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아닌 아줌마가 풍덩
태지원 작가의 『정물화 속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읽게 된 배경은 좀 뜬금없다. 유랑선생 필명으로 발행한 [글쓰기 고민 해결소]를 구독했는데 그 귀중한 강의가 최근에 끝났다. 매주 수요일 정성껏 차려낸 정찬과 같은 글쓰기 코칭의 아쉬움을 달래려 작가님의 신간을 사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이 주 타깃이지만 역알못인 내게도 딱 좋을 듯싶었다. 기본적인 역사 상식이 많이 딸렸던 터라.
아니라 다를까 아름다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 사물로 시작해서 역사와 경제 이야기를 풀어내니 단숨에 빨려 들어갔다. 까마득히 젊은 시절 배웠던 사건들이 다시 떠오르고 새로운 앎의 기쁨을 맛보았다. 구텐베르크의 성경 인쇄, 마르코 폴로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경위, 식민지 건설과 노예 선에 대한 마음 아픈 진실 등.
정물화뿐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마음 저미는 사건을 묘사한 여러 명화와 풍자 만화가 등장한다. 이러한 풍성함도 좋았지만 이 책에 풍덩 빠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주부이기 때문이다.
21세기 현대인이 SNS에음식 사진을 올리듯, 600년 전의 네덜란드인들도 음식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식당 벽에 걸어놓고 감상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등장하는 음식과 식기는 주로 고급스러움을 자랑하는 것들이었다. (51p)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재로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 음식과 식기가 내용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청어, 굴, 후추, 소금, 설탕, 감자, 수프등 사랑스러운 식 재료에 솔깃할수밖에 없다. 화가의 예술 혼이 담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바라보며 ‘노릿 노릿 잘도 구웠네.’ ‘이 사람들도 생 석화 굴을 먹었나?’ 하는 사이에 상상도 못한역사와 경제 스토리가 펼쳐진다.
그 가운데서도 으뜸은 네덜란드의 청어잡이였다. 뵈켈스존이라는 어부가 해상에서 곧장 청어 손질을 하기 위해개발한 작은 칼 이야기, 청어를 염장할 때 취장과 유문수라는 기관을 남겨둔 채 절이면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며 맛도 좋다는 거, 세상에나 이러한 부의 축적으로 1608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최초 암스테르담의 증권거래소라니.
청어를 잡으면서, 그리고 절임청어를 유럽 각지에 수출하면서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17세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였던 수도 암스테르담을 두고 ‘청어 뼈 위에 세워진 도시’라고 했을 정도다. (88p)
그 유명한 페르메이르의 <델프트 풍경의 화폭 속에 청어잡이에 특화된 뷔스라는 배도 있었다!
주부를 사로잡는 것은 음식 재료만이 아니다. 나의 로망 꽃, 도자기, 커피도 줄줄이 등장한다.
봄의 주인공 튤립이 거품 경제와 관련된 시절이 있었다. 그 뿌리가 숙련된 장인의 연소득 10배까지 치솟다가 갑자기 하락한 것은 그토록 고고한 자태였다가 어느 날시들어 버리는 꽃의 모습과 닮았다. 식탁에 놓인 알뿌리를 양파인 줄 착각하고 먹어치운 어느 항해사는? (감옥에 갔다.)
청화백자는 코발트 생산지 카산의 아라비아 상인의 주문과 중국 도자기 기술이 만든 최초의 OEM,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품이라는 거. 우리가 요즈음 둥지를 틀고 있는 카페를 부럽게도 그들은 1600년대에 시작했다. 런던의 ‘1 페니 대학’ ‘파리의 ‘르 프로코프’ 등의 커피 하우스로.
하지만 꼭 이런 외부적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부터 경제학과 함께 들려주는 이중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주축인 주부를 내면의 성찰로 이끈다.
장 보드리아르는 『소비의 사회』에서---그에 따르면 현대의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상품의 기능이나 효용, 품질이 아니다. 사람들은 상품이 풍기는 위세와 권위, 행복의 이미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사물을 통해 구원을 얻으리라 믿었으며 이를 통해 소비의 계급체계를 받아들였다.(264p)
반복과 획일화, 소비가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인간은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가고 있을까?(265p)
묵직한 철학적 질문이다. 그러니 성인에게 더 필요한, 어른들 중에서는 딱 나 같은 아줌마에게 어울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아닌가? 21세기 우리의 커피 하우스 모임에서 소개도 하고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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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선생 작가님의 글쓰기 강의를 들은 지(글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서인지, 자꾸 쓰기와 관련된 팁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선생님이 요것 저것을 가르친 후에 시범을 보이며 '이처럼 따라서해 봐' 하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또 다른, 살아있는 글쓰기 강의였다.
1. 제목에대한 아이디어: 정물화 풍경 속의 사물에서 시작하여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경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얼마나 신박한 발상인지. 그런데 그림과 역사와 경제에 대해 풍성한 지식이 있지 않고서는 생겨나지 않는 아이디어다.
2. 첫장에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 해골의 비밀로-일종의 충격 요법- 청소년 포함 우리를 끌어당긴다.
3. 서로모순되는 언어에서 (아이러니에서) 흥미로움이 나온다. 작가님은 들어가는 글에서 '정물화 속 사물이 건네는 매혹적인 이야기'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그 사물들이 그런 애기를 전혀 한 적 없고, 순전히 저자의 창작이다. 놀라움은 재료의 속성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펼침으로 생겨났다.(작가님 강의에도 나옴)
례: 10장의 [설탕, 달콤한 맛 너머의 진실]에서는 설탕을 만들기 위해 전혀 달콤하지 않은 노예무역이 생겨난 스토리가 나온다.
3장에서는금이 아닌'검은 황금' 후추와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을, 14장에서는 초콜릿과 제국주의의 달콤하고 씁쓸한 속성을 연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