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벌 김화숙 Oct 30. 2023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에게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2반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밤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들어봤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가을 편지’야. 네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곡이니 혹 옛날 노래처럼 들리니? 가을엔 누구라도 시인이 되고 편지를 쓰고 싶어지잖아. 오늘 낮에 화정 천변을 걸으며 편지 잘 쓰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생각했어. 떨어져 뒹구는 잎사귀마다 편지지로 보이더구나.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너를 그리며 이렇게 가을 편지를 쓰는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라고 부르곤 해. 너는 정말 정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 글쓰기는 네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생활이자 취미이고 놀이였더구나. 일상이 글로 시작되고 글로 끝나고 글로 채워졌지. 엄마에게, 친구에게, 아빠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너는 틈만 나면 글을 썼고 시와 소설도 습작했지. 지금쯤 너는 책을 몇 권 낸 작가로 살고 있을 텐데...


너의 글쓰기 역사엔 엄마가 계시더구나. 집에 혼자 남겨진 어린 너를 위해 엄마는 거의 매일 식탁 위에 편지를 남기고 출근하셨더구나. 너도 엄마에게 그날의 이야기를 글로 썼지. 읽은 책 이야기며 떠오르는 영감을 글로 표현하면 엄마 역시 아주 구체적인 피드백을 하셨더구나. 나름 파란만장한 유년기와 방황하는 사춘기를 겪은 너. 글은 너를 키워주는 힘이더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친구들 사이에서 너는 리더도 돼 보고 왕따도 돼 보았지. 친구들의 고민 상담사 역할을 잘해서 ‘족장님’ 또는 ‘엄마’라고 불렸구나. 너는 좀 성숙한 아이였던 거 같아. 삶에서 경험하는 희노애락을 너는 “내 삶은 매일이 축제이고 쓰레기장이구나”라고 썼어. 친구가 “넌, 내가 가장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친구”라 고백할 정도로 좋은 친구였고 말이야.


네가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너는 엄마와 새아빠와 살았지. 너는 이 사실을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말하는 게 참 보기 좋더라. 친구 수경이가 너를 만나고 용기를 얻었잖아. 부모님 이혼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수경이도 솔직히 이야기하게 됐다지. 너와 함께 할수록 수경이가 성격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커져 가더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네가 세월호를 타고 돌아오지 않는 수학여행을 떠난 후 엄마는 어떻게 버텨내셨을까. 너와 주고받은 글을 읽으며 엄마는 슬픔에 잠겨 계시지만은 않았어.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엄마 지영희는 네 글을 엮어 2015년 봄 사월의 편지》라는 책을 내셨어. 지에 네 얼굴이 있고 ‘세월호 희생자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글’이라는 부제가 있고 ‘지영희 엮음’이 보여. 네가 엄마 편지를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더구나. 나중에 엄마가 세상 떠나신 후 엄마를 그리며 읽을 걸 상상했다지? 현실은 상상보다 더 모질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너를 먼저 보내고 엄마가 눈물로 그 글을 엮게 되셨으니 말이야.


《사월의 편지》의 첫 100쪽까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편지글이구나. 엄마에겐 “친구 같은 딸이 되어 줄게”, “다음 생엔 내가 엄마가 돼서 꼭 더 사랑해 줄 거야”라고 고백했구나. 엄마는 “넌, 내 삶의 희망이자 전부야. 그러니 울지 마”라며 사랑고백을 하셨지. 하늘나라에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보내는 친구들의 편지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쓴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있어. 책 후반을 채운 시와 소설도 재미있어.




책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그린 그림과 사진도 있어서 좋구나. 책 맨 뒤 256쪽에 나오는 사진이 특히 인상적이라 한참을 머물러 봤어. 사진 제목이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아이들’이었거든. 이날 사진 찍은 거 기억하고 있겠지? 수학여행 며칠 전이었으니 얼마나 재잘댔을까. 활짝 핀 벚꽃 나무 아래 꽃처럼 웃는 소녀들의 얼굴 얼굴 얼굴..... 사진 아래엔 이런 설명이 나온단다.


“이 아이들 중에서 강수정 강우영 길채원 김민지 김소정 김수정 김주희 김지윤 남수빈 남지현 박정은 박주희 박혜선 송지나 양온유 오유정 윤민지 윤 솔 이혜경 전하영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조서우 한세영 허다운 허유림 그리고 전수영 담임선생님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님! 《사월의 편지》를 읽는 건 슬프고도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네 글에 푹 빠져 읽노라면 문득문득 현타가 오곤 했어. 너와 만나 글 이야기로 수다를 떨 수 없다는 사실 말이야. 사람들에게 네 이야기를 하고 싶은 내 맘 알겠니? 네 글 발췌라도 해서 알려주고 싶었어. 이 가을 편지에 《사월의 편지》를 옮겨 적어 보는구나. 글로 우리 또 만나자꾸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내가 되도않는 성질까지 내서 완전히 지쳤는지 일찍 자는구나. 어젠 모의고사, 오늘은 영 아닌 컨디션에 요 며칠 정신을 도무지 차리려야 차릴 수가 없다. 물론 그게 엄마 잘못도 아닌데 엄마한테만 어리광부리고 괜히 성질내서 항상 미안하고. 나도 이럴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아.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엄마를 불렀지만 엄마는 이미 자더라고. -15쪽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사랑하오. 뭐라니?ㅋㅋㅋㅋ -21쪽


