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할 당시, 나는 집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랬겠지만 믿기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은 극한 대립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어디 하루이틀 일인가. 물론 한국 사회가 여러 문제점이 산적해 있고, 생존을 위협받는 소수자들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평상시와 다른 큰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적당히 평화롭고 누적되어 온 불평등과 차별 또한 그대로 유지되는, 한마디로 모든 게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갑자기 계엄이라니.
법적인 요건을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 않나.윤석열과 계엄 세력은 계엄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 같다. 현실인식이 망가져 있는 사람인줄을 알았지만, 이런 정도일 줄이야. 어느 것 하나 현실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식, 이성 같은 낱말이 다 말라버린 낙엽처럼 쉽게 바스러질 줄이야.
불안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윤석열이 계엄령 선포하는 순간부터 이 계엄이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12월 4일로 넘어가는 그 새벽, 만약에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계엄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만약에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하지 못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다쳤겠지. 2024년의 계엄군은 1980년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들처럼 명령대로만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총을 쐈을 테고 그 총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분명 발생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계엄 시도는 실패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은 점점 커져갔다. 계엄 시도 이후 첫 주말,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불발되고선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이 최고조가 되었다.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탄핵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너무나 심각한 범죄를, 그것도 숨어서 저지른 게 아니라 범죄 장면을 생방송으로 송출한 너무나 명명백백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계엄 시도 자체가 비현실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이성과 합리, 보편과 상식을 신뢰할 순 없었다.
다행히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찬성표가 적게 나왔다. 박근혜보다도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이탈표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권성동이라든지, 윤석열이라든지 이런 치들의 안하무인식 행동을 보고 있자면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1+1= 5라고 우기고선 이걸 논쟁거리로 만드는 꼴이다. 우리 사회가 쌓아온 모든 상식과 시스템은 모조리 망가뜨리고 있다.
계엄과 탄핵 덕분이라고 말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 불안에 취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대체로 내 삶은 예측 가능한 범주에 있었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은 없었다. 실패하거나 고생하는 경우조차도 예측가능성 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예를 들면 감옥에 가는 일은 확실히 남다른 일이었지만 오랫동안 생각해 온 일이었고, 나보다 앞서 감옥살이를 했던 병역거부자들의 경험 덕분에 수감을 앞두고 나는 아주 조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만 있었다. 데모를 하다가 재판을 받는 경우에도, 벌금형을 선고받을까 봐 걱정되었지만 그게 내 영혼을 잠식할 정도의 불안은 아니었다. 출판사에 입사 지원서를 내고 면접볼 때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을 때도, 긴장되고 떨리긴 했지만 이때 느낀 불안은 내가 감당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성격 또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약간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한 상황을 좋아한다. 계획대로만 움직이는 세상보다 예측가능하지 않은 돌발상황이 나는 더 재밌다. 야구를 했다면 마무리 투수에 어울리는 성격인 거다. 실패에 주눅 들지 않는 편이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스트레스받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이겨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가진 게 많지는 않지만, 예측가능성 속에 내 삶이 놓여있다는 감각 그리고 타고난(?) 성격 덕분에 나는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가 불안에 잠식되지 않는 영혼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번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일상을 무너뜨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을 느낀 것이다. 브로콜리너마저는 '바른생활'에서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자. 생각을 하지 말고 생활을 하자. 물을 마시고 청소를 하자"고 노래했는데 계엄 이후 우리 집은 쓰레기가 쌓여갔고 나는 뉴스만 보느라 생활을 챙기지 못했다. 이처럼 불안에 취약한 적이 없었으니, 나는 이 상태가 너무 낯설고 어려웠다.
그래서 문득 나의 불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어떤 프로그램에서 나눠준 자기 진단 질문을 마주했을 때 나는 내 불안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친구들을 잃게 될 거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이라고 썼다.
어린 시절 내게 각인된 근원적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 나는 줄곧 어딜 가나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는 편이었으니 잊고 지냈지만 사라지지 않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때 해마다 전학을 다녔는데 참 멀리도 다녔다. 서울 북쪽 끝 방학동에서 서쪽 끝 화곡동으로, 다시 부산으로, 또 광주로. 그때 나는 고작 초등학교 1,2, 3학년이었으니 내게는 마치 지구에서 화성으로 다시 금성으로 이주하는 것처럼 세계를 옮기는 일이었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사투리를 쓰는 아이들을 만나고 매번 친구가 되고 이별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사람 사귀는 게 어렵지 않은 편인데 어쩌면 이때의 경험이 나름의 친구 사귀기 훈련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전학 간 학교에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아무도 모르는 감각,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 누구와 밥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막막함, 친한 친구와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이별의 예감 같은 것들이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의 원천이 되었다. 어쩌면 친구들하고 노는데 그렇게나 진심이었던 것도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 크고 나선 내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나를 떠난 친구들과 멀어진 친구들이 생각났다. 언제든 내 잘못으로 친구를 잃을 수 있다는 새삼 당연한 깨달음이 나에게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이라는 형태로 찾아왔다. 감옥에서 읽은 진은영의 시 '서른 살'에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죽을 때까지 기억난다"는 시구 또한 나에게는 어떤 삶의 교훈이 아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으로 다가왔다. 내 잘못으로 가까운 친구들과 멀어졌던 경험은 그 뒤로도 언제든 그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줬으니.
평소 잊고 지내던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의 근원을 계엄 때문에 탄핵 때문에 살펴보게 될 줄은 몰랐다. 불안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나동이 쓰러진 뒤 그렇게나 열심히 읽던 책도 읽을 수 없었다. 아, 어쩌면 불안이 쌓이고 쌓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지금 막 나동 이야기를 하면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동의 사고 뒤에 미친 듯이 책을 읽은 것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 나동이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그랬던 건데, 그게 다 가시기도 전에 계엄이 터졌으니까.
나는 내가 불안에 그래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연달아 크게 불안한 일에 노출되니 이토록 흔들리는 사람이구나. 연달아 찾아오는 불안 앞에 장사 없는 게 당연한 거겠지. 어떤 감정은 겪어야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감정들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감정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은, 어떻게 마주하고 감당하고 다스려야 하는 걸까? 슬픔, 외로움, 허무함 같은 감정이라면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만의 방법을 알고 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과는 어떻게 같이 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으로 시작한 2025년, 우선 빨리 탄핵 국면이 끝나면 좋겠다. 나 하나 불안한 것도 감당하기 힘든다 나라가 통째로 불안하니 정말 못살겠다. 윤석열 탄핵되고 감옥 가고 나면 나도 천천히 내 불안과 대화해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