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끈기란 1도 없는 나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는 출산과 육아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바뀌는 생활이야 들어서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못 먹고, 못 자고, 심지어 못 싸는 일상이라니. 물리적으로 힘든 것도 그렇지만 육아란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라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산후조리원을 나온 뒤로, 분명 분유를 이 만큼은 먹여야 한다고 했는데, 애가 안 먹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초록색에 가까운 변을 보는 아이의 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분명 어제까진 괜찮았는데 오늘은 왜 계속 자다가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는 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쏟아지는 스펙터클한 하루들 앞에서 나는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난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난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육아서와 맘카페를 기웃거리던 중 ‘원더윅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생아 부모라면 모두들 들어봤을 이 ‘원더윅스(wonder weeks)’란, 아기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로, 평소보다 더 많이 울고 보채면서 부모를 힘들게 하는 시기를 말한다. 가장 첫 원더윅스는 생후 4~6주에 오며 이 시기는 아기가 자신이 있는 곳이 엄마 뱃속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시기이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으로는 평소보다 더 많이 보채고 울며, 밤에 잘 자던 아이가 새벽에 자주 깨기도 한다. 이러한 원더윅스는 보통 생후 20개월까지 약 10회에 걸쳐 찾아온다. 그래서 맘카페에 가보면 ‘아기가 O개월인데 원더윅스 시기인가요?’라며 묻는 엄마들이 많다. 친절하게 시기마다 표로도 나와 있어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라면 냉장고 옆에 이 표를 붙여 놓기도 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원더윅스란 것의 시기와 현상은 아. 바. 아(아이 by 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원더윅스는 생후 20개월 동안 10회, 하지만 그 이상일 수도 이하일 수도 있으며, 더 일찍 올 수도, 더 늦게 올 수도 있다. 아이 따라 누구는 안 먹는 걸로, 누구는 자다 깨는 것으로, 누구는 짜증을 부리는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 모두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20개월이라고 땡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어떠한가. 이걸 과연 ’원더윅스‘라고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걸까. 때문에 엄마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더윅스 표 보기를 포기한다. 좀 안 잔다 싶으면 ‘아 원더윅스인가 보다’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원더윅스’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이 ’원더윅스‘가 많은 엄마들을 살린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힘든 점은 ’막연함‘에 대한 공포이다. 아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언제까지 이럴지를 모를 때 느껴지는 불안함과 공포심은 어마어마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이의 울음은 아무리 강심장인 엄마여도 ‘내가 뭘 잘못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든다. 그런데 이 아이의 울음에 ‘원더윅스’라는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이것이 나의 잘못한 것이 아니구나.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일이구나’라는 묘한 안심감을 주는 것이다. 또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널뛰기하는 기분 사이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아이의 울음에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 막연한 공포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 그래서 그것에 대해 대비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원더윅스’의 진짜 힘인 것이다.
나는 때때로 인생에서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있음을 느낀다. 막연하게 두렵고, 내가 하는 일에 모든 자신감이 사라지는 그런 시기 말이다. 그럴 때는 공포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다. 나는 정확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내고 이름 붙이는 것만으로도 사실 많은 부분의 걱정과 두려움은 사라진다. 그다음은 이 시기가 언제가 지나갈 것임을 믿는 것이다. 평생 절대 통잠은 안 잘 것 같던 아이도 “이렇게 오래 자도 괜찮은 걸까?”라고 걱정하는 날이 온다. 늘 비만 오는 인생은 없다. 언젠가 지나가는 것임을 믿고 조금 느긋하게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 다음은 미리 맛보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을 찾아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평소보다 더 보채고 많이 운다.
-배가 고파 보이고 평소보다 더 자주 먹으려 하지만 먹지 않는다.
-유난히 안아달라 보채고 등 센서가 발동한 것처럼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낮잠이 줄고 잠에 쉽게 들지 못한다.
-평소보다 밤에 잘 자다가도 새벽에 깨고 다시 잠드는데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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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봐도 엄마들이 가장 두려워할 현상들은 다 있다. 엄마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보며 ‘그래 앞으로 일주일은 못 잔다고 생각하자.’라며 결의를 불태운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할 땐 미쳐버릴 것 같지만 오히려 미리 알고 이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상대적으로 할만하다. 심지어 아이가 저 현상 중 한두 개 없이 넘어가면 기특하기까지 하다. 예방주사 맞을 때 간호사님들이 따뜻하지만 사무적인 말투로 “따-끔”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괜히 해주는 것이 아니다. 미리 안다는 것은 꽤나 의지가 되는 행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표를 보며 ‘아니 이 정도면 매주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 거 아니야?’라며 의문을 품고 있을 신생아 부모님들께 오늘 이 글을 바친다.
다 지나가더라고요. 조금만 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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