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첫 주 수업이야기
코로나 이후 3월 첫 주 수업에 루틴이 생겼다. 원격 수업에서 하던 것을 교실에서도 하니, 아이들의 반응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다. 첫 시간에는 '진실 혹은 거짓'으로 내 소개를 했다. 5가지 중에 거짓 하나를 찾는 건데, "내가 국어샘이라 거짓말을 진짜처럼 한다. 그러니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는 문학을 주로 가르쳐서 선생님이 소설 속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개연성이 가장 부족한 것을 골라보라고 했다. 1~5번까지 10분 정도 얘기하고 손을 들어 투표하는데, 한두 명씩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이유를 들었다. 미리 발표 연습도해보는 것이다.
과거 내 사진을 증빙 자료로 보여주며 정답을 확인하면 30분이 후딱 지나간다. 내 이야기를 좀 길게 하는 것은 새 학년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이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국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살게 된 과정을 말해주면서 '너희도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이어서 차가운 표정을 싹 바꾸고 '3분 시험'을 본다. (혹시 '3분 시험'을 처음 들어본 분은 여기에서 검색하면 설명과 파일이 나오니 참고하시길) 역시 "공부에 관한 여러분의 능력과 태도를 테스트하는 거니까, 3분 안에 꼭 풀어야 합니다."라고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아이들이 열심히 푸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 맛에 사기를 치는구나!' 하는 못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시험이 끝나고, 수업용 단톡방에 들어오게 한 후 멘티미터로 3분 시험을 본 이유를 공유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한다. 아이들이 적은 단어들은 캡쳐해서 단톡방에 올리고, "앞으로 이런 것들이 넘쳐나고 조화를 이루는 수업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말로 수업을 마친다. 이때 함께 손뼉을 치며 멋진 첫 만남을 축하하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위 사진처럼 첫 수업을 마치고 2차시를 준비하기 위해서 자기소개 설문지 링크도 올린다. (종이로 받아도 되지만, 들어가는 학급 수가 늘어나서 네이버 폼 설문으로 대체했다)
두 번째 수업은 학급별로 아이들이 설문지에 적은 내용을 공유하면서 시작한다. 먼저 '민수샘의 첫인상, 궁금한 것, 바라는 것'을 보여 주며 '나만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처음부터 안 좋은 말을 적는 아이는 없고 '민수샘 잘생겼어요'처럼 용기 내어 진실을 말하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ㅎㅎ 간혹 '발표시키지 말아 주세요', '자리를 자유롭게 앉게 해주세요'와 같은 부탁을 적은 아이도 있는데, 하나씩 보면서 의견을 말해 준다. '발표가 부담스러운 친구는 꼭 말이 아니더라도 글이나 다른 방식으로 더 열심히 생각을 표현하면 좋겠다', '자리 배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몇개 안 되는 권한 중에 하나이니 이해해 달라. 개인적 어려움이 있으면 따로 말해 달라'라고 피드백해 준다.
이어서 '참여하고 소통하는 즐거운 수업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에 응답한 내용을 함께 보며,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진다. 아이들의 다짐으로 수업 규칙을 자연스럽게 정하는 시간이다. 3월이 지나고 아이들이 초심을 잃고 흐트러질 때 다시 보여주면서 '정신 차리자!' 해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부에 관해 어려운 점과 궁금한 점, 그리고 공부할 때 비법이나 루틴을 보여준다. 교재를 펴서 진도를 나가기 전에 우리가 함께 배울 공부를 공부하는 시간인 셈이다. 고3 수업은 수능 국어영역 공부에 관해, 고2 수업은 문학 감상과 공부법에 관해 생각을 나눴다.
이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사회자 역할을 하면서 설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의 추가 설명을 유도하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공부 고민 중에 어떤 것은 공부 비법 속에 해결책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내용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건이 되면 모둠을 만들어서 화면에 있는 내용을 참고해 서로의 공부 고민을 나누고, 공부 방법을 공유해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이 적은 공부 고민과 비법도 학급별로 단톡방에 올려두면 필요할 때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 하면 이제 지필고사를 보기 위한 진도를 나가야 하고, 수행평가도 해야 한다. 그렇게 늘 하는 수업이 이어지면 3월이 다 가기 전에 아이들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먼저 초심을 잃을 수 있다.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입시 제도, 학교 밖에서 교실을 흔드는 경쟁과 불신의 문화, 반복되는 업무와 익숙한 갈등들...
그럴 때 나는 학급별 단톡방을 열어 3월 첫 주에 아이들이 적어 준 나의 첫인상과 수업 약속, 공부 고민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이제는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된 아이들이 남긴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다짐할 것 같다. 학급 전체, 아이들 모두가 아니라 몇 명이라도 더 자세히, 오래 보면서 그 아이의 기억 속에 따뜻한 말과 웃음을 남겨야겠다고. 아이들에게도 그렇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남는 것도 결국 그런 말과 표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