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없음.
무거운 글만 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무겁게 느껴지나 보나 싶다. 영화를 보아도 무겁게만 느껴지고, 눈에 들어오는 책의 제목들도 모두 가볍지는 않다. 책을 펼쳐 읽다 보면 생소한 단어들이 뒤죽박죽으로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둥둥 떠다닌다. 그렇게 나는 그런 글들을 쓰고 있다.
애초에 매일 글을 올리려고 했던 것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적으려는 것이었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물건, 감정, 생각들을 쓰면서 정리해 보고 나름대로 일단락 지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몇 번 올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릭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면서 어떤 주제가 더 많이 읽힐까,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더 잘 쓰는 것처럼 보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물론 무거워졌다는 것이 글이 나빠졌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글이 가볍다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가벼운 주제에 대해서는 가볍게,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는 무겁게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모든 소재를 무겁게 풀어내려고 하지는 않았나 반추해 보는 카지노 게임. 지금까지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써왔던 서른두 편의 글이 모두 자기 색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가, 아니면 어색한 옷을 입고 있는 글도 더러 있는가. 신기하게도 어색한 옷을 입힌 글들은 "발행"버튼을 누르는 순간 멈칫하게 된다. 찜찜한 기분을 떨쳐내기가 힘든 카지노 게임. 나도 무의식적으로 이미 알고 있다. 이것이 최선이 아님을.
그럼에도 매일 써야 한다는 것은 기어코 "발행"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어울리지 않는 것도 세상으로 나와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내용물이 좋아야 하고, 좋은 내용물을 포장도 잘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포장을 한 뒤 세상에 내놓아도 마음에 들지 않게 마련인데, 나는 내용물도 자신 없고 포장지는 더더욱 자신 없을 때가 있으니 어디에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생각해 보면 '자신감'은 아니다. 그저 현재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내 보이고 싶은 어쭙잖은 욕심이다. 있는 그대로를 내보여도 읽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좋다고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섞여있다. 그런 욕심과 기대는 "발행"버튼을 눌러 세상에 내보인 뒤에 처절하게 평가받아야만 한다. 그 평가는 정확히 나의 현재 위치를 보여줄 것이다.
나의 현재 위치를 아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단 외면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내 위치를 아는 것은 도약을 가능하게 만든다. 내 수준에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면, 행동으로 옮기는 시점이 바로 다음날이 될 수도 있고, 일주일 뒤가 될 수도 있다. 아니 한 달, 일 년, 십 년 뒤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다. 십 년 뒤가 되고, 평생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어떠한가. 그저 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이 본업이 아닌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글을 쓰는 일이 본업이었다면, 그런 태도로 글을 대할 수 있었을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대하고, 쓸 수 있었을까.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본래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그 일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즉, 글쓰기가 본업이었다면 글을 쓸 때마다 힘이 들어갔을 것이고, 힘이 들어간 내 글은 읽기에 최악이었을 것이다. 나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겠지만 가망성이 없었을 것이고, 글 쓰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을까.
지금은 가볍다. 내가 글을 가볍게 대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못마땅한 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나로서는 참 다행이다.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이다. 오늘 업로드할 글은 "안경"이라는 소재로 글을 쓰려고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요즘 어떠한지, 그렇게 초점이 맞춰진 관점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쓰고자 했지만, 전개되는 글의 흐름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니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한 달 동안의 카지노 게임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서른두 편의 글 중에 조회수 1000을 넘은 글이 두 편이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뿌듯하다. 왜 그 두 편의 글이 선택된 것인지 잘 모르지만, 그리고 1000명의 사람들 중 몇이나 글을 자세히 읽었는지 모르지만, 그저 숫자가 주는 기쁨이 있다. 한평 남짓, 방안에 놓인 14인치 노트북 앞에 앉아서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에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여전히 의문이다. 365개의 글을 모두 채울 수 있을까, 학기가 시작된 뒤에도 난 글을 계속 쓸 수 있을까. 오늘 글이 "안경"카지노 게임 시작해 "무제"로 끝났듯이 지금 알 수는 없다. 그 끝을 가보아야만 알 수 있다.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다른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행동카지노 게임 옮기면 된다.
이렇게 오늘, 조금은 가볍게, 산뜻하게 365개의 글 중 33번째 카지노 게임 써본다.
2025.03.03 365개의 글 중 33번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