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이 Feb 10. 2025

자기카지노 게임, Self-development

계발과 카지노 게임의 차이점에 대한 잡념

어젯밤부터 바빴다. 미뤄뒀던 달리기를 해야 했고,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 했다. 브런치에 글까지 올리고 나니 하루를 열심히 산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새벽 두 시까지 핸드폰을 보다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출근과 등원을 시키고 난, 빨래를 정리했다. 정리를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 오전에는 동료들과 함께 산을 가기로 했다.


얼마 전에 글을 쓰는 컨설턴트의 영상을 보았다. 내용은 최근 4050 사이에서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이, 석박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상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퇴직 이후에 대한 불안감, 노년에 대한 대비로 분석하고 있었다. 30대도 다르지 않다. 직장동료들을 만나자 이야기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지에 대한 것으로 흘러갔다.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아니 어떤 것이 되었던지 간에 생산적인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보였다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통했다. 나도,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모두 느끼는 압박이다. 사회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뒤쳐지다 못해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며 삶을 내려놓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래서 그런 걸까. 카지노 게임 계발서적은 잘 나간다. 나도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가기 시작하던 20대 중반에는 카지노 게임 계발책을 많이 읽었다. 비슷한 느낌의 카지노 게임 계발 책을 다 여섯 권쯤 읽었을 때,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 책들을 통해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계발 방법을 나는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까? 지속할 수 있을까?"


나는 카지노 게임 계발서를 쓴 사람들이 꾸준히 실천해 왔던 생각을 유지할 어떠한 내적 에너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그러한 생각과 방법을 계발하게 되기까지 어떤 삶의 굴곡을 거쳐왔고, 그 속에서 어떤 것을 느꼈고, 느낀 것이 이후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나는 텍스트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충격적인 사건은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텍스트만으로는 온전히 전달할 수없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비밀은 결국 전달될 수 없겠구나."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았다. 대신 나만의 커다란 비밀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때부터 나를 카지노 게임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을 하기 위한 커다란 목표도 커다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작은 목표도 없었다. 그저 계속해서책을 읽고 생각을 적고, 운동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 알게 되고, 생각을 적으면 적을수록 얼마나 생각의 폭이 협소한 지 인식하게 된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내 한계가 어디인지 수시로 마주한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느끼는 순간, 생각의 폭이 협소하다는 것을 인식한 순간, 내 신체의 한계를 마주한 순간, 그 순간순간들 마다 나는 부정한다. 그리고 더 욕심을 낸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더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최면을 건다. 그럴 때마다 반드시 두통이 찾아오고 부상이 찾아온다. 인생이 그런 것일까. 욕심을 내면 기필코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는 것. 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반작용이 뒤따르는 것처럼 말이다.


계발과 카지노 게임을 검색창에 입력해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았다.

계발: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 <표준국어대사전

카지노 게임: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유용하게 만듦,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함,산업이나 경제 따위를 발전하게 함.<표준국어대사전


계발은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깨우침 같은 느낌이 강한 반면 카지노 게임은 세속적인 느낌으로 내게 강하게 다가왔다. 자기 계발서 한 권 또는 두 권으로 저자의 슬기나, 재능, 사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할까? 여전히 내 답은 불가능하다이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은 어떤가.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시키는 일은 내 삶에 중요할까? 반작용의 대가를 감수하면서까지 꼭 해야 하는 일인가.


카지노 게임을 검색한 녹색창에 "국어사전 결과 4개 더 보기"가 눈에 들어왔다. 눌러보니 "카지노 게임 1"의 뜻이 이렇다.


카지노 게임 1: 개의 발


이것을 보니 힘이 잔뜩 들어갔던 어깨에 힘이 풀린다. 계발이든 카지노 게임이든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눈에 힘 딱주고 계발이 어떻고, 카지노 게임이 어떻고 떠드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 "개의 발"이 제일 중요하지.


등산을 함께 갔던 동료가 자신이 "유리멘탈"임을 자인했다. 육아가 끝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침대와 소파를 찾아 널브러져 핸드폰을 바라보는 자신은 이미 틀렸다고 말했다. 아니다. "계발"도 중요하고 "카지노 게임"도 중요하지만 "개의 발"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것이다.


나는 불안하다. '직작생활 10년 동안 나는 무엇을 해왔는가, 어떤 결과물을 내 보일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 나를 압박한다. '나는 무엇을 내세울 수 있는가, 나의 쓰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를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로만든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나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모든 질문들은 나에 대한 의심이 되어 뇌리에 꽂힌다. 그럼 나는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경주마가 되어 불안감에 못 이겨 달린다.


지금 나에겐 "개의 발"이 필요하다. 유머, 쉼, 틈, 등등. 그 사이에서 내가 왜 달리는지, 무엇을 위해서 달리는지 생각을 해야 한다. 완벽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선명한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지금은 약간 기대된다. 계발과 카지노 게임에 대한글을 쓰려고 했던 오늘 우연히 발견한 "개의 발"이 신선했던 것처럼, 계속해서 나아가는 내게 어떤 "개의 발"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리고우연이 만들어 낼 결과물은 어떤 모양일지 기대된다.


2025. 02. 10 365개의 글 중 23번째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