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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리나 Mar 28.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고 부를 수 있는 날까지


나는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다. 매일 아이들과 부딪히고, 또 작은 변화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리 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친구다. '동진아'하고 부르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표정은 금세 굳어버린다. 눈을 치켜뜨고 입술을 앙 다물며 거칠게 소리친다.

"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니야? 박사님이야! 회장님이야!"

그러면서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교문 밖에까지 달려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쫓아가서 붙잡고, 이 말 저 말로 한참을 달래야 겨우 다시 교실로 데리고 올 수 있다. 처음엔 이유를 몰랐다. 왜 이름 부르는 것을 이토록 싫어할까, 많이 답답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부모님이 모두 안 계시고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할머니께서도 그 이유를 모른다고 하셨다.

그런데 오래 지켜보니 이제는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다니다가 올해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동진아'라는 이름은 혼나고, 지적받고, 꾸중 듣는 소리로만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스스로 작아지고, 작아진 마음을 감추기 위해 더 크게 소리를 질러야 했던 것이 아닐까.

반면에 '박사님',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눈빛부터 달라진다. 얼굴에 자신감이 생기고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그 이름들 속에서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비로소 대단한 사람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결국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날을 맞이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딜을 걸기로 했다. 동진이가 좋아하는 직업 카드놀이를 이용해서.

"박사님, 오늘은 선생님이 네가 좋아하는 카드놀이를 준비했어. 선생님이 '동진아'하고 부르면 화내지 않을 때만 이걸 줄 거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눈을 부라리더니 이내 소리를 질렀다.

"싫어! 왜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고 불러! 나 박사님이라니까! 회장님이라니까! 안 해! 카드 필요 없어!"

그날은 그대로 실패였다.

며칠 뒤 나는 다시 말을 꺼냈다.

이번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동진아, 오늘도 카드놀이를 준비했어. 한 번만 해보자. 선생님이 부르면 화내지 않고 '네'하고 대답해 주면 돼."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바닥만 내려보다가 이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진짜 짜증 나!"

책상을 발로 차고 등을 돌려버렸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되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마음을 열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며칠 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눈길이 카드로 슬쩍 향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카드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한참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 진짜로 이름 부르면 카드 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선생님이 '동진아'라고 불렀을 때 화를 안 내고 '네'하고 대답하면 바로 줄 거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쉽게 대답하지 않는다. 입술을 마구 움직이면서 어깨를 웅크렸다 펴기를 반복한다.

그동안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가르치면서 이런 동작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때다 싶어서 천천히 이름을 불렀다.

'동진아"

입술을 꼭 깨물고 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한참 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네'

겨우 한 음절이었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는 쉽지 않은 대답이었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기까지 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발작의 위험을 달고 사는 아이인데 만약의 경우가 걱정되기도 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원하는 카드를 얻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이후로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여전히 이름을 부르면 싫어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소리를 지르고 교실 밖으로 나가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화 내고 뛰쳐나가는 와중에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한 번쯤 다시 돌아본다.

변화는 그렇게 천천히 올 것이다. 억지로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스스로 조금씩 걸어오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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