씬 쉽게 느껴졌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통역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수어 표현을 보면서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타인의 말을 수어로 옮기는 경우도 있어서 실시간으로 빠르게 반응하기가 어렵다고 하시던데, 조금씩 배우다 보니 전문적으로 통역사까지 되는 건 어쩐지 자신이 없어져서, 당분간 수어를 배우는 것에 있어서는 이런 부분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아무런 목적 없이 무언가를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주변에 농인분도 없으시고, 쓸 기회가 없는 언어를 배운다고 결심하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초급반 20회까지는 마음 비우고 열심히 배워보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결심하게 된 건 아마도 수어를 배우는 것에 개인적인 장점도 많이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수어를 배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신체 느끼기 연습'에 좋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손은 아주 많은 일을 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동작을 반복한다. 수어를 배우면 늘 꼭 쥐고 있던 두 손을 펴게 되고 일상에서 해보지 않은 손동작들을 통해 잘 안되는 손가락 움직임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의식적으로 손을 쫙쫙 펴봄으로써 손가락의 근육과 감각도 느낄 수 있게 되고 일상에서 스트레칭도 손을 더 신경 써서 하게 된다.


선생님께서는 수어를 배우면 치매 예방에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지만, 나는 아직은 치매 예방까지는 잘 모르겠고 내가 느끼는 좋은 점은 이렇게 신체를 규칙적으로 느낌으로써 확실히 여러 가지 면, 즉 신체와 정신의 이완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눈으로 보고 동작을 외우다 보니, 일상을 잊고 잠시나마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달까?


영원히 수어를 배울 거라는 말을 하진 못하겠지만, 잠시나마 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당분간 계속 배우는 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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