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한동안카지노 게임를하고싶어서, 틈만나면새로나온신간을온라인보관함이나장바구니에넣어둔적이있다. 고민 끝에 구매한 여러권이 한꺼번에들어있는커다란박스가문앞에서퇴근하는그를기다리고있었고, 그박스를열어보는즐거움으로울적한퇴근길을달래던적이있었다. 그러다보니책상과책장에는책들이쌓여만갔고, 읽고싶은책들은끊임없이새로나오고있었다.
하루는 커피를 여러 잔 마셔서 잠이 안 오길래 책상으로 가서 노란 불빛의 스탠드를 켜고 오랜만에 원목 독서대를 꺼내어 눈앞에 펼쳐두었다. 그리고 지난달에 친구가 추천해준 책을 펼쳐서 첫 장부터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원래 잘 읽지 않던 에세이였지만, 요즘은 생각을 정리하는 속도에 맞춰 누군가의 에세이를 속으로 낭독하듯 따라 읽어 가다 보면 자신의 생각도 함께 정리가 되는 기분이라 가끔 꺼내 읽고 있다. 일상의 속도에 따라가려고 발버둥 치다가, 조금 느린 템포로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마음의 심호흡처럼 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불안한 눈동자로 계속해서 소셜미디어의 스크롤을 내리는 것보다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나 보다.
이렇게 다시 독서대를 쓰면서 책을 읽다 보면 아버지의 독서대가 생각이 나곤 했다. 얼마나 썼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 기간 그의 서재에 있던 플라스틱 독서대는, 낡고 낡아 많이 바랜듯한 색을 띠고 있었다. 항상 다른 두께의 책을 담아낸 흔적으로 고정대도 조금 느슨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책을 읽을 때마다 고정대를 사용하고 옆에 노트를 두고 항상 문장들을 적어 내려가곤 했다. 말이 많이 없으셨던 아버지는 아마도 글을 통해 마음의 숨을 쉬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은 아버지의 독서대, 그렇게 한 움큼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전에 모르던 것을 알게 해 준 밤이었다. 카지노 게임를 통해 사람을 알아가고, 삶을 알아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