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성질이 무척 까칠한 인간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야'가 아니라 '아닌 건 아닌 거지'가 더 어울리는 인간이었다. 직장에서는 쌈닭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에 앞장섰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는 옳지 않은 일이나 비효율적인 일을 참고 넘기지 못했던 지*맞은 성격 탓이었다.
까칠한 사람은 대체로 자신에게도 엄격하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 일처리가 꼼꼼하고 완벽하지는 않다. 십여 년 신문사와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하는 동안 꼼꼼하지 않아서 저지른 사고도 많다. 정확하게 팩트 체크를 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바람에 취재원을 난처하게 만든 적도 있었고, 단행본 만들며 판권의 저자 이름을 잘못 쓰는 바람에 교정 스티커를 2만 개 붙여야 했던 일도 있다. 생각해 보니 그런 어마어마한 실수를 했는데도 당장 해고하지 않고, 심지어 경위서도 쓰지 않고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올 때까지 일할 기회를 준 당시 회사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어린이집 교사로 직업을 바꾼 뒤에도 원고에서 오탈자를 잡던 버릇은 지속되었다. 내가 근무한 어린이집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었는데, 교사가 써야 할 글은 참 많았다. 교사로서 당연히 써야 하는 보육일지 말고도, 날마다 부모와 소통하는 '날적이'가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은 '월 평가서'를 써야 했는데, 이는 교사회뿐 아니라 부모들과도 공유하는 평가서였다.
아이들과 했던 교육 내용부터 생활이나 관계까지 반성과 계획을 모두 담았던 그 평가서는 공동육아 교사 업무 중카지노 게임도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였다. 글쓰기를 별로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도 평가서를 제출하기 전날에는 밤을 꼴딱 새우기 일쑤였으니, 글쓰기를 힘들어했던 다른 교사들이 갖는 부담감은 정말 컸을 것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부모협동보육시설이라는 법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보육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교사를 할 수 있었다. 굳이 유아교육을 전공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카지노 게임 독문학(그리고 약간의 신학과 철학)이라는 전공이나 편집자 출신이라는 경험을 스스로 귀한 자산이라고 여겼다. 눈을 부릅뜨고 오탈자를 잡아내던 성격과 '아닌 건 아닌 거지'에서 비롯된 엄격함을 나 자신에게만 적용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카지노 게임 이런 깐깐한 태도를 남의 글을 읽는 데서도 발휘하였으니, 글쓰기,책읽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후배들이 쓰는 평가서는 내게 지적질하기에 좋은 먹잇감이 되곤 했다.
초등학생이나 헷갈릴 법한 기본적인 맞춤법을 틀리거나, 주어 술어가 연결되지 않은 비문, 잠결에 쓰느라 미처 검색하지 못한 오탈자, 컴퓨터 자동 프로그램도 가끔 틀리는 띄어쓰기까지, 매의 눈으로 찾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카지노 게임 일일이 잡아내고 고쳐줬다. 원하지 않은 검사를 받고 언짢아했을 동료와 후배들의 기분보다는, 틀린 맞춤법과 이해되지 않는 문장으로 쓰인 평가서를 볼 부모들의 시선을 더 의식했다.
나도 명분은 있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오탈자가 반복되는 책을 발행카지노 게임 출판사를 신뢰하지 않듯이, 글을 바르고 반듯하게 써야 부모들이 교사회를 신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하며 읽다가도 오탈자가 반복되는 책을 만나면 책장을 덮고 싶어진다. 살짝 짜증도 난다.
내 글도 깨끗하게 쓰고, 남의 글도 바르게 고쳐주자는 마음은 나로 하여금 글쓰기 공부를 놓지 않게 도와주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우리말, 우리글쓰기에 앞장섰던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을 스승으로 삼았다. '쉽고 깨끗한 우리말'로 되도록 짧은 문장을 쓰자고 노력했는데, 아이들 앞에서 젠체할 필요도 없고, 학술적 용어를 사용한 논문을 써서 학위를 딸 것도 아니라서 내게는 꽤 좋은 훈련이 된 것 같다. 아이들이 아름답고 선하게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교육과정을 꾸준히 연구할 수도 있었다.
남편도 장르는 다르지만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고, 나 역시 퇴직 후 가장 큰 수입원은 글쓰기 교실이다. 한글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 자축하자는 마음이 들어 남편에게 "한글날 축하한다"고 했다. 남편은 슬그머니 태극기를 꺼내서 내건다.
세종대왕은 오래 전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뜻으로 한글을 창제했다. 그 덕분에 한글로 많은 이들이 글을 남긴다. 수천 개의 글을 날마다 부지런히 써서 올리거나, 책의 형태로 글을 엮어냈거나, 수천 명의 구독자층을 가진 '진짜 작가님'들이 이 브런치에도 참 많다.
나도 한때 방송작가 일을 하기도 했고, 비록 초판만 내고 절판되었으나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책을 내기도 했던 '출간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작가라는 이름이 민망하고 어색하다. 내 글이 너무 쉽고 얕다는 걸 알기에, 기라성 같은 작가님들 사이에서 나도 작가입네, 명함을 낼 마음도 용기도 없다. 내 글이 나 외엔 아무도 관심없는 신변잡기나 오락가락하는 감정을 배설하는 글, 나중에 찢어버리고 싶은 일기장에나 써둘 글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글'이라는 자신감이 생길 때 나는 내 프로필에 당당하게 '작가'라고 올리고 싶다. 아울러, 알량한 지식으로 편집자 행세를 하며 빨간 줄을 그었던 후배와 동료 교사들에게 뒤늦은 사과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