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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초 Apr 20. 2025

[DAY8-2] 나른함과 떠들썩함 사이에서.

본격 과나후아토 (2)

■ 이달고 시장(Mercado Hidalgo)

- 또 다른 인생 타코의 발견, 그리고 기념품 스캔.


과나후아토의 대표 재래시장 "이달고 시장(Mercado Hidalgo)"은 1층엔 먹거리, 2층엔 수공예품 및 기념품이 가득한 복층 구조다. 이달고 시장이 특히 족발타코가 맛있는 것으로 유명하다는데, 그래서인지 여타 타코트럭들과 다르게 정육점 스타일의 가게들이 많았다.


어느 가게로 갈까 고민하던 차에, 한 점포에서 어린 소년이 불쑥 또띠아 조각을 내밀며 시식을 권했다. 주문도 안 했는데, 시식으로 받은 음식이 무려 아래 맨 왼쪽 사진의 타코 한 덩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타코 하나를 공짜로 준다고? 싶었는데 웬걸, 너무 맛있었다. 결국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고, 시식으로 준 튀긴 또띠아 조각인 "GORDITA MIGAJAS"라는 메뉴를 치즈 추가 버전으로 하나 주문했다. "고르디타(GORDITA)"는 일종의 샌드위치로, 옥수수로 만든 빵에 내용물을 넣고 굽거나 튀긴 것인데 이 곳에서 처음 먹어보게 되어서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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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카몰리와 양파피클, 심지어 우리가 좋아하는 선인장샐러드까지 넉넉하게 내어주는 서비스에, 이런'맛있는 상술'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메뉴를 와장창 더 시키고 싶었지만, 늦은 점심인데다 이미 배는 슬슬 찼다. 그럼에도 하나만 먹고 일어서기엔 아쉬워서, "TACO DE CARNITAS"라는 메뉴를 하나 더 주문했다. 알고보니 이 메뉴가 바로 족발타코였고, 결국 이달고 시장 명물까지 제대로 챙긴 셈이었다.



원래 아쉬움이 남을 때 떠나는 것이 고수다. 또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달살기를 했더라면'라는 생각을 억누르고, 카지노 쿠폰는 기념품을 사러 2층으로 올라갔다. 대신 엄지척 인증샷은 한 번 찍어주기.







이달고 시장은 중앙 천장이 뚫린 2층 구조로, 실내지만 야외 같은 개방감을 가지고 있었다. 1층에는 식료품 가게와 타코트럭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2층은 중앙 없이 벽을 따라 기념품 가게들이 빙 둘러 배치되어 있다. 양쪽 벽면에는 멕시코 국기와 문양이 크게 걸려 있어 시장 전체가 멕시코 분위기로 가득하다.



기념품 가게들은 멕시코 감성이 녹아든 물건들로 가득했는데, 어디서나 흔히 보이는 물건들도 있었지만 이곳에서만 보이는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의 물건들도 많았다. 돈의 문제를 떠나서, 이 모든 것을 쓸어담을 수 없는 것이 애석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지인들에게 줄 선물 몇 가지와 두 번째 커플템 귀걸이를 구입했다. 바로 코코처럼 생긴 아래 가운데 사진의 귀걸이인데, 생각보다 튀지 않고 휘뚜루마뚜루 무난해서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한 두번 착용하고 나간적이 있다.



한편, 이 곳에서도 J의 인기는 끊이지 않았다.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멕시코 현지인 (혹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섰고, J는 늘 그랬듯 기꺼이 응해주었다. 아무리 궁금하거나 좋아도 낯선 사람에게 선뜻 먼저 다가가 사진을 요청하는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문화차이일까?




■ 나른한오후 5시의 과나후아토 대학교.

- 월요일 오후의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두 서른이들.


이달고 시장에서 나와과나후아토 중심지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잠시 들렀다. 냉장고 속 몬스터 에너지 드링크에 해골이 그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과연 멕시코, 망자의 날 한정판이었을까?



클럽처럼 화려한 조명으로 번쩍이는버블티 가게를 지나,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다. 여행 전에는 느긋하게 다니자고 했지만, 막상 세워둔 카지노 쿠폰의 일정은 그다지 여유로운 편이 아니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 가보고 싶은 곳은 많았기에 카지노 쿠폰의 계획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목적지가 끊임없이있었다. 심지어 뚜벅이 태생 둘이 만나니,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전부 걸어다녔다. 당연히 여행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카지노 쿠폰에게는 중간중간 휴식이 절실했다.



