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문화
행사가 많았던 2월 말에서 3월 초였다.
여러 문화권에 걸쳐 다채로운 행사들이 있었다. 다문화주의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에 살면서 가장 경험하기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학기는 정신없게 무르익어가는 와중에, 소소하게 경험해 본 색다른 문화 행사들을 소개해 본다.
2월은 흑인 역사의 달이었다. 2월 말에, 학과에서 이메일이 와서 내가 가르치는 수업이 흑인 역사의 달을 기념하는 합창 콘서트 시간과 겹치니 수업 시간을 조정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라고 했다. 덕분에 수업을 짧게 잘라먹고는 학생들과 콘서트를 관람했다. 혼란카지노 게임 사이트 절망적인 시국이지만 희망을 놓지 말고 연대하자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아 매우 뭉클카지노 게임 사이트 감동적인 무대였다.
안 그래도 얼마 전 부모님과 통화하니 이 시국에 외국인& 소수인종신분으로 유학하는 우리 부부를 매우 걱정하고 계셨다. 어느 날 갑자기 예산 삭감으로, 혹은 모종의 이유로 하루아침에 학업을 중단하고 쫓겨나오게 되는 것은 아니냐며 노심초사했다. 요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분위기에서는 뭐, 운 나쁘면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불운한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갈 모국이 없어진 것도 아니니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믿고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처지라 그런지 콘서트가 주는 메시지가 괜스레 더 와닿고 뭉클했던 것 같다.
다음 행사는 Every Body Week이다. 이 행사는 학교에서 매년 주최하는 행사로, 일주일간 신체 다양성과 고유성을 되돌아보고 축하카지노 게임 사이트 기념하는 이벤트 위크다. 우리 심리 상담 센터에서도 주된 관련 기관 중 하나였다. 하여, 심리 상담 센터에 위의 사진처럼 부스와 여러 액티비티들을 설치해 두었다. 타고난 모습 그대로의 우리 몸을 존중카지노 게임 사이트 감사해 보자는 취지의 행사다.
내가 피부로 느끼기에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신체 사이즈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훨씬 자유로운 편이다. 그럼에도 대학에서 이렇듯 신체 다양성 행사를 매년 비중 있게 대대적으로 열고, 일주일 내내 여러 기관에서 협력하며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에 놀랐다. 식이장애와 신체 강박이 훨씬 심한 한국 대학가나 중고교에서도 이런 교육과 행사를 더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티베트의 설날이었다. 수업을 같이 듣는 티베티안 친구가 직접 만든 새해에 먹는 과자 '캅세'를 나누어 주었다. 단맛이 강하지 않고 섬섬-하니 고소한 코끼리 과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맛이었다(너무 연륜이 드러나는 비유였을까). 동아시아의 구정 설 외에 티베티안 새해가 따로 있는 줄 몰랐기도 하고, 구정과 기간이 제법 차이가 나서 신기했다. 덕분에 올해는 새해 복을 세 번 받는 것으로 정리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는 프랑스 문화권의 마르디 그라였다. 학과와 심리 상담 센터에 각각 마르디 그라를 기념하는 분들이 꽤 있어서 여기저기서 킹 케이크를 얻어먹었다. 프랑스어로 기름진 화요일이라는 의미로, 금욕 기간을 앞두고 기름진 음식들을 먹는 풍습이라고 한다. 그리고 초록색, 보라색, 금색이 마르디 그라를 상징하는 색깔이라고 한다.
정말 기름지게 튀긴 도넛에 초록색, 보라색, 노란색 아이싱과 설탕이 그득그득 얹어만든 도넛 케이크(?)였다. 이 케이크를 잔뜩 먹으면 한동안 설탕 생각은 안 나서 금욕도 가능할 것만 같았다. 케이크 안에 랜덤으로 아기 왕 모형이 들어있는데,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해보며 견문을 넓히고 배워가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한편, 즐거운 행사들과 별개로 학기와 할 일들은 무거워져만 가고 있었으니......! 이번에는 본업 모먼트다.
이번 학기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2년 차 논문이다. 애석하게도 거의 다 완성을 해가서 한참 신나던 시점에서 갈아엎어야 할 일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옴팡 받고 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다시 중간으로 돌아가야 하니 좌절스럽고 앞이 캄캄하다. 사진을 보니 쿠키를 먹으며 나름 애를 많이 쓰며 작업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웬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논문...... 며칠 동안은 잠시 외면하고 다음 주부터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어휴, 쳐다보기도 싫어라!
