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특강 문학편 수업이야기
심훈의 <그날이 오면이 2026년 수능특강 문학편의 첫 번째 시로 실려있어반가웠다. 독립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가던 1930년에 발표된 이 시를 수백 번 읽고 수십 번 가르쳤지만, 지금처럼 간절하게 다가오기는 처음이다. 광복의 그날이 오기만 한다면 머리가 부서지고 가죽이 벗겨져도 기뻐하며 죽겠다는 심훈의 염원, 그 만 분의 일이나마 마음속에 되살아나는 요즘이다.
그래서 올해는 흩어진 영혼을 끌어모아 이 시를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36년, 36세에 돌아가신 심훈 선생님께 덜 죄송할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시인은 왜 이 시를 썼을까?'를 생각해 보고 단톡방에 올리도록 했다.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화자의 상황, 정서, 태도만 아는 것보다 작품을 창작할 당시 시인의 마음을 상상해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문학을 기계적으로 공부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문학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는 것도 강조했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문제 풀이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아이들이 상상해서 올린 시인의 마음은 대체로 비슷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 내용이 많아서 좋았다. '광복을 바라기 때문에'라고 간단하게 적은 아이도 다른 친구가 적은 내용을 보며, 당시의 상황과 시인의 마음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기를 기대했다. 조금 장난스럽게 '행동으로 옮기기는 살짝 무서워서'라고 쓴 아이도 있었는데, 이것도 완전히 틀린 내용이 아니라서 그렇게 적은 이유를 같이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동반에 인원이 40명가량 되는 고3 수업이지만, 단톡방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모으니까 내가 다 설명하지 않아도 '시인의 마음'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아래에 있는 3명의 의견을 합치면 '길어지는 일제 강점기 속에서도 광복이라는 희망을 위해 이 시를 써서 주변인과 자신의 의지를 북돋우려고 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민주주의 회복의 그날이 오면, 그날이 와주기만 한다면' 독립운동가와 민주열사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25년 3월에 다시 만난 심훈 선생님을 생각하며, 맑은 술한 잔을 따라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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