벤치에 멍하니 앉아 기타를 맨할아버지가 엄숙하게 앉아있는걸 보고 있는데, 한 남성이 갑자기 카지노 쿠폰 뒤에서 비둘기 먹이를 뿌렸다. 때아닌 비둘기 떼의 습격에 카지노 쿠폰는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평온했던 시간은 깨져버렸다. 예상치 못한 훼방에 짜증도 났지만, 그저 재밌게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카지노 쿠폰도 그저 '허허' 하며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모든 관광지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도시 과나후아토.과나후아토 대학도 우니온 정원과 성모대성당 바로 근처에 있었다. 우리가 마주한 과나후아토 대학은 회색 석조 건물로, 담벼락 그림자가 진 돌계단이 길게 이어져있었다. 그 때문인지 이곳이 화려한 학교 정문보다는 조용한 교정 후미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길게 이어진 돌계단 곳곳에는학생들이 앉아서 과제를 하거나 놀고 있었고, 카지노 쿠폰도 그 틈에 자연스럽게 앉아서 앞서 중단된 휴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노란 벽에 멋드러지게 서 있는 학생의 인생샷도 찍어주고, 창문 너머 공부하는 학생도 보고, 이달고 시장에서 산 기념품도 꺼내 구경하다보니 30분 정도 흘렀을까.이제 슬슬 엉덩이를 일으킬 시간. 손에 든 짐이 많아서 잠시 숙소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로 했다.



■ 낭만에 대한 기대, 그 결과는 대환장파티

- 가장 시끄러웠던, 인생 첫 테라스 식사


여행할 때 꼭 한번은 테라스석에서 식사를 즐긴다는 J. 따라서 이 날 저녁은 우니온 정원을 따라 쭉 이어진노상 식당들 중 한 곳에서 먹기로 했다.


어느새 어둑해진 거리를 지나 우니온 정원으로 가는 길에는 유독 젤라또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들 예쁘장하게 잘 꾸며놔서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식사 전, 과나후아토 첫 날에 마음먹었던 대로까예호네아다에 참석하기 위해 마리아치들 사이를 누볐다. 아니나다를까 카지노 쿠폰를 바로 알아보고 다가오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는 영어가 굉장히 유창했다. 아무래도 카지노 쿠폰처럼 스페인어가 서툰관광객을 전담하는 것 같았는데, 친절하고 유쾌한 그의 태도와 의사소통이 된다는 기쁨 때문에 다른 곳을 더 알아보지 않고 그에게서 바로 티켓을 구입했다.







우니온 정원의 테라스 식당 중 "Bar Tradicional Luna"라는 곳만 유일하게 구글맵 평점 4점이 넘었다. 주문한 연어파스타와 스테이크 메뉴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먼저 나온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석의 분위기를 물씬 즐겼다.공기는 시원하고, 적당히 사람들의 떠들썩한 대화소리가 들리고, 음료는 맛있었다. 딱 상상한 분위기 그대로였고, 이제 음식이 나오면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과나후아토 마지막 밤을 즐기면 되는 참이었다.



한편 옆에서는 가족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는데, 그 앞에서 마리아치 악단이 음악 연주를 하고 카지노 쿠폰. 마리아치들이 우니온 정원의 노상식당들을 돌아다니며 호객 행위를 한다는 것은 블로그에서 미리 후기를 읽어봐서 알고 있었고, 옆 테이블 손님들 덕에 음악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정말이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마리아치의 연주는 끝나지 않았고, 다른 마리아치 팀들까지 합세하면서 상황은 예상을 벗어났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듯 소리를 높였고, 점점 기분 좋은 배경음악에서 시끄러운소음공해가 되어갔다. 카지노 쿠폰는 서로의 말을 듣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었고, 심지어 돈을 지불한 파티 당사자들도 표정이 시시각각 나빠져갔다. 그들은 심지어 연주 때문에 식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급기야 거리의 부랑자들까지 테라스로 들어와걸인 행세를 하며 J를 막대기로 건드리기 시작했다. 종업원이 몇 번 쫓아냈지만그들은 찰거머리처럼 계속 돌아왔다. 대화조차 되지 않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는 꾸역꾸역 음식만 먹었고, 결국 과식한 탓에 속이 안좋아지고 말았다.







이렇게 내 인생 첫 테라스 식사는대환장파티로 마무리되었다. 무엇보다 과나후아토의 마지막 밤을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그런 마음이 드러난탓일까, 계산하고 나와 우니온 정원을 걷는 내내 어색한공기가 카지노 쿠폰 사이를묘하게 감쌌다.


