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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r 20. 2025

죽어라 일해봐라, 카지노 게임로 죽나?

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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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씀처럼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만 살아가게 하시옵소서."


교회 오빠였던 20대에 청년부 예배 대표 기도 중에 했던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그때는 노동이 신성하다고 생각했다. 불로소득은 나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돈을 벌어보니 아니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말은 창출하는 가치에 비해 훨씬 헐한 임금을 주는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수작으로밖에 안 들린다. 신성하긴 뭐가 신성해. 그냥 안 하면 굶어죽으니까 싫어도 하는 거지.


내 꿈은 돈 많은 백수다.


돈이 많아서 일 안 하고 맨날 놀고 싶다. 그 놀이에는 지금 하는 일인 카지노 게임도 들어갈 수 있다. 카지노 게임은, 적어도 출판 카지노 게임은 생업으로 하자면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돈벌이가 안 돼도 너무 안 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을 못 버는 것은 고매한 영성가라면 모를까 웬만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자꾸만 되묻게 만드는 형벌이다.


나는 그 형벌을만으로 17년쯤 버텼다. 이 일을 시작하고 바로 알았다. 아, 불로소득은 달콤한 것이로구나. 번역은 내게 재미있는 일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일하기 싫을 때조차, 혹은지친다 싶을 만큼 장시간 일해야 하는 것은 곤욕이었다. 지금은 아예 번역이란 직업 자체에 지쳤다. 고생만 하고 돈벌이도 안 되는 일이 지긋해지고 있다.


차라리 일이 아니라면 좋은 일이다. 돈이 많아서 생업이 아니라 그냥 심심풀이로 용돈이나 벌자는 셈으로 하면 번역은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을 깊이 읽는 고도의 독서이자 나도 아닌 남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하는 고도의 글쓰기이기 때문에 지적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일이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돈벌이로는 헐어도 너무 헌 노동이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게 돈을 안 벌어도 될 만큼 카지노 게임가 되면 출판사를 차려서 카지노 게임에게 유리한 임금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매절 번역료, 그러니까 원고지 1장당 얼마 하는 식으로 매겨지는 번역료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거기에 판매량에 따른 인세까지 붙여주는 방식으로. 그러면 카지노 게임는 역서의 판매량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임금이 보장되고역서가 많이 팔려서 수입이 늘어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웬만한 출판사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곳간이 사시사철 텅텅 비어 있다가 어쩌다 한 번씩차는 게 우리 출판계 현실인데 카지노 게임까지 챙겨줄 여력이나 있겠나. 더욱이 남의 노동을 헐값에 사려고 하는 게 원가 절감을 외치는 자본가들의 기본적 생리가 아닌가.


그러니까 내가 자본가가 되어 적어도 헐값치고는 그나마 많이 쳐주고 싶다, 그런 거였다.


하지만 번역으로 카지노 게임가 된 사람은 유사 이래 존재하지 않는다. 카지노 게임인데 카지노 게임인 사람은 다른 데서 돈이 나오는 것이다. 나도 그 '다른 데'를 만드는 데 요즘 온 관심이 쏠려 있다. 그 다른 데가 되도록 불로소득에 가까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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