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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기 Dec 28. 2024

[북토크] 미리 준비하고 함께 카지노 게임 혁명』을 만나다

- 김탁환 작가 카지노 게임 혁명』

* 김탁환 작가 카지노 게임 혁명』 :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2023년 어느 겨울에 들른 단골 동네책방, 반달서림 책방대표님이 말하길 "김탁환 작가님이 반달서림이 생태서점이라 관심 있으시다며, 이번에 출간한 책 『사랑과 혁명』 북토크를 우리 서점에서 했으면 하신다고 해요. 무려 김탁환 작가님이라니 대단하지 않나요? " 하며 예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는

단, 완독한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북토크여야 한다고 합니다.

라는 말을 비장하게 덧붙였다.

북토크 날짜는 대략 2024년 4월로 예상, 『사랑과 혁명』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를 다룬 역사소설로 500페이지 분량 세 권으로 이루어진 책. 고등학교 국사 시간 스쳐 지나가듯 배운 나의 배경 지식으로는 전체 1,500페이지가 넘는 책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통하기라도 한 듯, 책방대표님은 3월 16일부터 격주 세 번의 토요일에 한 권씩 독서토론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내게 그 독서토론의 발제를 맡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차피 읽을 책, 제때 완독할 수 있도록 서로 독려하고, 저자와의 북토크에 앞서, 독자로서 먼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기꺼이 수락했다.

이 모임에 모인 인원은 나를 포함하여, 하노이에 있는 책방대표님과 반달서림의 금요일 서점원인 아르케컬처 대표님, 그리고 김탁환 작가님의 오랜 팬이라고 밝히신 청소년 심리상담 선생님, 이렇게 네 명. 우리는 책 친구가 되어 한 권 한 권 읽기를 마칠 때마다 온라인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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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혁명』1, 2, 3권과 독서모임

모임장으로서 효율적인 모임을 위해, 책의 주요 인물에 대한 설명과 발췌한 문구 및 함께 생각할 거리 등을 발제문으로 정리하여 준비하였다. 140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모두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또 천주신자의 경우에는 세례명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간자나 신분을 숨길 필요가 있는 인물은 여러 가지 이름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 이름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름에 관하여 후에 북토크에서, 천주교가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종교이므로 등장인물 모두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 김탁환 작가님이 설명을 들었을 때는, 작품 속 인물들이 더욱 애틋하고 일련의 사건들이 한층 생생하게 다가왔다.

발제문 중심으로 모임을 이끌고 참여자가 생각을 나누며 카지노 게임 혁명』 소설에 대한 이해의 넓이와 깊이를 늘려간 측면도 있지만, 김탁환 작가님의 저서를 모두 섭렵하신 청소년 심리상담 선생님 덕분에 여러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테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의문의 인물‘모독’이 역사추리소설 시리즈인‘백탑파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것과 같은....... 혼자 읽었더라면 결코 알 수 없을 정보였다.

독서토론 중간중간 김탁환 작가님의 전작 『불멸의 이순신』이 공중파 방송국에서 드라마로 방영된 것을 떠올리며, 『사랑과 혁명』이 드라마로 방영된다면, 주요 인물을 어느 배우가 적절할지 서로 추천. 모두 같은 배우를 말하기도 하고, 성격을 다르게 이해한 인물에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배우를 언급하기도 하였다. 역시 같은 책을 읽어도 독자마다 같은 지점에서 만나는 접점이 있는가 하면 상반된 이해를 하는 대척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내 맘대로 캐스팅’시간이었다.

세 권의 서로 약간 다른 형식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는데, 먼저 『사랑과 혁명1 – 일용할 양식』은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각 장의 소제목 하에 별도의 단락으로 소제목에 해당하는 옹기 작품 또는 사물을 묘사하는 글이 먼저 기술되었다. 천주교 신자들이 교우촌을 만들고 생계를 위해 옹기를 만드는 일을 하였다는 사실과 연계되어, 마치 어딘가에 실재하는 물건인 것만 같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옹기들을 실제로 만들어 전시회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후에 북토크에서 실제로 옹기 빚는 젊은이들에게 옹기를 만들 것을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루어질지 아닐지, 이루어진다면 언제가 될 지 모를 「『사랑과 혁명』- 옹기 전시회」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그에 맞는 굿즈도 함께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다.

1827년 정유박해 중심으로 천주교 박해 내용이 담긴 『사랑과 혁명2 – 천당과 지옥』은 한 줄 한 줄 읽기가 너무 힘겨웠다. 역사상 가장 끔찍했다고 하는 유럽의 중세시대 고문기술과 별차이 없을 정도의 잔인한 고문 기술에, 역설적으로‘학춤’이라는 우아한 이름을 붙이는 그 야비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제 천주교 박해에 이루어진 고문기술인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상상으로 쓴 내용인지 묻는 질문이 북토크에서 나왔고, 문헌을 토대로 기술한 것이며 실제 문헌에는 그림과 함께 더욱 자세하게 기술된 한편, 심지어 더 잔인했던 고문도 숱하게 이루어졌다는 답변이 있어, 무섭기도 슬프기도 하였다.

