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없이 전하는 웅장한 카지노 가입 쿠폰, 에런 베커

텍스트 없이 등장인물의 몸짓이나 표정, 색채와 분위기, 구도와 시점, 상징과 이미지의 연속성 등을 활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림책을 ‘글 없는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그림책들은 비록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이라는 그림책의 특징을 살리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텍스트가 있는 그림책보다 독자의 해석과 상상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오직 시각적 요소만으로 독자에게 감정과 서사와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고,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까지 제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에런 베커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데뷔하여 단번에 칼데콧 아너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는 그가 타고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쌓아온 독특한 경력이 이루어낸 값진 성취라 할 수 있습니다. 에런 베커는 첫 그림책을 내기 전 약 10년 동안 영화계에서 콘셉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어요. 영화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협력하여 영화의 세계관, 캐릭터, 배경, 환경, 소품 등의 초기 디자인을 비롯하여 스토리보드와 키프레임 제작을 담당하는 일이었죠. 에런 베커는 루카스필름 스튜디오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오랫동안 협업하면서 비주얼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갈고 닦았고,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낼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독창적인 그림책 세계를 펼쳐 보인 것입니다.

여행 3부작 - 글 없이 전하는 성장과 모험의 대카지노 가입 쿠폰

‘여행 3부작’은 성장과 모험의 대카지노 가입 쿠폰로 『머나먼 여행』(웅진주니어, 2014), 『비밀의 문』(웅진주니어, 2016), 『끝없는 여행』(웅진주니어, 2016)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40쪽짜리 그림책 한 권에 긴 이야기를 모두 담기엔 한계가 있었기에, 1권을 제작할 때부터 후속작에 대한 구상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에런 베커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은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였어요. 실제로 『머나먼 나라』에서 가족과의 교감이 부족해서 외로운 소녀가 붉은 크레용을 발견하고 상상과 모험의 세계로 떠나는 방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나오는 맥스의 상자와 같은 방을 연상시킵니다.

ⓒ『머나먼 여행』(에런 베커, 웅진주니어)

여행 3부작은 전통적인 영웅 서사 구조를 따르면서, 단순한 판타지 모험을 넘어 우정과 용기와 상상력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1권 『머나먼 여행』은 가족의 관심과 사랑에 굶주린 소녀가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 마법의 새를 구하고 협력자를 만난다는 내용으로, 전체 이야기의 도입부에 해당합니다. 2권 『비밀의 문』에서는 보다 위험하고 구체적인 모험이 펼쳐집니다. 악의 세력에 붙잡힌 황제가 몰래 건넨 지도에는 주인공들이 완수해야 할 미션이 담겨있으며, 그들이 미션을 완수할 때마다 새로운 색상의 크레용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 크레용들이 모두 모이면 무지개가 피고, 무지개의 신비한 힘은 황제를 구하고 왕국에 평화를 되찾게 해줍니다. 여기서 무지개는 상상력과 용기, 우정과 협력의 가치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소녀의 가족, 특히 아빠와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는 마지막 『끝없는 여행』에서 해결됩니다. 소녀는 판타지 세계를 위기에서 구하는 동시에, 현실에서도 아빠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우울했던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써 여행 3부작은 주인공이 상상력과 우정과 용기로 자신의 세계를 변화시키는 성장과 모험의 대서사로 완성됩니다.

『나무와 강』 - 시간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그린 대서사

『사샤의 돌』(웅진주니어, 2018)과 『나무와 강』(웅진주니어, 2024)은 에런 베커가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문명이 다층적으로 쌓여있는 스페인 그라나다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한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흥미로운 차이를 보입니다.

『사샤의 돌』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한 돌덩이의 여정을 따라가는 ‘오디세이적 서사’라면, 『나무와 강』은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 장소가 변화하는 양상을 그리는 ‘크로노토프 서사(chronotoppic storytelling)’라 할 수 있습니다. 크로노토프란 시간(chronos)과 공간(topos)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뜻하는 용어로, 문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엮이며 서사가 구축되는 방식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나무와 강』은 마치 타임랩스 영상처럼 한 장소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수백 년에 걸친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 문명의 충돌과 흥망성쇠가 인위적 해석 없이 시각적으로 담담하게 펼쳐집니다.장소를 넓고 자세히 조망할 수 있도록 모든 그림은 조감투시로 그려졌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건물들의 모습과 용도가 변화하고, 작은 정착지는 마을로, 도시로 변합니다. 인간의 문명은 지형과 강의 흐름마저 바꾸며 번성하지만, 결국 디스토피아적 쇠락의 길로 접어듭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탄생을 보여주며 삶의 영속성을 예고합니다.

책을 끝까지 본 다음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면, 휘어 도는 물줄기의 상류에 붉은 둥치만 남은 죽은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흥미롭게도 책 후반부에서 도토리 하나로 강 하류에 새 생명을 심고 죽었던 바로 그 나무와 꼭 닮았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베커는 이 작품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문명의 흥망성쇠는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으며, 비록 지금 인류의 미래가 암담해 보일지라도 다음 세기에도 인류는 계속 살아남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김난령_번역가, 그림책 연구가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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