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앙 바에 글 / 마리 도를레앙 그림 / 이슬아 옮김 / 48쪽 / 16,800원 / 킨더랜드
어린 시절 여름이면 커다란 대야에 물에 가득 받아 놓고는 거기에 신발을 띄우고 뱃놀이를 하곤 했다. 그때 ‘이 신발이 엄청 커진다면 나도 신발 속에 들어가서 신발 배를 타고 신나게 뱃놀이를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상상했던 적이 있다. 『니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바로 어린 시절 내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했던 환상 놀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너무 반가웠고, 읽는 내내 주인공 니나와 함께 신이 났다.
『니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천장까지 뻗어 올라간 삐뚤빼뚤 커다란 책 제목을 올려다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벌써부터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느낌을 팍 준다. 면지는 물방울 가득, 독자를 반긴다. 속표지에는 더 커진 글자로 “니나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위아래 정렬되어 있다. 그리고 첫 텍스트 “거리에 펼쳐진 세상은 끝이 없어요”가 시작된다.
집에 들어가는 길,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노란색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니나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목요일마다 하나뿐인 화초에 물을 주는 일을 해온 니나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미지근한 물을 담아 화초에 붓는 순간, 믿을 수 없이 엄청나게 커져 버린다. 양말도, 고양이도, 집도, 차도 모두!램프도 아닌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마법을 부리다니, 이런 일상형 판타지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독자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평소에 키가 작다고 생각했던 니나는 ‘그럼 나도 커볼까?’ 생각한다. 미지근한 물은 다 써버렸고 따뜻한 물도 없어서 차가운 물도 괜찮겠지 하고 뿌렸는데, 어랏! 니나는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아주 작아져 버린다. 물 온도 때문일 거라 생각한 니나는 다시 따뜻한 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엄마가 오기 전에 차가운 물 마법이 풀려야 한다는 설정은 현실적 긴장감을 돋운다. 드디어 따뜻한 물이 나오고 커다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속으로 퐁당 점프하는 니나의 포즈는 올림픽의 다이빙 선수 못지않다. 이제 원래 크기로 돌아온 니나는 바쁘다. 모두 되돌려 놓아야 한다.
떨어진 나뭇잎 하나, 평소와 다르게 무릎에 앉아 있는 고양이 티그루, 그리고 벽에 걸려있던 그림 액자가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보는 재미가 더 배가 될 거다.
이제 니나는 물뿌리개를 제자리에 갖다 놓기로 한다. 아주 충분히 즐겼기 때문이다. 중요한 환상 작동 원리이고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니나가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막 들어가려는데, 새로운 물건이 보인다. 그냥 오래된 붓처럼 보이는데, 붓을 잡은 니나의 손끝에서 또 어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질문 하나, 당신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없었다면 방금 막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더듬어보자. 꼭 발견해서 집으로 데려오길 기원한다.
신혜은_그림책심리학자, 경동대 유아교육과 교수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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