카지노 게임 혁명3 – 나만의 십자가』에서는 천주교 박해 기록과 <옹기꾼의 노래를 서방세계로 알리고자 하는 시도와 그것을 막으려는 조정의 방해를 짜임새 있게 이야기하며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전혀 순조롭지 않은, 누군가 희생해야 이룰 수 있는 사명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제 몸을 내던지는 들녘을 보며, 「미스터 선샤인」 유진초이의 마지막 대사‘그대는 나아가시오 나는 한 걸음 물러나니……’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았으리라...... ‘두 이야기가 닮았네.’라고 치부하기보다, 제국주의 열강의 격랑 한가운데 떠 있는 조각배 같은 신세의 조선 곳곳에 침몰을 막기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한 수많은 유진초이와 들녘에 숙연한 마음을, 또 그렇게 지킨 나라가 다시는 주변 열강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을 다해야 함을 되새기려 한다.

독서토론을 나름 성실히 마치니, 예습을 충실히 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된 듯 든든하고, 북토크가 더욱 기다려졌다.


카지노 게임 혁명』반달서림 북토크 김탁환 작가님

드디어 김탁환 작가님의 『사랑과 혁명』 북토크 날. 하노이에서 날아온 책방대표님은 오랜만에 북적이는 반달서림의 모습에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을 떠나 곡성에 집필실을 마련하신 작가님, 소설 속 나무와 거위들이 실재하는 곡성 소개를 하고, 거기에 더해 1827년에 정해박해가 발생했으니, 2027년은 정해박해가 일어난지 200년 되는 해라는 사실을 알려주셔서, 문학 기행 삼아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장소를 탐방하러 꼭 한 번 곡성에 들러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책 내용 중 인상적인 이야기, 농사꾼이었던 들녘이 천주교 신자가 되어 옹기장이로 변모하면서 그가 다루는 흙의 속성은 달라졌다. 농사꾼이 선호하는 흙은 미생물이 많고 짚도 섞여 있는 풍부한 흙이라면, 옹기꾼이 선호하는 흙은 고운 입자가 균질한 흙. 외부에서 탁덕이 조선에 오기도 전에 자체적으로 천주교를 믿기 시작한 조선에서, 천주교를 믿는 신자들이 모여 교우촌을 형성하고 옹기촌으로 조성했다는 것이 옹기를 위한 흙의 속성과 닮았다. 입자가 곱고 균질한 흙은, 낮은 곳에서 평등한 사람들의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천주교의 교리를 반영한다는 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성과 노동을 교우촌 생활에 담기를 원하며 글을 썼다는 김탁환 작가님은, 이전과는 달리 책을 읽는 만큼 땀흘려 몸을 쓰는 노동을 하면서, 키우는 작물을 통해 하늘과 땅이 연결되어 있음을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역량있는 작가가 실제 체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글로 쓰니 글에 생명이 담겨 있지 않을 수 있을까?

북토크에서 나온 질문 중 <옹기꾼의 노래를 쓰게 된 계기를 묻는 물음에, 처음에는 2권에 해당되는 정해박해 이야기만 쓰면 되는 줄 알고 시작했지만, 정해박해 전의 사람들의 모습, 이후 사람들의 삶과 기록을 전하는 이야기까지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옹기꾼의 노래로 담았다고 답했다. <옹기꾼의 노래를 판소리극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언젠가 앞서 언급한「『사랑과 혁명』- 옹기 전시회」와 함께, <옹기꾼의 노래 판소리극 공연도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북토크를 마치고 『사랑과 혁명』책과 함께 챙겨간 김탁환 작가님의 사회파 소설 『거짓말이다』에도 작가 서명을 받았다. 역사소설 『사랑과 혁명』과 사회소설 『거짓말이다』에서 민중과 대중이 원하는 평등한 세상과 진실이 통하는 사회는 이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이루기 어려운 것인가? 『거짓말이다』에서 보여주는 평등과 진실은, 『사랑과 혁명』에서 보여 준 그것에 비해서 진일보하였으니 그것으로 희망을 가지면 될까? 『거짓말이다』에서 다시 이백 년이 흐르면 진실한 평등사회에 더 가까워질까? 의문부호가 많이 생기는 북토크였다.

카지노 게임 혁명』과 『거짓말이다』 저자 서명

끝으로 북토크에서 『사랑과 혁명』이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다 같이 축하. 19세기 조선 후기에 발생한 천주교 박해를 주제로 탄탄하게 스토리를 구성하고, 충실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하여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가치와 함께, 작품이 가지는 의미와 작품에 녹아든 사상을 생각하면 수상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동네책방에서 독서모임의 독서토론으로, 또 저자와의 북토크로 겹겹이 함께 함으로써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어 뿌듯한 마음이었다.


*참고 자료

1. 카지노 게임 혁명 1 – 일용할 양식』 김탁환, 해냄출판사, 2023

2. 카지노 게임 혁명 2 – 천당과 지옥』 김탁환, 해냄출판사, 2023

3. 카지노 게임 혁명 3 – 나만의 십자가』 김탁환, 해냄출판사, 2023

4. 반달서림 <<카지노 게임 혁명 김탁환 북토크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409425101)

5. 시사IN,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85 「세월호 소설 <거짓말이다를 쓴 김탁환 작가」(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644)

6. 가톨릭신문,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이모저모」 “문장으로 빚어낸 삶과 사랑으로 신앙의 등불 밝혀주길”(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40512500148)

7. 반달서림 <<카지노 게임 혁명 김탁환 북토크 후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42521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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