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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Dec 17. 2020

산에서 새길 찾는 무료 카지노 게임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알랑 드 샤뗄리우스


이 말엔 등산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가 담겨있다. 고도, 난이도, 미지적 가치. 더 높이 올라가려 하고, 더 힘든 산을 찾으며, 새롭고 낯선 길을 가려는 욕구다. 길이 끝난 데서부터 등산이 시작되는 이유다. 산은 존재만으로도 인간의 한계를 넓혀가려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도전장이 된다. 때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게 백두대간을 오른 것보다 꼭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는 역설도 존재한다. 그래서 산은 높이(altitude)보다는 태도(attitude)로 오른다는 말도 통한다.



대등반가도 아닌 내게 산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산 길을 걷고 있다. 경북 영덕의 칠보산(880미터) 자락에 자리 잡은 '자연생활교육원'에 열흘 머무르는 중이다. 날마다 숲과 햇빛과 산 공기로 몸을 돌보는 중이다. 나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산을 찾아온 무료 카지노 게임과 함께 하는 일정이다.매일 새로운 경로를 걸으며 새로운 무료 카지노 게임과 동무하고 산과 동무하는 시간이다.오늘은 칠보산 능선 중 작은 봉우리 철암산을 오르는 날이다.



칠보산 이름은 전국에 여럿 있다. 일곱 보물이 숨겨진 산이란 뜻인데 산마다 보물 내용은 다른 게 재미있다. 고려 중기 어느 중국인이 샘물을 마셔보고 물 맛에 감탄했단다. "이 물맛이 보통 샘물과는 다르니 이산이 이어져 있는 산에는 귀한 물건이 있다"라고. 부락민들이 찾아보니 과연 일곱 가지 귀한 보물이 있었다. 그것은 돌옷, 더덕, 산삼, 황기, 멧돼지, 구리, 철 등이었다. 그 후부터 이름이 동보무료 카지노 게임 영덕 칠보산이 됐다는 이야기다.



칠보산에서 뻗어 나온 크고 작은 봉우리들과 능선은 동해 바다로 이어져 있다. 열흘 머물며 매일 다른 경로를 걸어도 이 산의 아름다움을 다 즐기지 못하고 돌아갈 게 너무 아쉽다. 칠보산 국립 휴양림만으로도 수많은 등산로와 둘레길이 있다. 금강송과 소나무로 빼곡한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숨 쉴 때마다 폐 깊숙이 닿는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티 없이 푸른 동해가 탁 트여 펼쳐지는 전망대에서 쉬어갈 수도 있다.



철암산(184미터)은 고도만 보면 낮은 산이다. 600미터 이상만 산이라 부른다는 미국의 어느 주라면 이건 산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야트막한 산이라고 얕보진 말라. 영덕 칠보산 중턱 300미터에 자리 잡은 숙소를 출발해 철암산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을 반복하며 능선과 계곡을 지난다. 산의 품속을 온전히 누리며 걷는 길이다. 몸이 더워지며 답답한 마스크를 벗었다 꼈다를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고운 분을 보면 다이어트나 휴가 차 쉬러 오셨을 거 같아서요. 저는 간암 절제 수술하고 다녀간 후 6년 만에 다시 찾아온거든요."


날씨 이야기 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내가 옆 동행 언니에게 말했다. 그런 식으로 이곳에서 만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대부분은 서로의 병과 건강 문제를 털어놓으며 친구가 되는 거다. 과거 이력이 어떻고 재산이 얼마나 되고, 그건 우리에게 궁금한 게 못 됐다. 어떤 병을 만나 어떤 한계에 봉착했길래 이 깊은 산에 왔을까. 나와 보폭을 맞추며 걷는 언니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도시 중년 귀부인 자태였기 때문이다.



"네, 간암 수술했군요. 저도 너무 힘든 환자라서 온걸요."

역시 무료 카지노 게임을 외모로 판단하는 거 아니었다. 난들 "암 수술했음"이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닌 적 있던가.

"내가 강박장애가...... 친언니 하고 같이 왔어요. 언니는 파킨슨이라. 조카가 같이 보내줬어요. 우리 식사할 때 근처 앉았잖아요. 병원에 다녀도 진짜 좋아진다는 자신감이 없어서 이렇게 나왔어요."



그랬다. 그는 아주 밝고 긍정적이고 고객 응대 잘한 사업가였다. 일을 좋아하고 잘하니 바쁘면 잠 안 자고도 일하는 날이 많았다. 밥을 걸러도 일을 마무리할 만큼 일을 사랑했다. 어느 날부터 밤에 잠이 안 오는 거였다. 불면의 밤이 반복되고 자더라도 한두 시간이면 깼다. 불안해서 병원을 다닌 지 2년쯤 됐다. 한의원도 정신과를 병행했다. 건강보조식품도 좋다는 걸 많이 먹었다. 수면제도 별 소용없었다.



"예..... 잠이 보약이라고들 하는데, 정말 많이 힘드셨겠어요. 사업을 진짜 잘하셨나 봐요."

내가 맞장구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였다. 세상은 암을 가장 크고 무서운 병이라고들 한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암 환자의 모습이란 주로 그랬으니까. 머리를 민 항암 환자의 핼쑥한 표정 또는 앙상한 몸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말기 환자의 모습. 그만큼 고통스러운 건 맞다. 그러나 세상엔 극한의 병이 얼마나 많은가.