어제 오늘 생각해 봤는데 정말 내가 엄마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만만하게 혹은 우습게 보는 면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점에 대해서 한시라도 빠르게 고치고 싶어. 그러려고 한 게 절대 아닌데 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되게 미안해. -29쪽


이 편지들을 쓰면서 전체적으로 우리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음. 이혼하고 나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담배 피고 술 먹고 불량하게 다니는 나 보며 얼마나 슬펐을지 등등.... 많이 미안해. 그치만 앞으로 천천히 갚아낼 꺼니까 걱정하지 마. 알겠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엄마 생신 축하해요. 어디 몸 아프지 말고 평생 죽지 말구 살아! 나랑 같이 죽어. ㅋㅋㅋ 엄마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나 두고 일찍 가면 안 돼. 사랑해. 2012년 7월 -39쪽


엄마의 바람이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어주길 바래. 이 세상에서 정말 소중한 건 바로 자신이거든. 남 의식도 하지 말고 남 때문에 가슴 아픈 일을 겪는 그런 일이 많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상처도 주고받기도 하즌 것이 인생이지만 그래도 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너무 많이 아파하지 않고 사람들과 살아갔으면 해.^^ -49쪽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우리 딸은 정말로 소설에 재능이 있는 거 같다. 표현하는 수준이 여느 소설가보다 강하고, 멋지고, 슬프단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그런 생각이나 단어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해. 책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봐서 그런 걸까 생각해 본다. 뭐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각의 폭이 넓고 상상력도 풍부한 감성도 있겠지. 이 소설은 삼각관계의 슬픈 얘기네. 정우와 서연 그리고 진영이. -51쪽




나는 정말 울고 싶을 때 항상 옆에 네가 있었는데! 너 혼자 고민 말고!! 그래도 우리 1년은 잘 버텼잖아! 나, 4월에 야자 신청했다! 넌 더 당당하게 넌~~ 미스터 미스터 GGG 우리 우정 평생 가자. 사랑하는 거 알G? 우리 졸업만 하면 당당하게 hope집으로 go! 그동안만 꿈을 향해 달리자!!! From 문지성(세월호 참사 희생자) -60쪽


박물관 규레이터 꿈꾼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사랑하는 내 딸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지금이라도 부르면 금방이라도 대답할 거 같구나. “엄마~”라고 부르면 달려와 “나 사랑해?”라고 뜬금없이 물어보곤,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또 물어보고, 만족스런 대답이 나올 때까지 물어보던 말. “엄마 나 얼마만큼 사랑해?” 였지....


이 말은 곧 네가 이만큼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던 거 기억나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말이었단다. 우린 서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지금의 이 행복에 감사하며 같이 울컥해 손을 맞잡고 눈물 흘린 적도 있었지... 그때의 네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숨이 막히는 거 같다. -79쪽


그 모든 꿈 좋은 곳에서 꼭 이루렴... 너를 보내기 싫고 놓아주기 싫지만, 좋은 곳 편안한 곳에서 친구들과 행복하기를 매일 기도할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다음 세상에서도 꼭 엄마 딸로 태어나줘. 엄마가 다 못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사랑 꼭 보답할게.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고, 정말 사랑해,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엄마가 또 편지 그럼.... 지영희 엄마가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딸에게.... <한겨레신문 2014년 7월 20일 자 - 81쪽





배 타는 게 무서웠던 거예요. 감각이 남다른 편이었어요. 그날도 깜박 잊고 안 가져간 고데기와 초콜릿이 있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학교까지 가서 전해줬는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울면서 수학여행을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걔한테 무슨 느낌이 있었던 거예요. 저는 애가 투정을 부리는 거라 생각했어요. “엄마, 나 안 가면 안 돼?” 그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예요. -115-116쪽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전남대 국사학과나 국문학과에 꼭 가겠다고 했어요. 국문학과에 가고, 국사는 국가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봐서 합격한 다음에 박물관 큐레이터가 된다고 했어요. 어느 날은 대통령도 된다고 했어요. -130쪽


나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지만

때를 밀어주는 엄마의 등은 변함이 없다.

나는 머리 모양을 매일 바꾸지만

그 독한 냄새의 파마머리는 변함이 없다.

나는 짜증이나 낼 때야 주름이 보이지만

엄마의 이마에는 매일 하나씩 주름이 늘어난다. -147쪽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2반 정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