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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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람 Jan 28. 2022

[카지노 게임, 미켈란젤로]

오늘도 '카지노 게임, 미켈란젤로'에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 카지노 게임의 이름으로 그를 떠올렸을 때에 모두가 반대한 은, 사실전혀 이상한 일아니었다. 사교적인 것이라고는 머리 한올만큼도 들어있지 않은 카지노 게임이기에 그들은사교모임의 이름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에도공감했었다. 그럼에도 모두 다 제각기 둘째가라면 서러울 위인들이라 이곳에 앞으로도 오지 않을 사람을 꼽아보니 결국에 '카지노 게임디 로도비코 부오나로티 시모니' 밖에는 남지 않았던 것이다.어느순간모두들찬성을 하였다. 그를 존경한다기보다 자신 외에 여기 있는 다른 이의 이름이 대표되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한쪽에서 압생트를 대낮부터 들이키고 있는 예술가들은 얼굴이 뻘겋게 상기된 채 무어라 자신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심지어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만 주창하는 인물들도 있었으니 그 얼마나 교양 없고 비신사적인지, 이곳이 살롱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곳은 그 누구도 카지노 게임올 수 있었다. 예술가들은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어서무명의 인물들이 워낙 많았기에죽고 나서라도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하여이름모를 이들이조용히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늘도 처음 보는, 피죽도 못 먹고살았을 것 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눈치를 보며 '카지노 게임, 미켈란젤로'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중이었다.


삐그덕 대는 문소리와 함께 그가 카지노 게임오자, 그토록 시끄럽던 장내는 일순간 침묵에 빠졌으며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그를 향하여 시선을 던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글을 쓰다 좀 전에 죽은 '그리고'라는 사람입니다. 평소에 너무 대단하신 분들을 게 되어 정말 영광입..."


자신을 '그리고'라고 소개한 그의 말이 끝마치기도전에 실내는 예의, 좀 전의 그 폭풍 같은 수다의 현장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그리고는 이곳의 규칙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곳 '카지노 게임, 미켈란젤로'는 그 누구나처음카지노 게임오게 되면 누가 되었든 간에소개를 들어주는 공동의 약속이 있었다. 그것만 빼면 어디서 주먹질을 하고 있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라 이곳에 드나드는 모든 예술가들이 오래된 이 전통을 썩 존중해 주었다.


그는 카지노 게임에 들어와 자신의 소개가 끝나기도전에 모두가 시선을 거두는 것에 상처를 받지는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대단한 인물들이 곳곳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방귀를 뀌며 웃고 있는 아마데우스,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흔들고 있는 살리에리, 한쪽에서 아무런 소리도 못 듣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의 루드비히는 무엇을 작곡하는 듯이 보였으며,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소파에는 빈센트와 테오가 삿대질을 하며 어떤 그림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목욕탕에서 목욕 중이었으며 니체는 무서운 눈빛으로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밀레는 밭을 갈다 온 듯한 농부와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고 오이스트라흐는 다른 방에서 파가니니와 바이올린 이중주를 맞춰보고 있었다. 다행히 모두 어떠한 언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언어로 통일되어 있어서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신출내기 작가는 자신이 누구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그 모습이 딱했는지 한 사내가 자신이 마시던 압생트 외에 한잔을 오른손에 잡아 들고서는 그에게 다가갔다.


"어이~ '그리고'라고 했나?"

"아, 네! 제 이름은 따로 있지만 사실 펜네임이 '그리고'라..."

당황한 듯한 그의 대답을 끊고는, 이름모를 그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압생트를 내밀며 말했다.

"아무렴 어떻나? 우리에게 이름이 있으면 뭐하고, 없으면 뭐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며 사는가이지. 반갑네, 나는 마이클이라고 하네. 여기, 이것 좀 마시고 긴장 좀 푸시게나."

마이클이 내민 압생트를 한 모금 마신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했다.


"크. 술이 좀 독하네요."

"그 정도가 독한가? 설마, 자네는 맨 정신으로 글을 썼단 말인가?"

마이클이라는 사내는 정말 놀랐는지 눈을 매우 크게 뜨며 말했다.


"아, 저는 술이 약해서 그냥, 맥주나 조금 하고는 합니다."

"아! 맥주도 좋지~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하세. 자네가 좋아하는 맛이 한 가지는 있을 것이네."

둘은 펍으로 꾸며진 다른 방으로 카지노 게임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술 없이 예술을 논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지, 아무렴."

"죄송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생전에 어떠한 일을 하셨습니까? 제가 너무 문외한이라..."

마이클이 무엇을 하였을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한 그가 매우 미안한 표정으로 물었으나 정작 마이클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나야, 그림도 조금 그리고, 글도 좀 쓰고 노래도 좀 부르다가, 그렇게 살다 왔지."

"아~ 그러면 화가시군요. 혹시 제가 선생님의 그림을 볼 수 있는 영광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거야, 어려운 일도 아니지. 하자만 자네, 그 전에 나와 한 가지만 약속하게. 그림을 보고서 그 무엇이 떠오르든 나에 대하여는 칭찬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네."

그리고는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이클의 표정이 너무나 엄숙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보여주지. 자, 맥주는 그만 마시고 나를 잠시 따라오게나."

그는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마이클을 따라서 살롱을 나갔다. 그리고 두 블록 떨어진 상가건물의 꼭대기 옥탑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휴... 이곳에서도 이런 곳에 살 줄은 꿈에도 몰랐지. 자, 들어오게. 저 안에 내 그림이 걸려있네."

"..."

말없이 따라 카지노 게임간 조그만 방에는 빈 캔버스 하나와 물감 몇 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통과 그곳에 처박힌 팔레트가 보였다. 하지만 내가 예상한 그림처럼 보이는 것은 작은 방안 그 어디에도 걸려있지 않았다.


"자, 어떤가?"

"저, 선생님. 너무나 죄송합니다. 사실 제 눈에는 빈 캔버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의 말에 마이클은 너무 놀랐는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얼마간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에 이윽고 마이클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저기 저 캔버스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정녕 보이지 않는 것인가! 다시는 나에게 말을 걸지 말게. 어서 내 집에서 나가! 꼴도 보기 싫은 위인 같으니!"

그리고는 쫓겨나듯 마이클의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오고 보니 어쩌면 이곳에서제정신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무슨, 그냥 삼겹살에 소주나 더 먹고 올 걸..."

여기서도자신이이방인과 같다고 느낀 그리고는 이제 '살롱, 미켈란젤로'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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