"제가 일만 죽어라 하다가도 해외여행은 다녔어요. 떠나기 전날 새벽까지 일하고 출발 직전에 간단히 짐 싸요. 없는 건 현지 조달했고요. 돈 있으면 되니까요. 일중독이라는 말 맞더라고요. 아프니까 인정하게 됐어요. 몸이 못 견딘 거지. 일 안 하면 불안했어요. 이젠 왜 병이 걸렸나 알겠어요. 내려놓는 것 말곤 길이 없어요. 병원 믿고 왔다 갔다 해도 진전이 없는 거 알겠거든요. 결국 제가 결정해야죠."



"저도 그래요. 열심히 잘하고 살려고만 했지 자신을 돌보지 않았더라고요. 헌신과 희생이면 되는 줄 알았죠. 가족력 있는 B형 간염 보균자로 25년 살고 간암 수술대에 올랐죠. 간염 앓고 보균자인 걸 첨 알았지만 무지하게 살았어요. 오빠가 14년 전 간암으로 떠나도 제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못 했으니. 자기는 문제없다 합리화했지만 간염에도 간암에도 안 좋은 짓만 무방비로 하고 살았더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자기 속을 털어내며 산길에서 친구가 됐다. 아침 해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우리 몸에도 열이 나고 등은 축축해졌다. 함께 사진도 찍고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들려주고 들었다. 열이 나니 언니는 등산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발목을 드러내고 걸었다. 우리 발밑에는 마른 솔잎이 폭신폭신했다. 어떤 구간은 마른 갈잎이 푹신하게 바스락거리다가 다시 마른 풀이 우리 발아래서 사각사각했다.






50분쯤 걸으니 이정표가 철암무료 카지노 게임 가까워졌음을 알리고 있었다. 해가 내리쪼이는 능선을 걸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서로 망을 봐주며 숲에 들어가 볼일도 봤다. 그렇게 1시간 10분 만에 철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지도에 나온 것과 달리 정상 표지석에는 165미터로 돼 있었다. 어쨌거나 높지 않은 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규모와 깊이와 공기의 질, 내려다보이는 동해의 시원함을 어찌 높이로 퉁치겠는가.



정상에서 나는 철암산의 추억을 반추했다.



내겐 솔직히 오르기 너무 시시한 이 산이 6년 전 그땐 그렇지 않았다. 암 수술 몇 달 만에 이곳에 처음 섰던 그때가 그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나는 얼마나 숨차 했던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막막한 가슴으로 오른 산이었다. 그때 정상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의 수다는 내 안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지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기 대문이다.



병원이 손을 놓았을 때,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새 길을 찾았다!



질병이라는 인생 최대의 한계에 봉착했다가 생존한 무료 카지노 게임의 고백이었다. 병원이 또는 의사가 실망스러워, 암이라는 산이 자신을 가로막기 때문에, 새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 우울증도, 식이장애도, 당뇨도, 고혈압도, 산에서 길을 찾았다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다. 지금 그 목소리들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해 봤어요. 병원을 믿고 따르면 될 줄 알았으니까요. 돈은 있으니까 약이며 건강보조 식품을 참 많이 먹었는데..... 이젠 내려놓기로 했어요. 강박장애 좀 더 가면 공황장애 되거든요. 항우울제는 끊고 왔거든요."



정상에서 돌아오는 길에 언니가 진지하게 고백했다. 결국 다 내려놓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 말곤 길이 없었다는 고백이었다. 산에서 사람들을 만날수록 길이 보이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일본의 유명한 의사 곤도 마코토가 유명한 말을 했다. 의료에서든 어디에서든 판단을 다른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맡기는 순간 자신의 입장은 철저히 약해진다고. 약해지면 안 되나? 반문할 수도 있겠다.마음은 약해져도 괜찮고 몸만 약하지 않으면 되는가? 어불성설이다. 인간은 질병이라는 산을 오르며 자신의 한계를 끝없이 시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마무라 고이치의 심한 말이 내게 더욱 울림이 크다.


암에서 목숨을 건진 무료 카지노 게임은
의사에게 버림받은 무료 카지노 게임과 의사를 버린 무료 카지노 게임뿐이다.



암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공통된 고백도 그거였다. 물론 병원 일정을 따라 잘 치료받고 회복된 사람이 왜 없겠는가. 다만 병원이 할 수 없는 한계를 알게 됐을 때다. 그때도 환자는 병원이 하라는 대로 따라갈 것인가, 어떤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가. 가 본 적 없는 새 길을 선택하는 건 모험이고 두려움이 아닐 수 없다. 길이 안 보이는 상황, 거기서 등산이 시작되는 거였다.






출발한 지 두 시간쯤 되니앞서가던 언니들 몇이 등산화를 벗어 들었다. 엄동설한에 맨발로 산길을 걷다니! 자연치유의 하나로 어싱(earthing, 맨발로 지구 밟기)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다 하는 건 아니라 뒤따르던 우리는 서로 눈을 바라봤다. 우리도? 서로 미소를 주고받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발 끈을 풀기 시작했다. 좋아! 전에 한 번도 안 가 본 길로 또 가 봅시다!



등산화와 양말 속에 꼭꼭 숨어있던 하얀 발도 햇볕을 쬐었다. 맨발로 오르막 내리막 울퉁불퉁 산길을 걷자니 발바닥이 가슬 거리고 따끔거릴 때도 물론 있었다. 솔 갈비와 낙엽이 푹신한 구간이 많아 그나마 할만했다. 자갈과 돌이 밟히는 구간은 지팡이가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게 30분 남짓 산길을 걷고 다시 양말과 등산화를 신고 오늘의 등산이 마무리됐다. 따뜻한 물로 씻고 먹는 점심 맛, 바로 천국의 맛이었다!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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