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련의 자리 Sep 19. 2024

말을 먹는 카지노 게임

옛날 옛적에 말만 먹고 사는 카지노 게임이 살았다. 이 카지노 게임은 매일 산꼭대기에 올라가 큰 소리로 외쳤다.


“즐겨라! 욕망하라!

모든 것을 가지며 살라!

진리는 허상일 뿐이니

그대들의 욕망을 따르라!”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는 강했고 산 아래 마을까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러 매일 산을 올랐다. 아이도, 노인도, 상인도, 빈자도 모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카지노 게임의 말은 점점 커졌지만 카지노 게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늘 “즐겨라!”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한 번도 웃지 않았고 “자유로워져라!”라고 외치면서도 하루도 산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마을의 소년이 그 산에 올라갔다. 소년은 카지노 게임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정말 즐겁나요?” 카지노 게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목청을 더욱 높여 외쳤다.


“욕망을 따르라!

진리를 버려라!

쾌락은 최고의 스승이다!”


하지만 소년은 묵묵히 카지노 게임을 바라보며 주머니에서 작고 못생긴 거울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 거울을 카지노 게임 앞에 내밀었다. 카지노 게임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엔 허기진 눈과 딱딱하게 굳은 입술, 마르고 지친 얼굴이 있었다. 카지노 게임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거울을 내던지며 소리쳤다. “떠들 거면 내려가라!” 소리치면서 카지노 게임은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산이 흔들리고 카지노 게임의 말들이 파편으로 부서져 흩어졌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산을 내려갔고 카지노 게임은 홀로 남아 파편이 된 자신의 말들 사이에 앉았다.


그날 이후 카지노 게임은 말을 멈췄다. 그는 처음으로 침묵 속에서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갈증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타인의 박수도, 사상의 승리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 오래된 슬픔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산을 오른다. 하지만 이제는 말 대신 작은 바람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산 아래에 작은 문장을 기록했다.


욕망하되, 그 욕망이 누구의 것인지를 잊지 마라. 야망은 남을 밟고 올라가는 길이지만, 욕망은 자신에게 내려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 문장은 카지노 게임이 혼자 중얼거리던 마지막 말이기도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