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구속되었다. 공수처는 구속 영장에 그를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고 지칭했다. 이 말이 너무 당연하면서도 참 어색하게 느껴졌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이렇게 설명한다.
확신-범(確信犯)「명사」 『법률』 도덕적, 종교적, 정치적 확신이 결정적 동기가 되어 일어나는 범죄. 또는 그런 범인. 사회가 급격하게 변동하는 시기에 많으며, 사상범·정치범·국사범 따위가 있다.
확신범들은 반성하거나 뉘우치지 않는다. 사전에서 정의한 대로 결정적 동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한 사람이니까. 그 인식의 처참함을 논외로 하자면, 윤석열 또한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계엄과 내란을 실행했으니 확신범이 맞다.
그런데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 부르는 게 어색한 것은, 보통의 경우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떳떳하고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윤석열이 보여주는 모습은 굉장히 치졸하고 비겁하기 그지없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하고선 온갖 추잡스러운 꼼수를 동원하고, 법치와 상식을 망가뜨리면서 감옥 안 갈 궁리만 하고 있다. 자기 때문에 인생 망하게 생긴 부하들에게 외려 자기 죄를 미루고, 스스로 안위를 챙기느라 경호원들을 사지로 내몬다.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추잡한 카지노 가입 쿠폰은 처음 본다.
보통의 경우 카지노 가입 쿠폰들은 떳떳하고 당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나와 내 동료들은 전과가 여러 개 있는데 우리는 모두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다.정치적 확신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계획적으로 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다. 물론 우리의 모든 행동이 불법은 아니고 실제로는 법의 테두리에서 진행하는 행동이 훨씬 많지만, 법과 제도를 활용한 수단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법을 어기고 처벌을 받음으로써 사회의 부정의와 문제를 알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록 법을 어기는 순간에도 늘 행동에 떳떳하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같은 것은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올랐던 평화활동가 엔지젤터는 공군 기지에서 출격 대기 중이었던 전투기를 동료들과 함께 때려 부수는 액션을 했다. 엔지젤터는 도망가지 않았고, 자신과 동료들의 불법 장면을 모두 촬영했으며, 조사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며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다. 왜 이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상황이었는지, 자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어떤 법을 어길 수밖에 없었는지. 조사를 거부하고 체포영장에 경호원 뒤로 숨은 윤석열과는 다르다.
우리가 떳떳하고 당당함을 유지하는 까닭은 도덕적으로도 우리의 비폭력 직접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떳떳함과 당당함이야말로 카지노 가입 쿠폰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설득 수단이기 때문이다. 만약 엔지젤터가 호크기를 망치로 부순 뒤 도망갔다면 법원은 그를 그냥 잡범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엔지젤터는 그러지 않았고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만약 나와 내 친구들이 무기박람회 행사장에서 직접행동을 해서 고발당했을 때, 우리는 잘못이 없으니 경찰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도망 다녔다면 1심 판사는 우리에게 절대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행동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윤석열과 같지만 경찰조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서 우리의 주장을 거듭 강변했다. 우리가 경찰서에서, 법정에서 힘차게 한 이야기는 무기박람회 행사장의 탱크 위에서 외친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였다.
윤석열을 보면서 나의 이불킥 시절이 떠올랐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으면서 처벌 수위를 줄이기 위해 거짓말로 경찰조사를 받았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수치심이었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학생인 것처럼 연기했지만 결국 어떤 에피소드로 인해 내가 운동권이고 학생회장이라는 것을 경찰에게 들켰을 때 나는 정체를 들킨 것보다 처벌 덜 받으려고 순진한 학생인 척한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윤석열은 부끄럽지 않을까? 입만 열면 그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자신이 가진 수사 지식을 총 동원해 꼼수를 부리는 자신의 모습이 수치스럽지 않을까? 평생을 감옥에 갇혀 그 좋아하는 술도 못 마시게 될 것이 두렵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일국의 대통령까지 역임한 사람이 평균정도의 수치심도 정녕 없는 것일까. 나는 20년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 떳떳하지 못한 내 모습이 부끄러워죽겠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