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벌써 2021년이 되었다니 나는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네. 그 몹쓸 병도 일 년이 넘도록 사그라들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는데다가 무엇보다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가장 큰 슬픔이네. 밀레니엄 베이비라는 허명 아래 태어난 지 이십이년째이지만 어느 시대에 태어났던 우리가 특별할것이 있는 나이인가? 그냥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있을 뿐이네. 물론 내가 바흐처럼 위대한 인물이 되라고 아버지께서 나의 이름을 '시내'라고 지은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나도 잘 알고 있어. 오히려내 이름을매일같이 마음에 되새기고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야. 그럼, 그렇고 말고.
운명의 장난인지 하필 그 사람처럼 작곡의 길을 걷고는 있네만 이미 음악의 아버지는 나왔지 않은가? 내가 바흐처럼 바다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 나야말로 잔잔한 시내가 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중이지.
자네는 이름보다 더 현명한 친구야. 그러니 이런 시대에도 내 자네에게만은 꼭 이런 편지를 전할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은 이처럼 답답한 생활을 하는 지금같은 시기에 꼭 해안가에서 수영을 하듯 시원한 기분을 주네. 아니면 조그만 호수에서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곡조를 쓰는 것만큼 기쁜 일이기도 하지. 나의 말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자네도 알다시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라네.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이 드문 것도 사실이야. 그렇다고 그들이 나쁜 사람들은 또 결코 아니야. 그저 취향이 다르다고 믿고 싶네. 나의 집안 어른 중에 어떤 분은 나에게 '정신이 반쯤 나간 녀석'이라는 평가를 해주시기도 하였지만 그건 그분만의 생각이니 나에게 그런 지각없는 생각이 어떠한 영향이나 줄 수 있었겠나. 다만, 내가 어른을 비하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때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네.
삼백 년 가까이나 된 괴테가 지금 살아있는 자네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 오히려 친구라는 것은 나라와 성별, 그리고 언어와 시대마저 초월하여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정말 좋은 것이네. 그래서 자네에게 편지를 쓰지 않을 때에는 예전에 죽었던 친구들을 그가 남긴 작품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는 한다네. 대부분이 천재라 불렸다지만 나는 그들이 얼마나 평범한 사람이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사람이라면 응당 그러한 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이야. 나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오히려 신기하기만 하다네. 생각해 보게.
새들이 노래하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는가, 또 꽃들이 춤을 추는데 카지노 쿠폰라면 그 아름다운 공연이 끝난 후에 응당박수를 보내야 함에도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카지노 쿠폰라면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나에 대해서 사실 비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네. 그들에 대하여 미워하지 않기로 작정을 하였지만 나도 한낱 작은 사람일 뿐인가봐. 가끔은 도무지 무당벌레보다도 못한 그들이... 아니네, 내가 잠시 흥분을 하여서 그러니 너무 괘념치 말게.
오늘따라 카지노 쿠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해가 바뀌니 내 마음도 새롭게 살아나는 것 같아. 마음껏 모든 주제를 놓고 카지노 쿠폰와 아무런 오해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날을 기다리네. 이곳에 오게 되면 미리 꼭 연락을 주시게. 카지노 쿠폰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면서 기다리고 있겠네.
언제나 카지노 쿠폰를 그리워하는 친구 '시내'가.
2022년 1월 1일
현명한 친구야,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저번에 카지노 쿠폰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너무나 좋은 시간을 보냈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시간이었네. 나보다 카지노 쿠폰가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괜히내가자네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나는 그날의 대화에서 알 수 있었네. 다음에는 내가 한번 찾아가도 되겠나. 자네가 말했던 그 찬란한 도시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이제까지 나에게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나. 자네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자신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네. 그런 내 생각이 어쩌면 상처받기 싫은 어린아이와 같은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용기를 내보려 하네. 조만간 다시 연락을 하겠네.
카지노 쿠폰의 절친 '시내'가.
2022년 2월 2일
지난 편지에 대한 카지노 쿠폰의 답장이 호의적인 것을 보고 나는 하룻밤을 고민하다 곧장 짐을 챙겨 그 다음날 아침 카지노 쿠폰가 있는 곳으로 무턱대고 떠났지. 그리고 지난 일주일간 카지노 쿠폰와 함께한 시간은 미안한 말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어. 카지노 쿠폰가 말했던 아름다움들은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네. 그리고 자네가 나에게 예술을 모른다는 소리를 했을 때는 정말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하였지 뭔가.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일 수도 있지 않을까해서 자네의 말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도 했었지. 그것은 자네도 알아야 돼. 내가 얼마나 화를 참고 자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었는지. 그것은 순전히 자네가 나의 말을 그동안 들어주었는 것에 대한 보답만은 아니야. 나 자신에 대하여 실망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지.
나는 카지노 쿠폰와 카지노 쿠폰가 말한 아름다운 도시의 그것들에 대해서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네. 그저 나는 이곳이 새삼 좋다는 것을 느끼며 더욱 소중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어. 이것만큼은 정말 진심이야, 카지노 쿠폰에게 고맙게 생각하네. 어떻게 모든 것이 평소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이제는 바람소리마저 시인의 구슬픈 노래와 같이 깊은 여운으로 내게 다가오네. 카지노 쿠폰는 사방에서 '나'를 에워싼 자연의 경이로운 합창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카지노 쿠폰에게 괜한 말만 또 주절거리게 되었군,미안하네.
공감이 되지 않는데 억지로 답장을 하지는 말게나. 자네 말고도 어울릴만한 친구가 나에게도 아예 없지는 않아. 비록 내가 자네에게 좀 실망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네는 여전히 나의 친구일세. 우리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진실로 들어났지만 그럼에도 서로 깊이 존중하고 있음을 여전히 굳게 믿고 있네. 그럼 또 편지하겠네.
그대의 친구 '시내'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괴테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보잘것없는 사람이 오마주 하였으니 넓은 마음으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