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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리나 Dec 22. 2022

뮤지컬 물랑루즈가 알려준 카지노 게임 방법

지극히 개인적인 관람후기

뉴욕 브로드웨이에 뮤지컬 <물랑루즈의 막이 오른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궁금해서 혼났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뉴욕 여행 계획이라도 당장 세우고 싶었다. 아쉬운 대로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공연장에서 직접 볼 수 있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렇게 기대하던 공연이 올연말 아시아에 최초로 상륙하는데, 그것도 한국 공연장에서 펼쳐진다니…. 심지어 주연 배우에 나의 최애 배우님이 캐스팅됐다니, 피켓팅을 뚫고 어떻게든 관람 티켓을 사수해야 했다. 국내 공연이 시작되고, 때마침 내가 예매해둔 날 아침부터 흰 눈까지 펑펑 내렸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보니 벌써 남녀 주인공, 사틴과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았다.


거의 20년 전이다. 영화 <물랑루즈를 보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었던 게…. 2000년대 초 대학생이 된 나는 통신사 멤버십 혜택을 누리며 심심하면 극장을 찾았다. 개봉하는 화제작은 거의 다 보고 지나갈 정도로 다양한 영화를 봤지만, 물랑루즈만큼 아름다운 영상과 중독성 있는 음악에 홀렸던 적이 없었다.


물랑루즈는 1890년대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 자리 잡은 당대 최고로 화려했던 클럽으로, 영화는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주인공 사틴은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겪어내고 인기 절정의 자리에 오른다. 꿈을 찾아 파리로 온 젊은 작가 크리스티안은 사틴을 보고 한눈에 반해 사랑의 노래로 그녀의 마음을 홀린다. 하지만 돈이 있어야 고통스러웠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하게 믿고 있던 사틴은 크리스티안을 밀어내고, 클럽 후원자인 공작을 만난다. 그러나 자꾸 밀어내려 해도 자석처럼 크리스티안에게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둘은 공작 몰래 비밀 연애를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뻔한 신파극의 요소가 빠지지 않는다. 미인박명이라더니, 사틴이 폐결핵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략적인 스토리만 봐도 정말 진부한 사랑이야기다.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눈에 다 보이는 작품이지만,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화 같은 영상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게다가 뮤지컬 영화답게 계속 귓가에 맴도는 OST가 크게 한몫한다. 마돈나,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유명한 팝스타들의 명곡 수십 곡이 조합된 익숙한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다. 눈과 귀를 동시에 호강시켜주는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때문에 나는 스토리에는 큰 감흥을 받지 못했지만 이 작품을 20년이 넘도록 좋아했다.


영화가 아닌 뮤지컬로 물랑루즈를 만나보면서 기대했던 부분 역시 화려한 무대와 흥겨운 팝 음악이었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만큼 극강의 화려함과 웅장한 무대 스케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자본주의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더니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이라서 라이브 노래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것은 화려한 볼거리와 웅장한 음악이 아니었다. 사랑이 얼마나 아픈지,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모양의 사랑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스무 살의 나에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막이 오르자 남자 주인공이 나와서 이야기한다.


“이건 카지노 게임 이야기예요. 여러분의 애틋했던 첫카지노 게임의 기억을 지금부터 떠올려 보세요.”


그렇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사랑’을 노래한다. 순수한 청년 크리스티안은 사랑 앞에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는 남자다. 당장의 팍팍한 현실에 고달파하거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사랑스러운 여인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노랫말을 건네는 로맨티스트다. 그런 반면에 클럽이 재정적 위기에 처해 다시 예전처럼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틴은 당장 닥친 현실의 고충이 너무도 버겁다. 심지어 자신과 공작의 관계에 클럽 식구들의 생사까지 달려있다니 그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틴은 클럽과 함께 크리스티안을 지켜내야 했다. 행여라도 공작이 크리스티안을 다치게 할까 봐 애써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카지노 게임 남자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의 아름다운 음악이 세상에 나와 빛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결핵으로 피를 토하는 고통까지 참아내고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춘다.


카지노 게임 사람과 지금 당장 소중한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은 남자, 내가 카지노 게임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 아픔을 끌어안은 채 희생하는 여자.


어떤 사랑이 더 아름답다, 숭고하다 감히 말할 수 없다. 다만 말 못 할 모든 아픈 사연을 자신의 가슴에 품어 모난 곳은 다 녹여내고, 삐뚤어진 곳은 매끈하게 잘라내서 가장 예쁜 모양으로 꺼내주고 싶었던 사틴의 노력에 마음이 아팠다. 그 마음을 알아서 처절하게 오열하는 크리스티안의 모습에 나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크리스티안이 사틴을 처음 만난 날 불렀던 노래의 가사처럼, 딱 하룻밤 만이라도 그 둘이 마음껏 편안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내내, 두 남녀의 가슴 아픈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생각해보니 나의 카지노 게임은 사틴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나는 카지노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마음에 뾰족하고 거친 하트를 꽂아버리는 날이 무수히 많다. 아이한테, 남편한테 카지노 게임이라는 이유로 쏟아내는 각종 잔소리 말이다. 분명 하트 모양이기는 한데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도 있고, 울퉁불퉁 거친 면도 있다. 때로는 굳이 입 밖에 꺼낼 필요가 없는 사소한 이유와 사연까지도 주저 없이 꺼내놓는다. 사틴처럼 죽을 만큼 힘겹게 참아가며 내 카지노 게임의 모양이 최고로 아름답도록 갈고닦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최소한 카지노 게임을 받는 상대가 따갑지 않도록 동글동글하게 다듬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렇게 삐뚤어진 카지노 게임은 사틴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믿고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얄미운 공작의 카지노 게임인지도 모르겠다.



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물랑루즈의명대사처럼우리의삶에서가장위대한것은카지노 게임것이고카지노 게임받는것이다. 사랑할 수 있는 이 순간 마음껏 사랑을 전해주어야겠다. 뭐든 기브 앤 테이크인 법이니까, 일단 많이 많이 주자. 하지만 모난 사랑을 보냈다가는 상대의 마음에 그 사랑이 콕 박혀 내게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나와 카지노 게임 이 사이에 우리의 사랑이 굴러다닐 수 있도록 부드럽게 다듬는 시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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