한 주의 전투식량 밀프렙과 데일리 도시락 사진이다. 이번 주는 샐러드 파스타로 정했다. 일요일에 저녁으로도 먹고 한 주 점심으로도 차곡차곡 준비해두었다. 레몬즙, 마늘, 간장과 올리브오일을 섞어 드레싱으로 넣은 이 샐러드파스타는 상큼해서 잘 물리지도 않고, 맛도 좋아서 꽤 성공적이었다. 보통 한 주 내내 같은 메뉴로 점심을 먹고 나면 질리고 먹기 싫어지는데, 이 메뉴는 몇 번 더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희망적이었다. 간식으로는 청포도와 사과, 치토스와 커피까지 야무지게 싸서 다녔다.
심리 상담 센터다. 요즘 로딩도 무겁고 일정이 많아서 슬슬 지쳐감을 느낀다. 이번 주 어떤 날은 아침 8시 출근하면 바로 8시부터 미팅을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 정말 단 1분도 쉴 틈 없이 시간대별로 미팅 및 심리 상담 일정이 10시간 동안 꽉-차있는 날도 있었다. 슈퍼바이저와 정신과 담당의와도 계속 컨설팅할 일이 생겨 일정 사이사이 여러 사람 오피스 옮겨 다니며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한 주였다. 6시에 퇴근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오니 기진맥진해서 죽는 줄 알았다,
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소...... 격렬하게 쉬고 싶다......
논문도 잘 안 풀리고 심리 상담은 기진맥진카지노 게임 사이트...... 힘든 한 주를 보내고 금요일 추가 근무까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센터를 나와 주차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이다. 한 주의 끝에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다. 기력도 없고 배도 허카지노 게임 사이트 참 힘든 시간이었다. 주말만은 온전히 잘 쉬어야지 다짐하며 집으로 향했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 운동만 한 것이 없다. 이번 주는 스텝 클라이머도 타고, 트랙 달리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테니스도 쳤다. 평소보다는 운동을 많이 못 했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이만큼 한 게 어딘가 싶다. 땀 방울방울에 스트레스를 실어 보낸다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달렸다.
좋은 사람들과 모여 그저 맛있는 것 나눠먹고 깔깔거리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어 한데 모여 사는 이야기도 하고, 고민도 나누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웃고 떠들고 나면 마음에 위로가 된다. 전혀 다른 문화에서 배우는 새로운 점들도 좋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타지에서 모국어로 큰 인지적 노력 들이지 않고 말하고 듣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고 힐링 될 수가 없다.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게 축복이라는 것을 타지에 와서야 알았다.
늘 고마운 사람들이다.
의무와 번잡함 다 잊고, 노랗게 버터를 잔뜩 먹인 팝콘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도 소중하다. 세상 번잡함으로부터 잠시 단절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궁무진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해 주는 사람들에게 모종의 고마움을 느낀다. 넷플릭스도 좋고, 나영석 표 채널 십오야 예능들을 특히 좋아한다. 그냥 무해하고 소소하게 웃긴 콘텐츠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요즘이다.
주말에 오래간만에 날도 맑고, 기온도 따스하니 기분이 좋았다. 늘 방치하던 머리가 빗이 잘 안될 정도로 상하기 시작했다. 하여, 미용실에 가서 기분도 내고, 남편에게 스타벅스 음료도 벗겨먹었다. 똑같은 음료라도 남편 벗겨 먹으면 괜히 더 맛있다! 무려 스타벅스 봄 신메뉴 라벤더 크림 말차라떼 벤티 사이즈다. 말차의 고소함과 라벤더의 향긋함에 미소가 사르르 번진다. 맛있어서 빠르게 다 마신 것이 함정이지만, 잠시나마 행복했으니 되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는 것도 복이다.
학업을 생각하면 그저 지치고, 스스로 방전되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 가야할 길을 멀었고 끝은 보이지 않는 것 같고...... 그런데 이렇게 사진으로 한 주를 돌아보며 글을 써내려가 보니 소소하게 좋은 순간들도 많았구나 싶다. 남은 주말 동안 또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고, 별 것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들 하면서 스스로를 잘 달래가며 충전해 주어야겠다 다짐해 본다.
일상과 삶의 무게에 지쳐가는 모든 분들에게 멀리서나마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