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상연이는 우람한 체구를 가졌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도 웬만한 성인 남자만큼이나 키가 크고 살집도 적당히 있으며 피부색이 약간 까무잡잡한 편이어서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보인다. 상연이는 아침에 등교할 때는 학교 차량을 타고 오며, 하교할 때는 활동보조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걸어서 귀가한다.
카지노 게임의 담임이 된 첫날에 활동보조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나는 그 분이 카지노 게임의 친할머니인줄 알았다. 분명 어머니께 활동보조 선생님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도 말이다. 보통의 활동보조 선생님이라고 하면 중년 정도의 활동적인 분을 연상하게 마련인데, 이 분은 연세가 80세가 넘어보이는데다 지팡이를 짚으셨으며 체구도 굉장히 왜소하여 카지노 게임를 무사히 집까지 데리고 가실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래서 한 번은 카지노 게임와 활동보조 선생님이 교문 밖에 나가서 길을 꺽어들 때까지 뒤에서 바라본 적이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카지노 게임가 앞장 서서 할머니를 모시고 가는 형상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젊고 건장한 손자가 노쇠하신 할머니를 보호하면서 길을 걷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며칠 후 카지노 게임 어머니와 상담을 하였다. 어머니께서는 이런 질문을 받을 줄 짐작하셨다면서 속 이야기를 하셨다. 카지노 게임의 가족은 아이가 넷이나 되는 다둥이 가정인데 카지노 게임가 맏아들이라는 것, 카지노 게임 밑으로 셋이나 되는 동생들을 육아하다보니 카지노 게임에게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 집 밖에서 숙박하는 것을 지극히도 싫어하는 카지노 게임 때문에 가족여행을 한 번도 못하다가 지난 해 부터는 활동보조 할머니께 카지노 게임를 맡기고 아빠와 엄마가 아이들 셋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는 것 등등.
그러니까 활동보조 할머니는 단순히 장애인의 보조인력이 아니라 카지노 게임의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지난 주 하교 시간 때의 일이다. 활동보조 할머니가 오셔서 카지노 게임와 함께 하교하였다. 2시간 쯤이나 지났을까? 카지노 게임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집에 돌아올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카지노 게임가 오지 않고 있으며 활동보조 할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 체험학습을 나갈 때 다른 모르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가버리는 특성이 있는 상연이인지라 가방 한 구석에 위치추적기를 달아둔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우리 학교는 매학기 초마다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필요한 학생에게는 위치추적기를 지급하고 있다.) 나는 얼른 앱을 켜서 상연이의 위치를 추적해 보기 시작하였다. 잡히는 위치는 학교 안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상연이와 활동보조 할머니가 아직 교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교내 전체에 방송을 하고 모든 교직원이 동원되어 교내를 샅샅이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유치원관, 초등학교관, 중고등학교관, 전공교육관, 학교기업관, 생활교육관 등을 탐색하였다. 나는 우리 학교가 이렇게도 많은 건물과 넓은 부지를 가진 줄 이날 처음으로 깨달았다.
우리 학교 직원들이 모두 동원되어 찾았는데 그래도 내가 담임교사라고 상연이와 활동보조 할머니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학교 뒷편에 있는 공원 둘레길 쪽으로 나 있는 후문 옆의 정자에 상연이는 댓자로 누워 있고 활동보조 할머니는 그 옆에 쭈그리고 앉으셔서 단팥빵을 드시고 계신 것이 아닌가! 그 단팥빵은 진로탐색시간에 제과제빵 강사님의 지도로 학생들이 만든 것으로 내가 활동보조 할머니께 하나 드린 것이다.
몸집이 커다랗고 까무잡잡한 남자애가 정자에 누워 있으니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이랬다.
"우리 카지노 게임 완전 자연인이네!"
그 말을 하면서 카지노 게임 몸에 묻은 나뭇가지를 털어주고 있는데 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
"선생님, 자연인은 무슨 자연인입니까? 완전 노숙자가 따로 없구만요!"
상연 아버지의 목소리다.
"ㅎㅎㅎ~ 그런가요? 제가 보기엔 딱 자연인인데 아버지가 보시기엔 노숙자로군요."
"이 녀석이 늘 이렇습니다. 아무 데서나 눕길 좋아해서 지 엄마한테도 늘 혼납니다."
옆에서 활동보조 할머니는 드시던 단팥빵을 마무리하지도 못하시고 어쩔 줄 몰라하며 서 계셨다.
교실에서도 자주 졸고 틈만 나면 눕기를 좋아하는 카지노 게임가 오늘은 봄햇살마저 따사로우니 정자에 누웠을 것이고 할머니는 조금만 앉아 있으려다가 마침 빵이 있는지라 그걸 드시면서 계셨을 것이다. 연로하신 노인인지라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 되었을 뿐.
그날은 낮 최고 온도가 23도나 되었고 다행히 미세먼지도 '좋음'인 덕분에 상연이의 자연인(노숙자) 코스프레는 봄날의 즐거운 일탈로 기억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