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카지노 게임 323
카지노 게임에서 길을 잃다
하루를 다 소모하여 카지노 게임에 입성했다. 카지노 게임는 입성이라는 단어에 꼭 들어맞는 나라다. 요새의 국가이며, 구불거리는 언덕길은 걷는 카지노 게임자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교통체증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7일 통합버스카드를 구입한다. 카지노 게임를 처음 접하게 되는 항구는 온통 성벽으로 둘러쳐져 있고, 수도 발레타의 시티게이트는 18미터 깊이의 해자를 건너는 다리역할을 한다. 발레타 게이트는 곧 전쟁을 치를 태세로 스케일이나 모양새가 차갑고 단호하다. 400명의 기사단이 묻힌 성요한대성당과 무기를 전시하는 박물관, 발포 행사, 그리고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요새가 이곳이 중세의 도시, 요한 기사단의 나라라는 걸 말하고 있다. 목이 베어진 메두사와 세례 요한의 참수를 그린 카라바조도 이곳에서 요한기사단이 되고자 했으니, 나에게 카지노 게임는 전쟁의 도시로 다가온다.
나는 이곳에서 잠시 길을 잃는다.
카지노 게임이 중반을 지나면서, 뭔가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찰나다. 애초에 카지노 게임을 떠나기 전, 나는 동행인에게 문자 하나를 넣었다. 두 사람일지라도 질서가 있어야 하니, 당신은 대장이고, 나는 대원이오. 대장에게는 대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요구되고, 대원은 대장을 무한 신뢰하고 지지해야 하오. 나는 근엄하게 선언하였으나, 동행인은 갖찮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10여 년 전 38일간 안나프루나를 함께 카지노 게임한 추억이 있는지라, 함께 카지노 게임할 때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안다. 두 사람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각오가 준비되어야만 카지노 게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슬슬 그 덕목을 잊어간다는 걸 스스로 감지한다. 대장에 대한 지지는커녕 점차 말이 없어지면서 대꾸도 안 하고 쌩하니 토라지는 모습을 감출 수가 없게 되었다. 발레타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결국 나의 불만과 스트레스는 폭발하고 말았다.
마침 일요일이라 누구든 예배에 참석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성당 입구에 붙어있다. 안내문을 보자마자 나는 예배에 참석하고 싶어졌다. 카지노 게임 성당에서 예배를 본다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기도 하고, 없던 신앙심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 무엇보다 동행인과의 갈등 국면을 30분이라도 지연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동행자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30분 후에 성당에서 만나자는 나의 제안이 이기적인 발상 아니냐며 집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건 곤란하다. 나는 혼자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 자신이 없는걸. 결국 우리는 인적 드문 거리에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 시점에서 꼭 필요한 대화의 시간이었다. 물과 화장실 사용이 가능한 카페에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왜, 어디서, 어떤 부분에서 오해와 상처가 생겼는지를 솔직하게 토로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유지한 채, 말의 온도와 습관, 상대에 대한 배려 등을 원인으로 찾는다. 서로를 파고드는 대화는 허기가 질 정도로 에너지를 소모시켜, 우리는 우선 밥을 먹는데 합의를 본다.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우리는 특별 코스요리를 주문할 뻔했다. 엄선하여 들어간 식당에는 화덕이 보이지 않아 무슨 피자를 내놓을까 싶었는데, 먹음직스러운 피자가 웨이터들의 어깨에 얹혀 배달되었다. 음식을 만드는 공간은 따로 있고, 피자는 화덕에서 막 구워오는 게 확실했다. 우리는 피자와 해물 파스타와 맥주 두 잔을 시키면서, 먹는 거에 있어서는 너무나 잘 통한다며 애써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다. 오늘 이 시간도 반드시 필요한 여정이라며 서로를 위로해 본다. 홧김에 여차 점심 값으로 60유로를 치를 뻔했다. 피자와 해물 파스타는 너무 맛있었다. 유명인이 맛집으로 추천한 곳이기도 했다. 카라바조 그림을 보러 올 때 다시 한번 들르자고 약속한다. 음식을 앞에 두고는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식당을 나오는 순간 다시 냉랭해진다. 같은 버스를 타고, 둘이 같이 귀가하였지만 둘 다 서로 말이 없다. 나는 당분간 동행자의 침묵을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일으킨 전쟁이므로 나는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그녀가 나의 진심을 알고, 다시 나의 대장으로 돌아오기를.
2025.3.23. 카지노 게임 숙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