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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May 05. 2025

진정한 어른, 카지노 쿠폰를 위하여

카지노 쿠폰

붉은 카지노 쿠폰

김지연 글·그림 / 56쪽 / 18,000원 / 그리고 다시, 봄



어른이 되면 좋을까? 어른이 되면 모르는 것도 하나 없고, 무거운 것들도 척척 들어 올리고, 뭐든 뚝딱 잘 만들고 어려운 일도 잘 해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어른이라서 할 것들이 있다. 어른은 배가 고파도 참을 줄 알고, 화를 다스리고, 가진 것을 나누고, 아파도 잘 견딘다. 예전 어른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자신을 불태웠다. 어리고 약한 것을 키우고 지켜가며 비로소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몸이 다 자라도 어른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붉은 카지노 쿠폰』는 카지노 쿠폰 이야기이자 어른 이야기다. 카지노 쿠폰가 되는 것은 축복이며 동시에 경험해 보지 않은 막막한 일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감당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부터 아이의 건강과 미래에 대한 심리적 불안까지 동시에 온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카지노 쿠폰라고 불리는 그날까지 아이들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며 더욱 부지런하고 친절해야 하며, 너희가 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지 함께 책을 읽고 여행 다닌다. 아이가 처음으로 줄넘기를 넘던 때 함께 기뻐하고, 아이가 아프면 같이 엉엉 울며 내 영혼 따위를 신에게 온전히 드리겠다고 수없이 맹세한다. 아이가 한 숟가락 맛있게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해한다. 아이들 덕분에 카지노 쿠폰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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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존경하는 도서관장님이 아이들 어릴 적 휴가 이야기를 해주셨다. 업무와 육아로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다 벼르고 별러 제주에 휴가를 갔다. 아이들이 좀 커서 모래사장에서 노는데 살짝 눈을 놓아도 되었다. 정말 휴가다운 휴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작정하고 파라솔 아래 누워 꼼짝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해녀들의 숨비소리와 파도소리만 가득하던 한적한 바닷가 기억이 그 여름 햇볕에 그을린 샌들 자국이 다 사라질 때까지 떠올라 내내 행복했다고. 이야기를 듣던 나도 너무 좋았다. 카지노 쿠폰들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 카지노 쿠폰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잠시 쉬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아니까.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도 아이들이 한 번 방긋 웃어주면 모든 시름이 다 사라진다. 아이가 처음 웃던 날, 나를 보며 첫발을 뗀 순간, 카지노 쿠폰라고 부르며 달려와 안겨주던 수많은 환희를 잊을 수 없다. 나도 카지노 쿠폰에게 그런 존재였을까 싶으며 카지노 쿠폰의 노고를 헤아리게 해주기까지 한다. 아이라는 거대한 우주가 우리에게 오며 섬세하고 다정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받았다. 그렇게 카지노 쿠폰가 되고, 어른이 되어 책임지며 묵묵히 내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내 생은 아이들의 작은 손 그늘이면 충분했던 날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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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맞는 그림 스타일을 만들며 재료 테스트를 하는데 카지노 쿠폰의 고된 육아와 어른으로 다독임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엔 부드러운 색연필과 물감이 너무 따뜻했다. 그러던 중 볼펜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흔한 일상의 물건인 볼펜은 어디서나 꼭 한 자루는 있다. 그 볼펜이 카지노 쿠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쿠폰는 어디든 있고 또 귀한 줄 모르니 말이다. 건조한 듯한 볼펜 선을 고운 결로 차분한 느낌이 나게 도화지보단 요철이 있는 판화지를 이용했더니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조력자는 형광핑크 잉크였다. 형광핑크가 구체적으로 등장한 곳은 하나 없는데, 제한된 볼펜 색과 섞여 모든 색을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형광핑크는 마치 아이가 반짝반짝 자라는 것이 부모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애씀 같았다.


작가는 독선적인 수집가이다.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것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자기 세계관이 드러난다. 무척 주관적이다. 독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작가의 역량이겠지만 편집자와 디자이너 없이 책을 만들 수는 없다. 편집자, 디자이너와 회의하는 과정이 첫 독자를 만나는 일이다. 형광핑크 같은 존재! 편집자에게도, 디자이너에게도, 영업자에게도 내 책이다. 모두 카지노 쿠폰들이다. 그래서 책들이 세상에 나와 생명력을 지닌다.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낳았지만 혼자 못 키운다. 가족, 이웃, 선생님, 다양한 사회, 국가, 이 인류가 아이를 환영하고 함께 키운다.

카지노 쿠폰들이여! 너무 두려워하지도, 쉽게 지치지도 말 것이며, 온전히 나의 일만이 아니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우리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들이 아니다. 형광핑크 같은 존재들, 우리를 돌보는 다양한 카지노 쿠폰들이 가득하다. 손 내밀고 함께 잡고 같이 키워보자. 그림책과 함께!


김지연_그림책작가, 『붉은 카지노 쿠폰』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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