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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리나 Mar 07. 2025

벤자민 나무가 숨겨준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실내 정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유명한 수목원만큼은 아니지만 꽤 여러 종류의 식물과 작은 분수대가 갖춰진 아름다운 곳이다. 전문가의 손길로 만든 것도 아니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만든 것도 아니다. 특수학교인 우리 학교의 전공과 선생님들이 하나하나 심고 가꾸어서 만든 그야말로 소박한 정원이다.

5년쯤 전에 그 정원에서 벤자민 고무나무를 삽목해 왔다. 물꽂이를 해서 20일 정도 두었더니 뿌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화분에 옮겨 심어 우리 교실의 볕 잘 드는 곳에 두어 정성껏 키워온 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 그동안 더 큰 화분으로 이사시키고 새 흙으로 갈아주기도 했다.

처음 삽목했던 날에는 이파리가 3개였고 갓 태어난 아기의 손가락만큼이나 연하고 부드러웠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잎의 수를 세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만큼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그동안 담임을 맡은 학생들이 해마다 바뀌면서 카지노 가입 쿠폰 나무와 얽힌 추억도 다양하다. 이파리 3개의 아기 카지노 가입 쿠폰 나무(이때는 나무라고 부르기보다는 가지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낫겠다.)를 데려 왔을 때 소윤이가 연하디 연한 이파리와 악수한다면서 잡고 흔들어 내 가슴을 졸이게 했던 일, 물꽂이에서 처음으로 흙에 옮겨 심던 날 효상이가 흙을 엎어서 교실 한 구석이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던 일, 현수가 교실 바닥의 흙더미에 물을 부어서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었던 일,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던 날에 축 늘어진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보고 무슨 난리라도 난 것처럼 학교 여기저기에 생방송을 하고 다니던 용운이.

카지노 가입 쿠폰과의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진아와 진수 남매에 얽힌 일화일 것이다. 진아는 올해 우리 반이 된 여학생으로 말을 잘하고 똑똑하고 야무지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여 급식실에서 우유 가져오기, 다른 교실로 심부름 가기, 칠판에 날짜와 요일과 시간표 적기, 점심 식사의 식단표를 보고 친구들에게 알려주기 등 많은 일을 해낸다.

그러더니 지난주에는 교실 안의 식물들에게 물 주는 일도 하겠다고 나섰다. 내가 점심시간에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을 보더니 앞으로는 자기가 하겠다는 것이다. 진아는 손에 힘이 없어서 무거운 것을 잡을 수 없고 초점을 정확하게 잡는 것도 어렵다. 물이 담긴 분무기를 들 때 다른 사람이 도와줘야 하고 물이 화분 안에 정확하게 뿌려지도록 분무기 입구도 누군가가 잡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분 주변이 늘 물로 가득하여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다.

그래도 생명을 가꾸는 일을 가르치고 배우는데 그만한 어려움이야 해결하면 되지 싶었다. 분무기를 작은 걸로 바꾸고 화분 받침은 대형 사이즈로 바꿨다. 화분이 놓인 책상에는 커다랗고 두꺼운 천도 깔아 두었다.

이렇게 해서 진아의 화분 돌보기가 시작된 지 사흘이나 지났을까?

아직 1교시도 시작되기 전인 이른 시간에 진아 어머니께서 전화를 해오셨다. 진아가 휴대폰을 받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라면서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예의 바른 말씀도 덧붙이셨다. 급하고 당황한 목소리로 진아에게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가 어디 있는지 물어봐 달라는 것이다.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 냉장고에 카지노 가입 쿠폰가 달려 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되묻지는 않고 복도에서 놀고 있는 진아에게 물어봤다.

“진아야, 엄마가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시네. 알고 있어? “

그런데 진아는 대답이 없다. 엄마와 직접 통화해 보라고 전화기를 넘겨줬지만 한사코 거부한다. 진아의 태도를 보니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 행방을 알고 있기는 한데 말하기를 회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엔 진아 어머니께서 학교에 나오셨고 진아와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엄마의 한숨과 꾸지람과 부탁 어린 설득 끝에 진아가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카지노 가입 쿠폰를 숨겨둔 장소가 바로 벤자민 나무 화분 속이었던 것이다. 흙을 손가락으로 파헤쳐서 조그만 구멍을 내고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넣어두었으니 감춘 사람 외에는 아무도 찾을 수 없을 터였다. 화분 속에서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꺼내는 진아를 보고 어머니와 나는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웃픈 느낌을 주고받으며 어머니 잘 가시라고, 선생님 죄송하다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진아네 오빠인 진수는 우리 학교를 졸업하였고 지금은 성인이 되어 주간보호센터에 다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내가 담임을 맡았는데 평소에는 순하다가도 배가 고파지면 폭력적으로 변한다. 그때 우리 교실에 과자, 빵, 컵라면 등이 항상 구비되어 있던 것도 진수의 폭력성이 발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학년말쯤엔 간식 먹는 시간을 정해 두어 그 시간 외에는 먹을 수 없는 것을 인지하고 참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었지만 완벽한 습관으로 자리 잡지는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랬던 진수가 성인이 되고 나니 먹을 것에 더 집착하여 급기야 집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우게까지 되었나 보다.

어머니께서 카지노 가입 쿠폰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신 후 진아는 온종일 시무룩하고 예민하게 굴었다.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하지 않고 점심 식사도 평소의 절반 정도만 먹었다. 평소에 애지중지하던 벤자민 나무 잎을 괜히 뜯어서 버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어 하교 시간이 다가올 무렵이 되어서야 냉장고 카지노 가입 쿠폰 사건에서 벗어나는 듯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리고는 말했다.

“오빠는 간식이 없으면 발로 냉장고를 마구 차요. 간식을 먹을 때만 웃고 안 먹을 때는 항상 화를 내요. 오빠가 그만 먹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카지노 가입 쿠폰를 감췄어요. “

음식에서 원하는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오빠가 무섭고 싫으면서도 걱정되는 진아의 마음이 헤아려졌다.

조금 전 진아는 하교했다. 언제나처럼 카지노 가입 쿠폰 나무에게 “안녕! 내일 만나.”라고 인사하고는 4호차 통학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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