사실 J는 그렇게까지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여행 중 벌어지는 일은 좋고 나쁨을 떠나 '경험을 해봤다'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똑같은 일을 겪고 나는 '망쳤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 귀중한 시간을부정적인 감정으로 갉아먹고있었는데, J는 이미 하나의 경험으로넘기고 카지노 쿠폰.


이미 나빠져버린 기분이 금방 회복되지는 않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이 일을 우스운 경험 정도로 넘겨버릴 수 있었다면, 동일한 시각에 카지노 쿠폰는 정말 신명나게 웃어젖히며 우니온 공원을 거닐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 J는 그 상황도, 내 분위기도 가볍게 흘려보냈다. J의기분이 상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저렇게 단단한 마음을 가진 J가 또 한 번 멋있어 보였다.




■ 까예호네아다(Callejoneada)

- 과나후아토 밤 골목의 리듬에 맞춰.


기대했던 저녁 식사는 엉망이 되었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까예호네아다가 아직 남아 있었다. 시간에 맞춰 극장 앞에 도착하니 아까 카지노 쿠폰를 포섭한 학생 '준'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짧은 사전공연과 설명 후, 본격적인 골목길 투어가 시작되었다.


사전공연 중 자연스럽게 녹아든 길거리 상인


준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카지노 쿠폰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실시간 통역을 해주었다. "대충 박수치고 따라하면 돼"라는 설명이 완벽한 통역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런 짤막한 팁이 그를 더욱 친근하고 듬직하게 느껴지게 했다.


악단 리더는 상당히 어려보였는데, 막상 투어를 진행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꽤 능청맞은 면모가 있었다. 만약 언어가 통했다면 카지노 쿠폰에게 말을 더 많이 붙였을 것 같은데, 다행 반 아쉬움 반이다.


본격적인 골목길 투어에 들어가기에 앞서 호응을 유도하며 흥을 끌어올리는 악단 리더.


과나후아토에는 굉장히 많은 골목길이 있는데, 그 모든 골목길마다 사연이 있다고 한다. 중간중간 멈춰서 몇몇 골목길에 대한 설명도 들었지만, 정신없이 따라다니다 보니 대부분은 흘려들었다.원숭이가 피흘린 골목이 하나 카지노 쿠폰는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다.



사실골목길 역사설명보다는 흥겨운 노래와 춤이 주된 행진이었다. 남자와 여자로 나눠서 함성지르기, 자리에서 돌기 등 어린 시절 수련회에서 자주 했던 이 모든 행위들 덕에 혼이 쏙 빠질 만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중간에 메즈칼을 마시는 시간도 있었지만, 카지노 쿠폰는 그 시간이 언제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공연 중후반부에는 커플들을 위한이벤트가 진행됐다. 남자와 여자가 나뉘어서 각자 서로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여자 쪽에서는 선물을 준비한 반면,남자들은 단 한 명도 준비하지 않는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남자 쪽에서 구입해야 하는 선물용 꽃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구입한 여자 쪽은 뭐가 돼...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선물을 구입할 때,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던 아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남자들


과나후아토에는 '키스골목'이라는 유명한 골목이 있는데, 멕시코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장소라고 한다. 우리가 참여한 까예호네아다의 마무리는 바로 그 로미오와 줄리엣의 관객 참여형 공연이었다. 악단 리더의 지시 하에 관광객 셋이 각각 로미오, 줄리엣, 줄리엣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고, 각자 맡은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끝으로 까예호네아다가 마무리되었고, 악단 리더는 공손한 인사와 함께 팁을 받으러 돌아다녔다. J와 나는 리더대신 투어 내내카지노 쿠폰를 챙겨준 준에게 팁을 주었다. 카지노 쿠폰처럼 준의 도움을 받은 다른 두 명의 외국인 관광객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산 후에 J와 나는 까예호네아다에서 미처 들르지 못한키스골목을 보러갔다. 하지만 역시 과나후아토는 좁다. 얼마 가지 않아 카지노 쿠폰는 바로 준과 두 외국인 관광객을 마주쳤고, 결국 다섯이서 함께 키스골목을 보고 왔다. 물론 이 중 누구도 커플이 아니었기에 계단에 남았다는 핏자국 얼룩만 퀵하게확인하고,바로 쿨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까예호네아다를 끝으로 우리의 과나후아토 일정은 끝났고, 우리는 성모대성당의 야경을 보며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건, 멕시코시티로 돌아가는 긴 여정과 여행의 마무리.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골목길의 리듬을 품은 채, 이제 정말 멕시코 여행은 끝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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